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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입니다

by 김인순


하사하신 소비쿠폰 받자 오려

면사무소 앞뜰에 섰는데

흙 칠한 트럭에서 단체로 내린 어르신들

분홍, 파랑 외출복에도 구부정한 어깨

밍그적 밍그적 발걸음 눈 둘 곳 못 찾으시더니

잠시 후

쿠폰 받아 나오시는 저 어른들

얼굴 훤해지고

굽은 허리 펴 발걸음 당당하다


쿠폰으로

오이랑 달걀, 토마토, 냉동 블루베리,

요구르트까지 사서

냉국으로 더위 날려 보냈다

내친김에 아이스크림이랑, 단호박, 바나나

두유, 팔토시...... 들고

부모님도 뵈었다

슈퍼 사장님도

생전 안 사던 쌀도 사고,

고기랑 과일도 다들 사니

장사할 만 하요

들썩이는 이 활기

순전히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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