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의 일기 No.1]
직장에서 수업을 70퍼센트 정도로 줄였다. 수입도 당연히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줄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계획이 멈춰진 대신 나는 일상을 살기로 했다.
그동안 지나친 수업에 치여 엉망이었던 내 생활의 일상을 회복하기로 한 것이다.
집안일을 몰아서 하는 대신 매일 조금씩 하며 나의 공간을 삶의 공간으로 만들고 다시, 요거트를 만들고 밑반찬을 조금 사 두거나 만들어 두고 집에서 더 자주 밥을 먹을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출근 전에 동네 산책도 할 수 있고 근처에 사는 지인과 식사를 할 수도 있겠지.
퇴근 후에는 수업 준비나 숙제 검사 등 못다 한 일을 하거나, 지쳐 쓰러져 좀비처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책을 읽고 나를 채우는 일을 찾아 할 것이다.
그리고 소소한 몰입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책의 좋은 문구들을 필사해 보고 이것저것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에 몰두하여 짧은 시간들을 보낼 거다.
그렇게 직장이, 직장의 수업 배정 책임자가 나를, 우리를 수업하는 기계로 생각하여 자기들이 필요할 때 하루에 여덟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수업을 배정한 기간 동안 잃었던 나의 일상을 되찾아 보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상을 회복하더라도 내 직장과 직장의 책임자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일은 당연히도 절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우리의 인간적인 삶,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수업을 줄인 게 아니다. 단지 계획도 비전도 없는 행정과 비인간적인 수업 배정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나는 여전히 나의 줄어든 수입과 그에 따른 불편함을 실감할 때마다 내 직장과 직장의 책임자에 대한 원망도 함께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살면서 더 건강하게 하루를 일주일을 그리고 더 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일상을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