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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영 변호사 Nov 11. 2021

이성동복 남매들 간의 상속 땅 소송


"변호사님, 이성동복(아버지는 다르고, 어머니가 같은) 오빠가 저와 언니가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야 할 상속분 땅까지 다 가져갔어요. 언니는 호적상 아예 엄마 딸로 이름도 안 올라가 있고, 저는 엄마 딸로 이름은 올라가 있지만 엄마의 본적이 불명으로 되어 있어서, 법무사가 법률상 우리 자매는 상속등기가 불가하다고 해서 저희만 빼고 상속등기가 됐어요. 방법이 있을까요?"

1. 사연은 이러하였다.

의뢰인 A(동생)와 B(언니)의 친모는 1961.경 혼인하여 아들인 C를 출산하였는데, C 출산 이후 친모는 남편이 겪고 있던 정신적 문제 및 그로 인한 폭행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가게 되었고, 위 혼인관계를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남자와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여 B와 A를 낳게 되었다.

위 새 남자에게는 원래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는데, 위 사실혼 관계 형성 직전에 법률상 배우자는 사망을 하였고,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모와의 사이에 언니인 B가 출생을 하게 되었다.

친모는 위 새 남자의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B의 출생에도 불구하고 친모를 B의 친모라고 호적에 올릴 수가 없었고, 부득이 당시까지 사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전 배우자를 B의 호적상 모로 올려서 출생 신고를 하게 되었다.

그 후 전 배우자에 대한 사망신고가 이루어진 후에 동생인 A가 태어나게 되었고, 이에 부득불 친모를 A의 호적상 모로 올리면서도 친모의 본적을 불명으로 기재하여(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친모를 A의 호적상 모로 올려야 하였기에) A에 대한 출생 신고를 하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1984. 친모는 사망을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의뢰인들의 외할아버지(친모의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매우 큰 땅이 경기도 모처에 있었고, 2018.경부터 도합 21명의 공동상속인들이 위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협의를 거쳐 상속등기를 하려고 하였는데, 의뢰인들의 이성동복 오빠인 C가 연락이 닿지 않아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태였다(상속재산 분할협의는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로 하여야 한다).

이에 의뢰인 A와 B가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여 C와 어렵게 연락이 닿게 되었고, C까지를 포함한 22명의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여 각자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등기를 하려고 하였는데, 상속등기를 의뢰받은 법무사가 말하기를, A와 B는 위 친모의 친딸로 호적에 올라가 있지 않으므로 법률상 상속등기가 불가하다고 하였고, 이에 A와 B의 법정상속분까지 이성동복 오빠인 C 앞으로 상속등기가 경료되었다는 것이었다(실제로 동종 유사 사건에서, 법무사가 위와 같이 잘못 가이드를 하여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A와 B는 C 앞으로 등기가 경료되고 나면, C가 당연히 A와 B의 몫을 다시 소유권이전등기하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C는 돌아가신 친모의 상속분은 전부 자기 것이고 A와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일체의 가액 배상도 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서울 소재 유수의 모 대학 법대를 졸업하여 판검사 친구도 많고 변호사 친구도 많으니, 어디 소송을 할 테면 해보라고 하면서, 만일 소송을 걸면 대법원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겨서 소송비용까지 다 물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었다.

2. 나는 사건 기록과 관련 법리에 대한 검토를 마치자마자, C를 포함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 20명 전원을 상대로 법원에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동 신청은 그대로 인용이 되어 위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처분금지가처분등기가 경료되었다(당시 의뢰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 20명은 위와 같이 등기가 경료된 상속재산을 속히 처분하여 현금화 하려고 하고 있었고, 따라서 사건을 수임한 나로서는 최우선적으로 이것부터 신속히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다음 본안소송의 종류(가사 또는 민사)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피고를 누구로 특정할 것인지(위 나머지 20명 전원 또는 C 한 명), 청구취지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로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한 끝에, i) 민사소송으로서의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ii) C만을 상대로 제기하되 iii)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가 아닌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제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관할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였다.

i) 민사소송으로서의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하였던 것은, 제척기간 때문이었다.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포함한 어떠한 종류의 가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사망을 안 날'로부터 기산(앞서 언급하였듯이 친모는 이미 84년에 사망하였다)되는 제척기간이 만료되었음에 이견이 있을 수 없었고, 따라서 가사소송으로 가게 되는 순간 필패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그에 반해 민사상 상속회복청구의 소는 제척기간이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는 10년이다.

