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를 좋아하세요?
세가지 단어를 고른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그리고 그 단어가 누구의 것인지 유추한다.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단어와 그 사람은 닮아 있다. 그리고 단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가지 단어는 고요, 공간 그리고 삶 이라 답했다. 아니 정확히는 종이에 꾹꾹 눌러 단어를 적었다. 입에서 떠나 공중에 흩어지는 말 보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단어들은 휘발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우리는 종종 글씨체로도 상대방을 유추한다.
좋아하는 단어는 실로 그사람과 닮아있었다. 정확히는 그 사람의 분위기.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서는 어쩌면 그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 뿐만 아니라 내면의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좋아하는 단어와 함께 그 이유를 서로 나눈다.
나는 '고요'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이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좋다. 잔잔한 호수, 예쁜 구름이 담긴 하늘, 찻상, 수묵화, 백자 달항아리 등등의 이미지들이 '고요'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다.
'공간'은 내가 제일 많이 쓰는 단어이기도 하고 또 장소라는 의미와는 다르게 와닿는 느낌이 좋다. 장소라는 단어는 2차원의 느낌이라면 공간이라는 단어는 3차원의 느낌이라 좋다. 무언가 담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도. 내가 그릇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삶'이라는 단어는 말보다 글로 쓸 때 좋아하는 단어다. '삶'이라는 단어 안엔 '사람'과 '사랑'이 함께 담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단어가 참 예쁘고 좋다. 한글자의 단어이지만 실로 많은것을 담을 수 있는 넉넉함도 좋다. 고유하면서도 특별한 개개인의 삶을 더 사랑하고 싶은 다짐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와 어울리는 사람이고 싶다.
당신의 세가지 단어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