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할극은 이제 그만
회의 시작 10분 전.
화장실에서 급하게 ChatGPT를 켰다.
"너는 AI 보안 전문가야. 기업 임원들에게 설명하듯이 AI 보안 이슈를 설명해줘."
그래, 이거다. Role-prompting. 유튜브에서 봤어. AI한테 역할을 주면 전문가처럼 답한다고.
AI가 쏟아냈다. "프롬프트 인젝션은 악의적인 입력을 통해..." "데이터 포이즈닝은 학습 데이터를 오염시켜..." "모델 인버전 공격은 역공학을 통해..."
오, 전문 용어 개많네? 이거다. 외우자. 빨리.
회의실로 돌아왔다.
"김대리, 이 AI 보안이슈 요즘 핫하던데, 어떻게 생각해?"
박상무의 질문. 준비된 답변을 시작했다.
"네, 상무님. AI 보안 이슈는 크게 프롬프트 인젝션, 데이터 포이즈닝, 모델 인버전으로 나뉩니다. 프롬프트 인젝션은 악의적인 입력을 통해 시스템을 조작하는..."
박상무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김대리."
"네?"
"누가 지금 단어 뜻을 물어봤나? 자네는 단어장이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뭘 대비해야 하는지 그걸 듣고 싶은 건데. 구글 번역기 읽기 대회 하자는 거 아니잖아."
회의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 킥킥거렸다.
"좀 더... 실무적으로 준비해와."
역할극의 결과? AI는 전문가 '흉내'만 냈다. 나는 그걸 그대로 읊은 바보가 됐다.
━━━━━━━━━━━━━━━━━━━━━━━━━━━
왜 항상 이럴까.
분명 준비했는데. AI까지 썼는데. 왜 더 바보같이 보였을까.
Role-prompting? 개뿔이었다.
"너는 전문가야"라고 하면 뭐하나. 전문가처럼 '말'만 할 뿐, 내가 필요한 '답'은 안 준다.
회사 생활 10년차. 나름 중견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입사원들은 ChatGPT로 뭐든 뚝딱 만들어낸다. 나는? "AI가 뭐 그렇게 대단해?"라고 속으로만 중얼거린다.
그러면서도 AI 없으면 불안하다. 이 모순적인 상황.
박상무 앞에서 망신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김대리는 좀... 준비를 제대로 해야겠네."
그의 한숨 섞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진짜 문제가 뭔지 알았다. AI를 쓰는 방법을 잘못 배웠다.
━━━━━━━━━━━━━━━━━━━━━━━━━━━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본 글
"ChatGPT로 진짜 똑똑해 보이는 법?"
또 낚시겠지. 근데 댓글이 심상치 않았다.
"role-prompting은 쓰레기임. few-shot이 진짜"
"decomposition 모르면 AI 반도 못 씀"
"chain of thought는 기본 중의 기본"
"context 안 주고 쓰는 사람 진짜 많더라"
"self-criticism 안 쓰면 팩트체크 불가능"
뭔 소리야 이게.
구글링했다. 충격적이었다.
알고 보니 AI한테 물어보는 방법에도 '급'이 있다는 거였다.
대부분은 틀렸다. 특히 그 유명한 "너는 전문가야" 이거. 완전 초보 방법이었다.
내가 모르는 걸 아는 척할 수 있다고? 심지어 박상무가 감탄할 정도로?
진짜가 따로 있었다. 5개의 비밀이.
━━━━━━━━━━━━━━━━━━━━━━━━━━━
Few-shot이 뭐냐고? '몇 번의 시범'이라는 뜻이다.
이연복이 요리 가르칠 때를 생각해봐. "짜장면 만들어" → 견습생 멘붕 "자, 내가 먼저 하나 만들게. 춘장은 1분 30초, 야채는 이 크기로. 이제 네가 해봐" → 성공
AI도 똑같다. 예시를 보여주면 갑자기 똑똑해진다.
전에는 이랬다:
"AI 보안 이슈 정리해줘"
이제는 이렇게:
다음 형식으로 AI 보안 이슈를 정리해줘:
예시:
이슈: 데이터 유출
설명: 직원이 기밀정보를 AI에 입력해서 발생하는 문제
우리 회사 영향: 고객 정보나 영업 비밀이 ChatGPT 학습에 쓰일 위험
대응방안: AI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 민감정보 입력 금지 교육
이제 최근 주목받는 AI 보안 이슈 3개를 위 형식으로 정리해줘.
차이가 확 났다. AI가 내가 원하는 형식으로, 우리 회사 관점에서 정리해줬다.
박상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였다. 용어 설명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
━━━━━━━━━━━━━━━━━━━━━━━━━━━
Decomposition. 분해하기.
이연복한테 "내일 VIP 위한 코스 요리 전체 메뉴 짜줘"라고 하면?