ii) 공동상속인 '전원'의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있어야 함에도, 진정한 상속인인 A와 B를 제외한 채 상속재산 분할협의가 이루어졌으므로, 동 협의에 기초한 상속등기 전체는 원인 무효의 등기이고, 따라서 C를 포함한 나머지 20명 전원의 공동상속인들의 상속등기에 대한 말소청구도 법리상 얼마든지 가능하였다. 그러나 피고를 위와 같이 20명으로 잡게 될 경우 소송의 목적물이 상속부동산 전체가 되고, 그에 따라 소가에 비례하여 의뢰인들이 부담하여야 할 인지대도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어 의뢰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피고가 20명 정도 되는 경우 소장 부본 송달에만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어서 신속한 권리 구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인지대 부담도 낮추면서 신속한 소송 진행이 가능하도록, C만을 상대로 한 핀셋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였다.

iii) 본 소송을 통틀어 내가 가장 고민하였던 부분이다.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소송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리상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곧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가져올 수 있는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법리상 매우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검토를 요하였다.

실제로 관련 상하급심 판결을 통틀어 보아도, 위와 같은 사안에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이행의 주문을 선고한 판결만 있지,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의 주문을 선고한 판결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그 어떤 가족법 교과서에서도 위 쟁점에 대한 논의나 연구를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딱 하나 발견한 것이, 1960년대에 쓰여진 민법주석서에서 당시 대법관이 위 쟁점에 대해서 쓴 한 줄 내지 두 줄짜리 내용이 전부였는데, 내가 보기에 위 내용은 일본 민법 서적 내지 일본 판례의 해당 기재를 단순 번역하여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였고, 실제 그 이후에 위 대법관이 위 주석서에서 밝힌 내용대로 우리나라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되거나 판결이 선고된 것은 전무하였다.

결국,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판례도, 선례도, 심지어 학설도 없는 위 쟁점과 관련하여, 나는 고민 끝에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일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경우 위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 하더라도, 위 소송의 승소만으로는 C 앞으로 경료된 A와 B 몫의 상속분 등기가 말소되는 것에 불과하고, 해당 등기를 A와 B 앞으로 이전 등기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에 조력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C를 포함한 공동상속인들 전원이 또다시 무의미한 상속재산 분할협의 절차를 거쳐야만 하고, 위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상속재산 분할협의 심판청구를 거치는 등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즉,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보나 신속한 권리 구제의 측면에서 보나, 만일 인용이 될 수만 있다면 '말소'청구소송보다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이 백번 의뢰인들에게는 유리하였다(다만, 위와 같은 청구가 가능하다는 법적 근거 내지 법률상 뒷받침이 관건일 뿐).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위 세 번째 쟁점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심도 있는 검토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상대방 변호사는(그것이 어떤 변호사가 되었든, 그리고 심지어 판사도) 위 세 번째 쟁점이 법리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이러한 내 생각은 실제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3. 상대방 C는 이른바 '전관변호사'를 선임하였는데, 위 소송의 관할 법원에서 근무하다가 법복을 벗고 바로 그 법원 앞에 사무실을 차려 개업한 변호사였다.

소송이 시작되었고, 상대방 변호사는 내가 예상하였던 첫 번째 항변을 하였는데, 위 친모가 원고들의 생모임이 입증된 바 없으므로 원고들은 인지청구 또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 등을 통해 모친임을 입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실제로 동종 사건의 대부분은 위와 같은 루틴을 거쳐서 소송이 진행되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우리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루틴을 거치게 되는 순간 필패를 하게 되어 있어서, 우리로서는 위 루틴을 거치지 않아야만 하였고, 상대방 변호사는 어떻게든 우리로 하여금 위 루틴을 거치게 하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혼인 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기고,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있어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현행 가족법 해석상 너무나 당연한 법리임에도, 그동안 위와 같은 판시를 정면으로 내세운 판례가 없어서 학계와 실무 모두에서 일부 혼동이 있어왔고(특히 후단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내용을 정확히 기재한 교과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18. 6. 29. 선고 2018다1049 판결이 정확히 위와 같이 판시를 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는 비록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그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를 하였고, 위 대법원 판결의 원용으로 상대방 변호사의 위 첫 번째 항변을 간단하게(?) 물리칠 수 있었다.

