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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Jun 08. 2019

자기 책을 내 보자

막연하고 은밀한 꿈을 손에 잡히는 현실로.

원문 : http://jaeminahyo.com/?p=16369

주 : 오래전에 썼던 글이라 겸연쩍은 마음이지만, 브런치를 시작하는 글로서는 제격이라는 생각에 올립니다. 지금 이 주제로 글을 쓴다면, '브런치 작가가 되어 보자!'라는 내용으로 마지막 단락을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시작하며- 


어떻게  하다 보니 지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거쳐 책을 내게 되었는데, 가끔씩 책을 냈다는 사실에 대해서 신기해  하시거나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이나 계기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반응을 접하게 된다. 흘러 다니는 정보의 절대량이 커지고 유통되는  경로도 다양해져서 인쇄된 활자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많이 퇴색한 요즘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기 책을 낸다는 일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이 작지 않은 것 같다. 

내용이나 완성도, 판매량이나 인기 등에 상관없이 어떤 책을 내게 된 계기나 과정은, 나름대로 한 번쯤은 곱씹어 볼 만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내면서 경험했던 일들과 느꼈던 점들을 간단하게 짚어 보려 한다. 이 내용들이 당연히 “정답”은 아니다.  책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작가와 편집인의 성향에 따라 수많은 다른 소감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책들을 두고  잘난 체하려는 욕심이라기보다는, 소박한 경험을 선후배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고, 부담 없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습관이나 취미로 콘텐츠를 만든다- 


전업  작가나 학자가 아닌 이상, 책을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집중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시간과 노력을 단기간에 많이  투자하기 힘들다면, 평소에 습관이나 취미처럼 꾸준히 콘텐츠를 쌓아 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오랫동안 꾸준히 많은 양이 쌓이다 보면, 누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2004년  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꾸준히 오래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블로그 포스팅이 세 끼 식사를 하거나 매일 밤 잠을  자는 것 같은 일상적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간단한 소감과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포스팅들인데, 따지고 보면 대단한 이야기들이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쌓이다 보니 낱개의 파편들이 조합되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의미가 생산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의미들이 또 한 번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책으로 연결된 것 같다.

사실은  블로그를 운영하기 오래전부터 틈틈이 단편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짧은 글로 정리해 놓곤 했었다. ‘일기 쓰기’가 가장 큰  취미였는데, 입학에서 졸업까지 7년 여 동안의 대학생활 동안 기록해 놓은 일기가 노트 서른 권 가까이 정도 되는 분량이었으니,  제법 ‘오랫동안’,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즐겨’ 쓴 셈이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로 시시콜콜한 일상 풍경들을 찍어  놓은 사진들도 적은 양이 아니었는데, 단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쌓아 놓고 있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 두  가지 오래된 습관 혹은 취미가 블로그 포스팅이라는 형식으로 행복하게 발전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무엇인가를 꾸준히 기록해 두는 습관이 책을 내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 같다. 


-습관이나 취미도 기왕이면 ‘전략적’으로 발전시켜보자- 


습관이나  취미는 즐거움이 우선이다. 다른 목표를 위해 억지로 갖는 습관이나 취미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즐거움에서 비롯된 습관이나  취미도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출판이나 재테크 등 부가적인 목표에 쉽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취미라면, 기왕이면 만드는 과정을 간단하게라도 기록해두자. 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고민하면서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당시의 에피소드나 소감을 간단하게 메모해두자. 완성된 결과물과 함께 관련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편이 적어도  책을 내기에는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 책은 결국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라면, 특별히 애정을 갖게 된 피사체나 특정 장르에 대해 공부를 해본다든지 (예를 들어  인물사진의 역사에 대한 공부), 관심사를 좀 더 세분화해서 깊게 집중하는 것도 괜찮겠다. (예를 들어 그냥 인물사진이 아니라  40대 샐러리맨의 인물사진) 관심사가 좁아지고 깊어지면, 쌓인 결과물로부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솟아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처럼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지는 책도 있지만, 이미지가 텍스트 못지않게 중요한 책들도 많다.

어떤  이미지를 어떤 대목에서 사용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느낌이 좋다고 생각되는 이미지는 처음부터 언젠가 인쇄될 것을 염두에  두고 고화질로 찍어두는 편이 낫겠다. 인쇄물에서 소화되는 유효 크기는 모니터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의 크기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두자. 더불어, 찍은 사진들을 주제별로, 혹은 날짜 별로 잘 갈무리해두는 편이 좋겠다. 찍은 기억은 나는데 어느 폴더에  어떤 이름의 파일로 저장되어 있는지 모르는 사진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전략들’이 본래의 즐거움을 해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가적인 목표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취미  본연의 즐거움을 살릴 수 있고, 나아가 크게 번거롭지도 않아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전략적 방법’을 찾아보자. 