아무리 이연복이라도 한 번에 답하기 어렵다.
근데 이렇게 물으면?
"몇 명이야"
"예산은"
"못 먹는 음식은"
"그럼 전채 3개 추천해줘"
"메인은 뭐가 좋을까?"
하나씩 물으니까 완벽한 코스가 나온다.
전에는:
"AI 보안 이슈 설명하고 우리 회사 영향이랑 대응방안까지 다 정리해줘"
이제는:
"최근 기업에서 문제된 AI 보안 사고 3개만 알려줘"
"이 중에서 금융업에 가장 위험한 게 뭐야?"
"그것만 자세히 설명해줘. 실제 피해 사례 중심으로"
"우리 같은 중소 금융사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 3개만"
"이걸 임원 보고용으로 한 페이지로 요약해줘"
단계별로 쪼개니까 AI가 헷갈리지 않았다. 각 단계마다 정확한 답을 줬다.
박상무가 궁금해하는 핵심만 뽑아낼 수 있었다.
━━━━━━━━━━━━━━━━━━━━━━━━━━━
이게 진짜 게임 체인저였다.
Chain of Thought. 생각의 사슬. "단계별로 생각해서 답해줘"라는 마법의 한 마디.
예를 들어보자.
전에는:
"우리 회사에 AI 도입하면 ROI가 어떻게 될까?"
이제는:
"우리 회사에 AI 도입 시 ROI를 분석해줘.
단계별로 생각하면서 답해봐:
현재 비용 구조 파악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 식별
예상 비용 절감액 계산
AI 도입 비용 추정
투자 회수 기간 도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AI가 정말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먼저 현재 상황을 분석해보면..."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따라서 결론은..."
논리적 흐름이 생겼다. 숫자도 더 정확해졌다.
박상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로 이거다. 단순 답변이 아닌, 논리적 분석.
━━━━━━━━━━━━━━━━━━━━━━━━━━━
AI는 똑똑하지만 눈치는 없다.
누구한테 설명하는지, 왜 필요한지 모른다. 그래서 알려줘야 한다.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다.
전에는:
"AI 보안 대책 설명해줘"
이제는:
"AI 보안 대책 설명해줘.
상황: 내일 임원회의 5분 발표
청중: AI를 잘 모르는 50-60대 임원진
목적: AI 보안 예산 1억 승인받기
핵심: 돈 안 쓰면 큰일 난다는 메시지"
완전히 다른 답이 나왔다.
전문용어 없이, 은행 해킹 사례로 시작. "작년 A은행 AI 챗봇 해킹으로 50억 손실" "우리도 당할 수 있다" "1억 투자로 50억 손실 막는다"
이게 진짜 맥락의 힘이다.
같은 질문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답해야 한다.
임원 보고용: 숫자와 리스크 중심
팀원 교육용: 구체적 사례와 방법론
고객 설명용: 쉬운 비유와 안전성 강조
AI는 우리가 알려주는 만큼만 안다.
━━━━━━━━━━━━━━━━━━━━━━━━━━━
마지막 비밀. 가장 중요한 것.
이연복도 요리하다가 간 본다. "음... 좀 짜네? 다시 해야겠다."
근데 AI는? 한 번 뱉으면 끝이다. 간도 안 보고 "완성!" 한다.
그래서 우리가 시켜야 한다.
"방금 네가 쓴 내용 다시 검토해봐.
특히:
숫자나 날짜가 정확한지
논리적으로 맞는지
과장되거나 틀린 부분은 없는지
수정할 부분 있으면 고쳐줘."
진짜로 고친다.
"아, 제가 2023년이라고 했는데 2024년이 맞네요" "50억 손실은 확인이 안 된 추정치라서 '최대 50억'으로 수정합니다" "이 부분은 논리적 비약이 있어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이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박상무가 "이거 팩트야?"라고 물으면 끝이니까.
특히 숫자 들어간 보고서는 필수다. AI도 완벽하지 않다.
━━━━━━━━━━━━━━━━━━━━━━━━━━━
다음 주 회의.
박상무가 또 물었다. "김대리, 지난번 그 AI 보안 이슈, 제대로 공부했나?"
이번엔 달랐다. 회의 5분 전, 화장실에서 5개 비밀을 다 썼다.
최근 금융권 AI 보안 사고 사례 3개 알려줘.
각각:
사고명
피해 규모
핵심 원인
예시:
사고명: A은행 챗봇 고객정보 유출
피해 규모: 고객 1만명 개인정보 노출
핵심 원인: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에 무방비
'프롬프트 인젝션'이 뭔지 ATM 해킹에 비유해서 설명해줘.
청중은 IT 모르는 60대 임원이야.
우리 은행이 AI 도입할 때 필수 보안 조치를 단계별로 분석해줘.
각 단계마다 비용과 효과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내용에서 틀리거나 과장된 부분 있으면 수정해줘.
