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댄스 제작은 캐나다 서든리씨어터와 김호연 안무가가 동시에 맡아 해마다 지속한다. 올해는 ‘2024년도 국제예술공동기금사업 『2023-2024 한국·캐나다 교류협력 프로그램』 협업사업’으로 기금을 받아 댄스필름 작업을 완수했다. 2023년 한국과 캐나다 간 수교 60주년 기념 상호 문화의 교류의 해를 맞이해, 최근 양국의 공연예술 교류도 활발한 때이다.
24년 8월 3일부터 23일까지 스무날 스무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주도 빅토리아에서 댄스필름 작업에 집중했던 김호연 안무가와 9월 4일 만나 작업 소회를 들어보았다.
빅토리아는 밴쿠버에서 한 시간여 정도 페리를 타면 닿는 섬이다. 항구와 정원, 온화한 날씨 등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는 ‘해녀’, ‘호랑이와 까치’, ‘창조자’ 등의 무용 창작물로 현지 관객들의 따뜻한 호평을 얻고 돌아왔다. 코로나 시기에는 인터넷 줌으로 관객들을 만났지만 이번에 오랜만에 직접 극장을 찾았다. 9년째 캐나다와의 무용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그의 저력을 접해보자.
Q. 8월 캐나다 무용 작업은 어떻게 다녀오게 되었나요?
A. 이번에 캐나다 수교 사업 관련해 국제예술공동기금을 받아 댄스필름과 솔로 작품 등을 올리고 왔어요. 캐나다에 서든리씨어터(Suddenly Theatre, https://www.suddenlydance.ca )와 9년째 협업하고 있는데, 신작과 이전작인 댄스필름을 상영하고 제 솔로 공연도 하고 왔어요.
김호연 안무가 솔로 작품 <창조자>, 사진 출처 서든리씨어터 인스타그램(@suddenlydance.ca)
Q. 서든리씨어터는 어떤 단체인가요?
A. 캐나다 빅토리아 지역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댄스씨어터예요. 대표 두 분이 계신데, 데이비드 퍼거슨(DAVID FERGUSON)은 무용하는 분으로, 우크라이나 전통 무용도 했어요. 그 지역에서 제일 큰 무용 페스티벌을 오래 기획해 운영했고 연극적인 필름도 만들어요. 직접 본인이 씨어터 작업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어요. 공동대표이자 파트너인 마일스 로리(MILES LOWRY)는 화가인데, 음악 활동도 하고 전시도 하는 종합예술가예요. 제가 친구라고 하기에는, 두 분 다 저보다 나이가 많지만 신뢰가 쌓여 9년째 협업하고 있어요.
서든리씨어터 공동 대표 _ 사진 출처: 웹페이지 https://www.suddenlydance.ca/artisticdirectors
Q. 이번 8월 스케줄은 어떻게 쓰셨나요?
A. 8월 3일에 출발해서, 캐나다 시간으로 3일에 도착했어요. 그때가 토요일이었어요. 8월 5일 월요일부터 바로 리허설 들어갔고요. 댄스필름 ‘해녀’ 보충 촬영하고, 제 공연 작품 ‘창조자’ 리허설도 했어요. 해녀 작품 상영 때 내레이션도 깔아야 해서 연습도 하고요. 그다음에 한국과 캐나다 댄서 협업 작품도 하고요.
Q. 극장 들어가자마자 리허설 하신 거예요?
A. 극장은 15일에 들어갔어요. 15일에 셋업하고 16일에 상영하고, 이후 그린댄스 워크숍 진행하고, 23일 거기서 출발했어요. 22일 밤까지 작업했고요. 댄스필름 카메라맨이나 댄서들 인건비 위주로 지원금을 썼고, 숙소와 항공료 먼저 부담했고요. 공연과 상영에 대한 비용은 데이비드가 부담하기로 했는데, 캐나다 쪽 지원금은 떨어져서 사례비를 탈탈 털어서 장비도 대여하고 그랬어요.
Q.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셨겠네요.
A. 아녜요. 그렇게 바쁜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번 일정은 대부분 리허설이었어요. 촬영 때도 저희가 예산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촬영할 수 없어서, 대여섯시간만 했어요. 이전에 ‘해녀’ 촬영할 때는 바닷가에서 촬영하느라 새벽 4시 모여 섬으로 들어가고, 온종일 촬영하고 그랬거든요.
댄스필름 <해녀> 사진 출처 : 서든리씨어터 인스타그램 @suddenlydance.ca
Q. 이번에 상영한 댄스필름은 어떻게 작업한 건가요?
A. 서든리시어터에서 4~5년 전부터 댄스필름 ‘럭키메이비(LUCKYMAYBE)’ 시리즈를 제작하자 해서, 지금까지 여러 시리즈를 만들고 있어요. 리서치도 했었고요. 처음 나온 게 ‘호랑이와 까치(럭키메이비 에피소드1)’라는 작품이었어요. 한국 민화와 무성영화에서 영감받은 작품인데, 그 제작 시기가 코로나와 겹쳐서 한국에서 임정은(LIMVERT) 감독이 찍어서 촬영분을 캐나다로 보냈어요. 이 작품은 부산국제무용제(2021), 캐나다 국제예술센터 비디오댄스 플랫폼 캡슐(2021), 미국 로스앤젤레스 DCW 댄스미디어페스티벌(2022) 등에서 이미 상영됐어요. 코로나 때 캐나다에서 상영할 때는 저도 줌으로 참여해서, 관객과의 대화도 같이 했고요. 이번 ‘호랑이와 까치’는 정식으로 보여준다기보다 보너스 정도로 상영한 거고요.