-예비 작가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것만큼이나, 출판사들은 좋은 작가를 ‘간절히’ 찾고 싶어 한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거대 출판사가 먼저 접근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필작가를 붙여주기도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처음  책을 내려고 하는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아무런 연줄이나 전문 지식 없이 출판사를 섭외하는 것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쯤 지난 2007년 초, 그동안 꾸준히 올린 블로그 포스팅의 양이 제법 쌓였다는 판단이 들어서 책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긴 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일단 부딪쳐보기로 했다. 대형 서점의 디자인 코너에 가서 예쁘게 보이는 책들에 표기되어 있는 출판사의 연락처를 메모했다. 되도록 많은 출판사들을 상대로 연락해야 할 일이었다. 이메일을 보내는 데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마흔 개 정도의 출판사  연락처를 확보해서, 일종의 스팸메일을 보냈다. 대강 “나는 이런 사람인데, 이런 내용의 콘텐츠들을 갖고 있고, 이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이런 취지의 책을 당신들과 함께 내고 싶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의외로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중에서는 지금은 다른 기획이 있어서 바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던 곳도 있었고, 출판사의 실무자는 진행하고 싶어 하는데 출판사 수뇌부에서 퇴짜를 놓은 경우도  있었고, 검증이 되지 않은 작가이니 출판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달라는 곳도 있었다. 몇 주 동안 이런저런 해프닝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알맞은 출판사를 찾게 되었다. 

출판사를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섭외 과정에서 내 콘텐츠에 대해 호의를 갖고 관심을 기울여주는 출판사 직원들을 사귀게 될  수도 있고, 언젠가 그 직원이 다른 출판사를 소개해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당장 계약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출판사를  대상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설명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듣는 과정을, 책을 내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공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절대로 소모적이기만 한 일이 아닌 것이다. 당장의 실패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던 일이 거짓말처럼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좋은 출판사를 섭외하는 일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출판사 섭외 과정에서 느낀 점은, “예비 작가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마음 못지않게, 출판사들 또한 좋은 작가를  간절히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문턱이 아주 높진 않다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책은 누구도 사지 않는 책이 되기 쉽다- 


처음에는 그동안 쌓은 블로그의 거의 모든 콘텐츠들을 책에 담아낼 생각이었다. 내 눈에는 하나하나의 블로그 포스팅들이 모두 의미 있어  보였고, 그 와중에 어떤 꼭지를 버린다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출판사 측에서는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가능한 좁게 압축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예를  들어서, 막연한 “요리” 보다는 “일본요리”가 낫고, 그냥 “일본요리”보다는 “일본식 도시락 요리”가, 그리고 “일본식 도시락  요리”보다는 “자녀들을 위한 일본식 도시락 요리”가 좋다. 더 좋은 것은, “입시 준비를 하는 자녀들을 위한 일본식 도시락  요리”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입시 준비를 하는 자녀들을 위한 일본식 저칼로리 도시락 요리”다.

주제가 좁아지면 내용이 깊어지면서 책을 살 만한 사람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어느 정도의 완성도와 더불어 최소한의 상업적인 성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제를  좁히기 위해서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주 강하게 압축해야 하고, 주제를 압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다 담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쉽지 않지만, 하고 나면 굉장히 후련해진다. 


-어설프게 상업성을 가늠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생각, ‘초심’에 집중하자- 


큰 마음먹고 내는 책이라, 기왕이면 많이, 널리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된다. 그래서 주제를 정할 때 관련된 트렌드나 출판시장의 동향 등을 나름대로 엿보고 분석하게 된다. 

그런데,  유행을 의식하는 순간 “책을 내려는 이유”에 관련된 초심이 흐려지고, 콘텐츠는 가면 갈수록 맹탕이 되기 쉽다. 아무래도 눈치를  보다 보면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무디어지기 쉬운 법이다. 게다가, 대형 출판사의 경우 그런 흐름들에 대해 연구하고  상품성을 검토하는 전문 부서가 있기 마련인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들락거리며 베스트셀러를 분석한다고 해도, 비전문가인  작가 입장에서는 아마추어적인 어설픈 분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유행이니  트렌드니, “베스트셀러의 법칙” 같은 문제들은 깨끗하게 무시해 버리고,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자기 자신이 쌓아 온 콘텐츠에 충실한 다음, 과연 그러한 콘텐츠가 실제로 잘 팔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판단은 과감하게 출판사에 넘겨주자.  


-‘갑’과 ‘을’이라 적혀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관계가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책의 제목과 대강의 목차가 잠정적으로 정해지고, 삼분의 일 정도의 본문이 일차적으로 완성되었을  때,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원한다면 1판 1쇄 분량에 해당하는 인세의 일부를 먼저 받을 수도 있다. (선인세) 나머지 인세는 책이 출판되는 시점에 받게 된다. 