   
상대방 변호사의 두 번째 항변은, 친모 사망 당시 시행 민법에 의할 때 원고들은 동일가적(호적)내에 없는 여자에 해당하므로, 그 상속분은 남자의 상속분의 4분의 1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친모 사망 당시의 민법이 제1009조 제2항에서 "동일가적내에 없는 여자의 상속분은 남자의 상속분의 4분의 1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앞서 언급하였듯이 의뢰인들은 친모가 법률상의 배우자가 아닌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새 남자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딸들이었으므로, 동일가적(호적)내에 없었던 것은 맞기 때문에, 상대방 변호사의 위 주장은 일응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 변호사의 위 주장은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9다1332, 1333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그 이유 내지 사유를 가리지 않고 여자가 동일가적 내에 없게 된 때에는 획일적으로 남자의 상속분의 4분의 1로 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다수의견은 당해 여자(A, B)의 귀책 사유(출가 또는 이혼)로 동일가적 내에 없게 된 경우에만 위 법률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고, 당해 여자 본인이 아닌 그 친모의 귀책 사유(분가, 이혼, 출가 등)로 인해 당해 여자가 동일가적 내에 없게 된 경우에까지 위 법률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의할 때, A와 B가 동일가적내에 없게 된 것은 A와 B의 귀책 사유가 아닌 그 친모의 귀책 사유이므로, 위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A와 B는 일반원칙에 따라 남자인 C와 동등하게 균분 상속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고, 이로써 상대방 변호사의 두 번째 항변도 가볍게(?) 배척하였다.

참고로 1979년에 대법원이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 및 여러 유교적인 관습 등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권 신장의 측면에서 위와 같은 전향적이고도 획기적인 판결을 내린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상대방 변호사의 세 번째 항변은, 위 친모 사망 당시 피고(C)가 호주상속을 하였으므로, 친모 사망 당시 시행 민법에 의해 피고는 그 고유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친모 사망 당시 민법이 제1009조 제1항 후문에서  "그러나 재산상속인이 동시에 호주상속을 할 경우에는 상속분은 그 고유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친모는 애초에 호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피고(C)는 위 친모의 사망과 동시에 호주상속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 친모 사망 당시 호주는 피고(C)의 부친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굳이 대법원 판례를 원용할 필요조차 없지만, 대법원 1981. 5. 26. 80다3092 판결도 "을은 사망 당시 호주가 아니어서 병은 호주상속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민법 제1009조 제1항 단서인 호주상속인의 상속분가산규정에 의거하여 그 고유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였음은 위법이다"라고 판시하고 있어서, 어느 모로 보더라도 상대방 변호사의 위 세 번째 항변 역시 이유 없음이 명백하였다.

4. 위와 같은 법리공방에서는 피고가 다 막히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피고는 원고들이 망인의 친딸이 정말 맞는지 믿을 수 없다며, 입증책임이 있는 원고들이 그것을 '가사소송'에서 먼저 입증하고 오라고 하였고, 앞서 언급하였듯이 '가사소송'으로 가게 되는 경우 그 소송은 제척기간 도과로 인해 필패가 불을 보듯 뻔하였기 때문에, 나는 가사소송이 아닌 위 민사소송에서 원고들과 피고를 상대로 동일 모계 여부 확인을 위한 유전자감정신청을 하였다.

당초에는 피고도 위 유전자감정에 협조할 것처럼 말하였으나, 막상 법원이 유전자감정촉탁을 하자, 피고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온갖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감정이 상했다느니) 위 유전자감정에 응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위 입증에 대한 책임은 원고에게 있는 만큼 원고가 위 입증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상 위 청구는 기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민사소송에서는, 수검을 강제할 수 있는 가사소송에서와 같은 '수검명령' 제도가 없다는 것을 간파한 피고 측이, 위 부분을 원고들의 입증 실패로 돌려 이 사건 청구를 기각시키려는 심산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에 원고들은 친모의 오빠인 외삼촌(현재 생존해 있는 친모의 유일한 형제)에게 유전자감정을 부탁하였으나, 이미 피고가 손을 썼는지 외삼촌은 원고들의 요청을 거부하였고, 위 소송은 최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나는 eye fake(농구나 축구, 격투기 등의 운동에서 공격수가 일부러 다른 곳을 쳐다보아 수비수로 하여금 순간 그것에 집중하게 만들어 혼란에 빠뜨리고 공격을 성공시키는 기술)를 쓰기로 하였다.

우선 유전자검사원에 문의하여, 부계와 달리 동일 모계 확인의 경우에는 망인의 형제자매나 직계존비속이 아니라 하더라도, 망인의 자매의 자녀(원고들 입장에서는 이종사촌) 또는 망인의 자매의 자녀의 자녀(원고들 입장에서는 이종질)와의 유전자 검사로도 동일 모계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나는 의뢰인들에게 이종사촌 또는 이종질 중 한 명을 어떻게든 섭외할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가 더 이상 다른 친척들에게 손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피고를 상대로 "석명처분 신청"을 하였다.

