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 있었구나
가을 햇살 고즈넉한 날
들길을 나서니
너 거기 있었구나
진한 향기 노란 감국 무더기
추수 부산한 꿀벌의 텃밭
여리고 따스함 햇살처럼 빛난다
필 듯 말 듯 어린 억새
햇살에 취하고 바람에 흔들리며
휘어져도 오뚝하니 제 자리 지킨다
여름내 푸른 손바닥 흔들던 감나무
여기저기 툭툭 붉은 얼굴 내밀어
들판의 풍요와 함께 익어 간다
하얀 구절초, 연보랏빛 쑥부쟁이
늦가을 끝자락까지
짙게 그려가는 가을 수채화
아하,
소리 없이
너 거기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