회의실로 돌아왔다.
"네, 상무님. 한 가지 비유로 설명드리겠습니다."
"ATM 기계는 카드와 비밀번호로 보호되죠? 그런데 만약 누군가 기계 자체를 속여서 '모든 돈을 뱉어내'라고 명령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상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게 바로 AI 시대의 새로운 위험, 프롬프트 인젝션입니다. 실제로 작년 미국 B은행은 이 공격으로..."
구체적 사례. 쉬운 비유. 우리 은행에 필요한 조치. 5분 만에 완벽하게 설명했다.
"김대리, 이제 제대로 이해하고 있구먼. 보안팀이랑 TF 꾸려서 대책 마련해봐."
팀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존경이 섞인 눈빛.
━━━━━━━━━━━━━━━━━━━━━━━━━━━
변화는 빠르게 찾아왔다.
"김대리님, AI로 보고서 만드는 법 좀 알려주세요." 신입사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거? 간단해. 먼저 예시를 보여주고..." 5개 비밀을 전수했다.
어느 날, 박상무가 불렀다. "김대리, 다음 주 금융보안 컨퍼런스에서 우리 은행 사례 발표 좀 해줘."
"네? 저요?"
"자네가 요즘 AI 쪽은 제일 잘 아는 것 같던데. '우리 은행의 AI 보안 대응 전략' 주제로 20분."
외부 발표라니. 1년 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발표 당일. 200명의 청중 앞에 섰다.
떨리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5분이면 충분하다는 걸. 화장실에서 AI와 함께 준비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대리가 아닙니다."
청중이 웃었다.
"저는 AI와 함께 일하는 김대리입니다. 오늘은 AI를 똑똑하게 부리는 방법을 공유하겠습니다."
발표는 대성공이었다. "김대리님 명함 좀..." 줄이 섰다.
연말 인사평가. "김대리는 올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직원이었습니다."
연봉협상에서 15% 인상. "AI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평가와 함께.
━━━━━━━━━━━━━━━━━━━━━━━━━━━
자, 정리하자.
AI와 대화하는 5개 필살기:
1. 예시를 보여줘라 (Few-shot)
나쁜 예: "보고서 작성해줘"
좋은 예: "이런 형식으로 작성해줘: [예시]"
2. 단계별로 쪼개라 (Decomposition)
나쁜 예: "전체 분석해줘"
좋은 예: "1) 현황 파악 2) 문제점 3) 해결책"
3. 생각 과정을 보여달라고 해라 (Chain of Thought)
추가하면 좋은 문구: "단계별로 생각하면서 답해줘"
4.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줘라 (Context)
필수 정보: 청중, 목적, 시간, 형식
5. 다시 확인시켜라 (Self-criticism)
마지막 질문: "방금 답변에서 수정할 부분 있으면 고쳐줘"
상황별 실전 템플릿:
발표 준비:
주제: [주제]
시간: [X분]
청중: [특성]
목적: [목표]
위 조건으로 발표 구성 짜줘.
예시:
도입: 흥미로운 질문
전개: 핵심 3가지
결론: 행동 촉구
이메일 작성:
다음 내용을 [정중한/친근한/공식적인] 이메일로 작성해줘:
핵심 메시지: [내용]
받는 사람: [직급/관계]
분량: [X줄]
예시 시작: "안녕하세요, [인사말]"
보고서 검토:
아래 내용을 검토해줘:
[내용]
단계별로 확인하면서:
논리적 오류
빠진 정보
과장된 표현
개선 제안
━━━━━━━━━━━━━━━━━━━━━━━━━━━
나는 여전히 AI 전문가가 아니다. 프롬프트 인젝션의 기술적 원리를 코드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누구보다 잘 설명한다. 임원이 이해할 수 있게. 신입이 따라할 수 있게. 고객이 신뢰할 수 있게.
"너는 전문가야" 하며 역할극 시키던 나. 단어장 외워서 망신당하던 나.
이제는 안다. AI는 역할극 상대가 아니다. 똑똑한 비서다.
제대로 물어보면, 제대로 답한다.
당신도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5분이면 충분하다.
오늘부터 시작하라. 이 문장을 복사해서:
[설명할 주제]에 대해 알려줘.
청중: [청중 특성]
시간: [X분]
목적: [목표]
예시 형식:
핵심 메시지:
쉬운 비유:
구체적 사례:
행동 제안:
단계별로 생각하면서 작성하고, 마지막에 검토해서 수정해줘.
발표의 신? 별거 없다.
그냥 AI한테 제대로 물어보는 사람이다.
당신은 언제 박상무 앞에서 망신당했나요? 이제 어떤 질문이 와도 자신 있나요?
#AI활용법 #ChatGPT마스터 #프롬프팅스킬 #직장인필수 #발표의신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