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내가 내린
무수한 결정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먹고, 먹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 것인가.
지금 내가 경험하는 일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끝없는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언제나 같은 선택을 하고
같은 실수를 하고,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무의식적인 삶의 굴레에
갇히기 쉽다.
내가 매일 침묵의 시간을 갖고,
잠시라도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고,
종종 일상을 벗어나
리트릿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 굴레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다.
리트릿이란?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돌보고, 내면의 힘을 채우는 여행이나 프로그램. 누군가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고, 스스로 기획해 볼 수도 있다.
나만의 리트릿 1. 우붓
몇 달 전에 나는 혼자 발리 우붓에 갔다.
우붓이 리트릿 여행지로 좋은 이유는
맛있고 아름다운 채식 식당이 많고
명상, 요가, 사운드 배스, 마사지 등
몸을 정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 든 싱글 리트릿 여행자들이 많아서
혼자 여행해도 외롭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나만의 리트릿 2. 제주
나는 제주에 살지만
가끔 집을 떠나 여행자가 된다.
지난 달엔
제주 표선읍 토산리에 있는
빌라 샨티 쿨라에서
1박 2일 요가 리트릿을 했다.
인도의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에 근거해
나의 체질(도샤)과 그에 맞는 음식,
운동방법과 생활 습관에 대해 공부했다.
신선한 식재료를 함께 다듬고 썰어,
정화 음식인 키처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함께 만트라 찬팅을 했는데
편안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폭포처럼 우러났다.
마치 내 안의 신이 깨어난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자유롭게 춤을 추고
요가 니드라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 여섯시에 식사를 마치고
공복으로 열시쯤 잠드니
아침 여섯시에 눈이 상쾌하게 떠졌다.
천천히 몸을 깨우는 요가를 하고
느리게 동네를 산책하고나니
건강하고 아름다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매일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매일 이렇게 살지 못 할 이유는 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성급하게 하고
대충 아무거나 먹게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 하게 하는 것은 뭘까?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것만 같은
조급함과 불안함 때문 아닐까?
배경처럼 깔린 마음의 습관만
매 순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나의 일상도 리트릿처럼
정갈하고 평온해 질 수 있을텐데.
리트릿에서 돌아오면
한 동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그 생활이 쭈욱 이어지면 좋으련만
마치 제대한 군인처럼
서서히 허물어져
습관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마주한다.
그래서 지난 주엔
제주 관음사로
1박 2일 템플 스테이를 다녀왔다.
템플스테이 후기는
다음 글에…
2025. 11. 12
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