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6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민유 Apr 19. 2023

여행의 이유-김영하/문학동네-

책주인_주인장의 책

“여행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이 책의 감상이 시작되는 거 같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김영하 작가님의 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을 고른 건 그동안 작가님의 책들 중(물론 다 읽은 건 아니지만) 다르게 읽혔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읽은 여행 책과 달랐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처럼 “이 책은 그 흔한 여행 사진 하나 없는 책입니다.”처럼 기존의 여행 책에서 틀을 깨야 한다. 그래서인지 호불호가 있긴 했다. 책방을 운영하는 내가 이 책을 가지고 북페어에 참가했을 때다. 그때 한 손님이 여행의 이유를 집으며 같이 온 지인에게 말한다.

“난 이 책의 의도를 잘 모르겠어.”

‘여행’이라는 단어만 보고 아마 여행 정보가 가득한 책을, 혹은 여행기를 아님 ‘김영하’라는 작가의 이름을 믿고 읽었는데 내가 생각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나조차도 이 책을 판매하는 입장으로서 고민했던 부분이 이 점이었으니까. 이 책을 집고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어떤 책이라고 소개를 해줘야 할지. 그땐 대답하기가 힘들긴 했다. 지금까지 반복해서 읽은 이유도 재미보다 이 책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자꾸 꺼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김영하’라는 그 이름을 떼어 놓고 그냥 ‘여행의 이유’라는 책만으로 이해하고 내 기억과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자 하는 이유가 컸다. 그게 나의 이 책의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여행의 기억이 새롭게 느껴졌고, 처음에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문장이, 두 번째 읽었을 때 눈에 들어오지 않던 글귀가 마치 새 책을 읽는 것처럼 다가왔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처음 읽었을 때나 다시 읽었을 때나 눈에 들어온다. 나도 여행만 했다 하면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는다. 짐을 다 못 챙겨 오는 일도, 짐을 놓고 오는 것,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길을 잃는 건 수두룩하고. 평소에 나의 성격과 맞지 않는 실수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니 더 당황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즐겁자고 하는 여행이 이런 긴장감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니 그저 즐기고 나만의 대처 방법도 생기는 것 같다. 그게 노하우이다. 여행은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부터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그 여행지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보고, 준비하고 떠나서 즐기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여행이다.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여행기는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내가 여행 중 이런 예기치 않는 일이 더욱 더 특별하게 기억에 오래 남고 그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이 글을 보고 나의 첫 해외여행이 생각났다. 나의 첫 해외여행인 ‘홍콩’은 비행기 티켓부터 숙소까지 다 내가 알아보고 예약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지금도 말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이다. 화려한 호텔이 아닌 작은 공간에 이층침대와 1인용 침대 그리고 한 명만 겨우 들어가서 쓸 수 있는 욕실 겸 화장실이었다. 분명 사이트에서 볼 때는 크기가 좀 있어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세 명이서 사용하기에는 좁았다. 그래도 여행 하는 동안 나의 피로를 풀어주는 곳이긴 했다. 그 이후로 여행을 갈 때마다 숙소가 업그레이드 되고, 여행의 중요성이 뭔지도 알게 되고, 점점 나만의 여행 방법이 생기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숙소를 가도 그 첫 여행의 숙소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내가 처음 예약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서 나의 여행의 추억이 많이 생기기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거 같다.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갔지만 평상시 몰랐던 친구들의 모습이 낯선 곳에서 발견했다는 것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의 모습에서도 발견하니 사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는 걸 알았다. 점차 여행의 목적이 달라졌다. 단순히 즐기고 쉬는 것이 아닌 최근 여행에서는 나와 떨어져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과 지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떠났었는데 충분히 잘 보고 느끼게 되었다.

이젠 나에게 여행이 왜 필요한지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현재의 나에게서 벗어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향기가 나는 것, 맛있는 것을 먹으며 느끼는 것을 나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낯선 곳에 나를 두면 나를 잘 볼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