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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Jun 02. 2020

단비

단비



고샅길 돌담을 따라 길게 

비마중 나온 애기똥풀들  

천둥도 없이 

고운 채로 걸러진 빗방울들이

민들레 씨앗 같은 무게로 

가볍게 가볍게

어린 꽃잎을 어루만진다




이슬비를 만드는 구름은 낮고 얇은 구름에서 만들어진다.

높고 두꺼운 구름을 만들어 많은 비를 뿌리는 호우와 달리

이슬비는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지면을 더 많이 적신다. 

이제 막 피어나는 작은 생명들에게도 아무런 시련 없이 성장하도록 돕는다. 

비에 젖은 애기똥풀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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