계약서를  보면, 작가를 갑이라 칭하고 출판사를 을이라 칭한다는 내용이 제일 먼저 등장한다. 매번 을이 되어 갑을 위해 서비스를 해 온  입장에서, 참으로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책 내는 일을 경험해 보니 그렇게 간단한 관계가 아니었다. 작가가 자기 돈을  들여서 내는 책이 아닌 이상 (자비 출판), 출판사는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콘텐츠의 출판과 유통에 관한  비용을 미리 부담하는, 투자자의 입장이 된다. 영화로 말하면 제작자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출판사가 거꾸로 진정한 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계약서에 표기된 ‘갑’이라는 말은, 작가를 존중해주기 위한 표면적인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최소 수 만권의 판매가 보장되는 검증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1차로 쓴 원고가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책으로 굳어지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제목이나 목차, 하다못해 책 표지나 띄지에 곁들여지는 광고 문구 또한 작가 마음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만들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자존심을 상해하거나 뜬금없는 감정싸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출판사(편집인)의 의견을 작가정신에 도전하는 참견이라 생각하지 말고, 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도움말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포기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작가의 이름으로  나오는 책인 만큼, 책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끝까지 지키는 것은 결국 작가의 몫이다. 다만, 작가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  주는 출판사와,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책을 만들어 나아가는 실무 편집인의 입장과 경험을 존중해주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편집인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친구가 된다- 


출판사 소속의 실무 편집인과 함께 책을 만들어가다 보면, 내 생각이나 성향을 놀랄 만큼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친구를 새롭게 얻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친한 벗을 일컬어 지음(知音)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자기가 연주하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내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해 왔는지, 그리고 그렇게 무르익은 생각들을 책으로 다듬어 어떤 사람들을 향해 무슨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편집인은, 문자 그대로 나의 소중한 지음(知音) 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 것은 예상치 못했던 큰 선물이었다. 역량과 여건이 허락되는 한 계속 책을 내고 싶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장을 죽이는 쾌감에 익숙해지자- 


문체는  작가 개인의 개성이기 때문에, 길게 늘어지는 문장이 좋은지, 짧고 간단한 문장이 좋은지 함부로 말하기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적어도 내 경우에는, 단어와 문장을 하나하나씩 줄이는 동안 글이 한결 산뜻해지고 글에 담긴 뜻이 훨씬 명확해졌던 것  같다. 너 댓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긴 글을 다듬고 또 다듬어 두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로 손질하면서도 의도하고자 했던  의미를 상처 없이 고스란히 살려냈을 때의 쾌감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했다. 글을 솜씨 있게 쓰기 위한 훈련은 동시에 생각을  조리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보다 쉽고 간단하고 명쾌하게 글을 쓰도록 노력하는 것은, 책을 읽을 독자들을 향해 보다 진솔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쓰다 보면, 단지 책을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상한 우월감에 빠질 때도 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리고 있을 때도 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나 비평가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래서 어설픈 손찌검을 받고 싶진 않다는, 일종의 방어적인 심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고 정말로 존중받고자 한다면, 현학적이고 늘어지는 문장 뒤에 비겁하게 숨을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건강하고 탄탄하게 키운 뒤 그 생각을 담담하고 명료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교정은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침이 없다- 


책이  완성되기까지 작가와 편집인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여러 번 원고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책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는 출판사 내  다른 직원들도 한두 번쯤은 보게 된다. 더 나아가, 출판사 측에서 별도의 사례를 하고 전문가를 고용하여 교정을 보기도 한다.  문법 상의 오류를 검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문법과 상관없는 표현이나 문체의 어색함까지 살펴보는 전문가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검증을 하는 데도 불구하고, 책이 나오고 나면 그제야 갑자기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 끈기를 두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원고를 살펴 보되, 인쇄되기 전의 편집본을  다양한 계층의 지인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넓게 펼쳐질 세상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두자- 


책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홍보가 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일이겠지만, 책을 발표하고 나면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만날 일도 생길 수 있고, 매스미디어를 상대로 자신의 책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어차피  자신의 생각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만든 책이니, 기왕이면 제대로 홍보되어 유감없이 팔리게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과장되게  포장해서 호들갑 떨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의 책을 쉽고 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해서 나쁠 일은 없겠다.

대개의  경우 출판사 측에서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신문사를 비롯한 언론기관이나 인터넷 서점에 전달하기 위한  문건), 보도자료에 상관없이, 책을 쓴 취지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짧고 간단한 설명을 미리 연습해 두는 것도 좋다.  언제 무슨 계기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책 소개를 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각종 신문사나 잡지사, 더 나아가 방송국 관계자들과 만나는 일도 생길 수 있는데, 그냥 기분 좋게 만나고 잊어버리기보다는, 그  사람들의 연락처를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사적인 친분으로 계속 사귀어도 좋을 것이겠고, 다음 책을 내었을 때  인사를 겸해서 연락해서 알려준다면, 아주 효과적인 홍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내며- 


가끔  인세 수입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이 있는데,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 이상, 생계에 의미가 있는 수입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냈을 사람들과 친해지게 된다든지,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 널리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일  등, 꼭 물질적인 수입이 아니더라도 책을 내서 좋은 일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장 의미 있는 일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책을 내는 순간 내 몸의 어느 일부분이 깨끗하게 비워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고, 그런 공복감은 곧바로  계속되어야 할 공부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진다. 

이  글을 통해 책을 낸다는 일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님을 실감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는 자기 이름의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그리고, 굳이 책을 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내는 일에 대해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흥미로운 글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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