송도 변호사, 인천 형사전문 무죄, 무혐의 불기소 불송치
내가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조사를 받다니!
저는 피해자인데, 전화한 경찰 수사관은 도대체 왜 나를 피의자로 불러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변호사 개업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5년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인천계양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 수사관으로 근무를 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에, 경찰청 수사국, 서울서초경찰서 강력팀장, 인천논현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장 등을 역임한 뒤에, 2017년부터 변호사로 전업하여, 현재는 인천 송도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범석 변호사라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가, 제가 변호하여 불기소 혐의없음 결정을 받은 실제 사례, 무죄 판결을 선고 받은 사건을 정리하여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나 억울하게 관련 상황에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아래 사례들은 의뢰인 보호 차원에서 모두 일부 각색하여 소개합니다)
실제 사례 1) 노부부 생활비 마련하다가 생긴 사건
의뢰인은 평범한 가장이었고, 자녀들도 장성하였지만, 부부의 생활비가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여러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두었습니다.
어느 날 구직사이트에서 보고 연락을 한다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회사의 홈페이지도 잘 만들어져 있었고, 이력서도 요청하였음은 물론,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하고 쉬던 어느 날 우연히 가족들과 함께 보이스피싱에 대한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내용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같이 방송을 보던 가족들은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내용 확인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경험이 많은 경찰관들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뢰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사건 검색을 해보더니, 인천 모 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되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곧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출석요청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의뢰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나니 제 가슴 마저 답답해 질 정도 였습니다.
다행히 텔레그램 메시지를 모두 캡쳐해두었습니다. 통상 보이스피싱을 시키는 성명불상자들이 의뢰인 같은 사람이 범죄에 연루된 것을 눈치 챈 것을 알게 되면 텔레그램 메시지를 모두 지웁니다. 하지만 의뢰인은 성명불상자들에게 확인을 하기 전에 경찰서, 변호사를 찾아왔기 때문에 그들이 메시지를 지우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의뢰인의 무죄 주장을 도울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모았습니다.
여러 차례 경찰, 검찰 조사가 이뤄졌습니다(경찰에게 수사종결권 등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의미하는 이른바 수사권조정 이후에는 검찰에서 피의자를 직접 소환 조사하는 경우는 상당히 적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여러 차례 검찰에서 피의자를 소환 조사하였습니다. 피의자의 강력한 무죄 주장을 깨트리는 진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무혐의를 주장하기 위한 증거를 첨부한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함께 마음을 졸이며 선고를 기다렸는데, 선고 결과는 ‘무죄’ 였습니다.
담당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융기관의 수탁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 고용되어 정상적인 근무를 한다는 인식을 하면서 (중략) 공소사실과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범행, 범죄수익은닉 처분 가장 범행,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사용한 범행에 공모하고 이에 가담하려는 고의로 그와 같은 행동을 함에 있어, 피고인이 그러한 인식이나 고의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무죄 이유를 밝혔습니다.
실제 사례 2) 해외에서 오래 살다가 고국에 왔으나, 현행범체포까지 된 사건
의뢰인은 해외에서 오랜 기간 살다가 한국에 입국하였는데, 온라인상으로 알게 된 지인이 어려운 상황을 말하며 현금 전달을 부탁하였습니다. 보이스피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인의 부탁을 들어주던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현금을 받아 전달해 주었고, 경찰관에게 현행범 체포가 되기 까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체포되고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법무법인, 법률사무소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 보았지만, 하나같이 무죄는 받기 어려우니 인정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의뢰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어떤 마음인지에 대해 물어보았고, 의뢰인은 너무 억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에 형사전문변호사로 등록되었음은 물론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무죄, 무혐의 불기소 결정 등을 받기도 했던 저는 검찰 제출 증거기록을 복사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에 대한 주장을 담는 등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피고인이 돈을 받고 전달하는 이동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하면서 본인 명의 카카오택시 앱을 사용하고 요금을 결제하였으며, 본인 명의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기도 하였던 점,
피고인의 성장과정, 피고인과 지인 사이의 대화내용, 피고인이 체포된 이후의 상황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담당 판사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사례 3) 대출 잘못 받았다가 경찰 조사까지 받은 사건
의뢰인은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등급이나 기존 대출 때문에 포털 사이트에서 '무직자 작업대출'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하여 대출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안녕하세요. 김00 과장입니다. 저희는 대출 안되시는 분들이나 부결되시는 분들 대출승인 도움 드리는 수탁법인 회사 대출 중계업체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고객님은 소득에 비해서 기존 대출이 많으셔서 입출금 내역을 생성하여 신용도를 높이셔야 합니다. 그 전에 서류 심사가 필요하니 주민등록등본, 초본 등을 보내주셔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의뢰인이 정상적인 대출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믿게 하는 질문과 자료 요청을 하였습니다.
의뢰인의 통장으로 입금된 금원을 출금하여 제3자(회사의 직원이라고 함)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입출금 내역 생성을 위한 절차로 이해하고 지시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은행에 경찰관이 출동하였고 추후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얼마 후 담당경찰서에 의뢰인과 함께 동행한 저는
1)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제출하면서 대출에 관한 상담 진행 과정에서 현금 인출 지시를 받았다는 점,
2) 의뢰인 명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할 당시 은행 창구에서 직접 현금을 인출하였는데,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원을 숨기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사기방조의 고의를 가진 자가 취할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점,
3) 의뢰인에게 관련 처벌 전력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적극 피력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호인의 노력 등이 반영되었는지, 담당 검사는
의뢰인이 인출한 돈을 건네준 사람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사기방조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 불기소 결정을 하였습니다.
법조계나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사안에서 왜 보이스피싱 임을 알지 못했는지 의아해 하고, 이러한 취지로 질문을 많이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위 실제 사례들과 같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러한 의심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를 근거로 기소하고 유죄로 선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 전달이나 이체는 조심해야 하겠지만, 억울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위와 같은 사례들을 참고하셔서 도움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