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취소 뉴스를 지켜보며
어퍼컷,
의기양양한 손 인사,
총을 차고 엄호하는 경호원
(혐짤이니까 사진은 생략하자.)
2025년 3월 7일, 검찰-사법계가 함께 쿠데타를 저질렀다. 용산 돼지가 살아 돌아왔다. 감옥 문을 열어준 건 사법계와 검찰이었다. 이들이 짝짜꿍 했다.
지금까지 12.3 내란에 대해서는 군 중심으로 일부 밝혀졌다. 계엄 포고령 내용만 보아도 내란 가담자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반대 세력을 잔인하게 처단하려는 음모를 품고 있었다. 머리 좋고 돈 많은 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총, 칼 같은 실물 무기를 든 범죄자보다 더욱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이들은 뛰어난 두뇌로 비열한 법 기술을 썼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2024)〉이란 영화가 있다. 얼마 전 개봉했고 최근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까지 오른 작품이다. 뮌헨 올림픽 중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리스트들은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인다. ABC 방송국은 이 사건을 단독 특종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속보 경쟁을 다투는 게 언론 속성이지만 맨 처음 이 테러 사건을 보도하기 전, 뉴스 제작자는 동료에게 중요한 질문을 건넨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누구의 시선으로 보도하는 건가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사전 질문이었다. 속보 직전 담당자들은 이 테러 뉴스가 피해자(인질)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을 공유했다.
하지만 테러 상황을 시시각각 중계하면서 방송사는 몇 가지 중요한 실수를 저지른다.
① 테러 진압 인력이 이동하는 경로까지 모두 TV 화면에 노출시켰다. 이 생중계 보도는 테러리스트들이 도피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되었다.
② 팩트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뉴스 보도 전에는 최소 두 경로 이상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ABC 방송은 속보 욕심 때문에 인질을 전원 구출한 것처럼 보도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사실 모든 인질은 사살되었다.
이번에 각종 매체들은 속보 경쟁을 펼치며 ‘’구속 취소’라는 문구와 함께 '석방'이라는 단어까지 실시간 헤드라인에 포함시켰다. 아직 '즉시 항고' 절차를 적용할 수 있었던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석방이 될 거라는 예상에 '석방'이라는 단어를 붙인 건가?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클릭을 유도한 건가?
우리나라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지 않는가? 당시 처음 언론에서는 수학여행을 갔던 학생들이 모두 구조된 것처럼 보도했다. 오보를 한 매체들은 자기네 실수로 인한 무형적 피해를 과연 책임졌는가?
자유의 몸이 된 윤석열은 기쁨에 넘쳐 보였다. 싸움에서 승리한 표정이었다. 석방 장면을 지켜본 뉴스 화면 속 시민들은 극우 지지자들이었다. 그는 마치 승리자처럼 보였다. 마치 열성 팬들 위에 군림하는 리더처럼 말이다.
사람은 정신적 충격을 오감 중심으로 기억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았던 경험 중 뇌리에 잊히지 않는 감각을 뇌에 각인한다. 이 기억은 오랫동안 선명하게 남아있다. 상황 자체에 대한 줄거리는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잊기 쉽다. 하지만 감각 기억은 다르다. 경험한 사건이 충격적일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지귀연 판사, 심우정 검찰총장, 뒷전에서 둘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법한 사법-검찰 카르텔.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가 대다수 국민에게 어떤 트라우마(trauma)를 주었는지 모른다.
언론 매체에 비친 내란 수괴의 모습은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저 놈의 미소, 허공 위로 휘젓는 주먹, 기쁨에 들뜬 눈빛, 수족처럼 달라붙은 경호원과 총, 그리고 뉴스로 전파하는 메시지.
많은 국민들은 속보로 터졌던 뉴스 헤드라인을 보았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벌컹거렸다. 양 어깨와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으로 뉴스 콘텐츠를 마주한 사람들은 이 모든 감각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그는 다시 12.3 내란의 밤 시간대로 국민을 강제 소환했다. 차곡차곡 쌓아왔던 내란 진압을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리셋되는 건가. TV 화면에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될수록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 분노에 압도되었다.
안 그래도 시민들은 내란 주모자들이 실제 사용하려 했던 고문용 무기까지 알게 되었다. 내란 초기에 우리는 쿠데타의 규모를 가늠하지 못했다. 무식하고 술 좋아하는 대통령이 작년 12월 3일에 충동적으로 소수 추종자들을 비밀리에 통솔해서 저지른 일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거대한 음모에 동조하거나 기획한 자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거란 예상이, 거대한 사법-검찰 카르텔이 작용했을 거라는 의심이 짙어지는 중이다.
언론에서 12.3 내란 관련 소식을 다룰 땐 재난 보도 준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친위 쿠데타는 제주항공 참사, 홍수 등 자연재해 같은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내란 상황은 사람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서 정확하게 팩트 체크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편집 방식을 적용해서 뉴스화해야 한다고 본다.
재난을 보도할 때는 따라야 할 준칙들이 있다. 뮌헨 올림픽 테러 보도처럼 언론사가 저지를 만한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사, 한국기자협회, 언론중재위원회 등에서는 재난 보도 준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속보 경쟁이 쉽다. 대다수 기자들은 빨리 뉴스를 생산하려고 중립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받아쓰기 보도를 한다. 이건 유체 이탈식 전달이다. 사람들이 무조건 클릭하게끔 자극적인 단어 표현도 덧붙인다. 모두 실적을 쌓기 위해서다.
내란 보도를 정치적 권력 게임처럼, 스포츠 중계처럼, 승자-패자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처럼 보도하지 말라. 자극적인 음악과 선동적인 수식어를 쓰지 말라.
오보를 한 언론사는 두드러진 편집 방식으로 자기 잘못을 알려야 한다. 보도 실수를 바로잡는 구체적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굵고 큰 글씨체, 영상 혹은 지면 화면의 1/N 이상을 차지하는 면적으로 오보를 바로잡는 후속 보도를 최소 *회 이상.
필요하면 오보로 인한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오보를 범한 기자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론이 이 나라를 망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