민사소송법 제140조 제1항 제1호는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 본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출석하도록 명하는"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규칙 제29조의2 제1항 역시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 본인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출석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나는 위 법령 규정들에 기초하여 '피고는 본 처분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유전자검사원에 출석하여 동 법원이 신체감정촉탁한 내용대로 검사를 받을 것'을 피고에게 명하는 석명처분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신청하였다.

물론 위 신청은 eye fake였다(더욱이 위 신청은 앞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강제성도 없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 신청에 대한 법리 공방에 몰두하게 만든 다음, (상대방의 방해 공작 없이) 우리는 뒤로 다른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이종사촌 중 한 분을 섭외하는 데에 성공하게 되었고, 피고 모르게(피고는 여전히 위 석명처분 신청만 신경 쓰고 있었다) 법원이 감정을 촉탁한 기관으로부터 동일모계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를 다 완료하고 유전자검사결과까지 나온 것을 확인한 후에(그리고 유전자검사원으로부터 동 결과가 법원으로 이미 발송이 되었다는 것과 위 검사 결과에서 동일 모계로 확인이 되었다는 사실까지를 구두로 확인받은 후에), 나는 피고에 대한 위 석명처분 신청을 철회하였다.
     
위 검사 결과에 의해, 원고들이 망인의 친딸임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5. 모든 공방이 끝난 후에, 재판장님께서는 특히 피고에게 화해를 권고하셨고(원고는 받아들이겠다고 하였음), 피고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기일 속행을 요청하였으나, 끝끝내 화해를 거부하였다.

아울러 재판장님께서는 기일을 두 번이나 속행하시면서까지, 앞서 살펴본 법리 공방과 관련하여 상대방 변호사에게 재반박할 것이 있다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변호사는 기일이 두 번이나 추가로 속행되는 동안 단 한 마디의 재반박도 하지 못하였고(서면도 미제출), 결국 아래와 같이 원고들 전부 승소 판결이 선고 되었다.

당초 피고는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승소하고야 말겠다고 엄포를 놓았었으나, 위 1심 판결 이후 항소를 포기하였고, 위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그 후 소송비용확정결정에 따른 소송비용도 원고들에게 즉시 다 지급하였다.

진정명의회복을원인으로한 소유권이전등기 이행 판결 선고 및 동 판결의 확정에 따라, 원고들은 별도의 추가 절차(?) 없이 피고가 참칭상속인으로서 경료한 원고들 상속지분 상당의 등기를 말소함과 동시에 곧바로 원고들 앞으로 본인들의 상속지분에 따른 상속등기를 경료 완료하였음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내로라하는,
기라성 같은 전관 변호사들과 싸워
숱하게(라고 쓰고 '거의 대부분'이라고 읽는다) 이겨왔다.
 
제아무리 전관 변호사라 하더라도,
진실에 터 잡은 정의의 외침을 이길 수는 없다.


PS. 이 소송이 다 끝나고 예전에 가족법을 배운 현소혜 교수님이 생각났다.

가족법 기말고사가 끝난 후 따로 불러 저녁을 사주셨는데, 아직 정식 채점은 해보지 않았지만 정선생님(?)이 기말고사 1등인 것 같다고 하시며, 예비 법률가였던 나에게 법률적 지식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과 인격에서도 큰 가르침을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가족법 학계에서 최대 난제로 꼽히는 '대리모 문제'에 대해서 함께 의논을 하였던 기억이 있다.

위 저녁 식사 직후 집으로 돌아가,  나는 시험문제 중 일부에 대해 '학문적 관심'에서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였고, 교수님께서는 나에게 아래와 같이 답장을 하였다.

"안녕하세요? 현소혜입니다.

대개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당분간은 그 문제를 쳐다보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렇게 계속 탐구하시는 모습이 제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확하게 지적하신대로, 합의에 의해 지급한 경우와 확정판결에 따라 지급한 경우는 분명 판단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점을 고려해서 대법원 1995. 1. 24. 선고 93다32200 판결을 기초로 사례문제를 만든 것이구요. 꽤 많은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여러 명의 답안에서 피고가 "확정판결"에 따라 금전을 지급한 것이므로 과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서술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실무에 진출하신 후에도 아래와 같이 판례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당해 사안에 적용될 수 있는 판시를 찾아내는 작업을 계속하신다면 정말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로 명성을 드날리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의 승소의 기쁨을 보고싶은 현소혜 교수님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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