이번 시리즈가 ‘해녀(럭키메이비 에피소드3)’인데 제주도와 빅토리아에서 찍었어요. ‘해녀’를 올해 처음 상영한 거예요. 빅토리아의 현대무용 1세대, 린다 라이노(LYNDA RAINO) 안무자를 비롯해서 서든리씨어터와 오래 작업한 정정아 안무자도 출연했어요. 완성본은 캐나다 쪽에서는 서든리씨어터에서, 한국은 제가 알아보고 영상 출품을 하는데, 거의 그쪽에서 유통을 해주긴 해요.
Q. 라이브 공연도 하셨죠?
A. 제 솔로 공연 ‘창조자’를 올렸어요. 해녀에 출연한 정정아 안무가도 솔로 공연을 했고요. 한국과 캐나다 각 한 명씩 2주 동안 작업 해서 신진 안무가 쇼케이스도 했어요. 캐나다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는 젊은 안무자들도 공연을 했고요. ‘호랑이와 까치’, ‘해녀’ 상영 포함해서, 그렇게 총 다섯 작품이 올라갔어요.
김호연 안무가 현지 공연작 <창조자> , 사진 출처 : 서든리씨어터 인스타그램 @suddenlydance.ca
Q. 관객은 주로 어떤 분들이 오셨나요?
A. 1회 했는데, 현지인들이 왔어요.
Q. 오신 분들 반응은 어땠어요?
A. 되게 좋아했어요. 일단은 기본적으로 거기 분들이 현대무용 볼 기회가 거의 없어요. 서든리씨어터에서 하는 롬프페스티벌(Romp! Festival)이 있었는데, 그게 요새 안 하니까 가뜩이나 더 없어졌어요. 거기 빅토리아 발레 컴퍼니가 있지만 거기선 창작 발레만 보니까요. 뒤풀이 같은 데에서 "나는 이런 춤은 처음 봤다", "너는 무슨 메소드로 춤을 추는 거냐?"며 궁금해하셨어요.
Q.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A. 그분들이 생각하는 현대무용은 모던댄스에 가까운 거예요. 어떻게 하면 이분들에게 간단하게 해답을 줄까 했는데, 미국보다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했어요. 제 춤의 근원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보고 발레도 할 줄 아냐? 묻더라고요. 발레 기반의 안무단, 발레단에서도 작업한 적 있다고 했죠.
아무튼 되게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런 장면을 구성하는지도 물어보는데, 마땅히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한국이라면 오브제를 갖고 놀다 발견한다 얘기하는데, 그런 말을 하기에는 무용 언어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안무자는 누구다 그런 대답을 했어요.
유럽 영향을 받았다는 건, 누벨당스(연극·영상 등 다양한 표현기법을 통해 안무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새로운 무용)나 논당스(표면적으로 춤으로 보이지 않으나 여전히 춤의 본질을 추구하는 무용), 씨어터적인 것들에 이끌렸던 건데요. 제가 참여한 작업 중에 영감을 받은 안무가도 피에르 리갈이라는 프랑스 안무자였어요. 무용수 출신이 아니라 육상허들 경기 선수였는데, 벨기에 안무가 빔반데키부스 작업을 하고 그랬어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안애순 선생님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이스라엘 안무자 이디트 헤르만이라는 분이 국립현대무용단에 안무자로 오셨는데, 그분도 씨어터적으로 작업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춤이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지금 서든리씨어터와 함께 추구하시는 작업 방향이나 테마가 있나요??
A. 저희는 영상작품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하고, 한국문화를 베이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긴 해요.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것도 ‘로열 위(Loyal Oui·럭키메이비 에피소드4)’라는 작품인데, 캐나아와 한국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돌아다니는 호랑이 요정에 대한 이야기예요. 데이비드가 추구하는 건 흑백 무성영화이고, 지금은 저도 출연 중에 움직임 연기도 필요하고 배우로서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안무도 하고요. 공연할 때는 춤의 ‘퀄리티’에 집중하는데, 댄스필름 작업 할 때는 ‘이미지’에 더 집중하는 거 같아요. 내가 우스꽝스럽게 보이더라도, 영화적 관점에서 막 해보려고 하죠. 그런데 서든리씨어터도 영화 전문은 아니니깐, 댄스필름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지금 도전하는 단계예요.
댄스필름 <호랑이와 까치> , 사진 출저 : 서든리씨어터 홈페이지
Q. 댄스필름 편집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캐나다에서 1차 작업물을 제게 보내주면, 피드백을 주고 논의해서 작업을 완성해 가요. 회의는 줌으로 할 때도 있고, 메일도 쓰고, 왓츠앱 메신저로 할 때도 있어요. 서울과 빅토리아 일대에서 찍은 ‘타이거인터시티(TIGER IN THE CITY·럭키메이비 에피소드 2)’는 지금 편집 중인데, 그 작품에서 제 캐릭터가 호랑이예요. 호랑이 에피소드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건 촬영은 다 해놨고 편집 중입니다.
김호연, 정정아 안무가 댄스 필름 촬영 중 , 사진 출처 : 서든리씨어터 인스타그램 @suddenlydance.ca
Q. 9년째 협업이 가능한 배경은 뭘까요? 작업 지향점이 맞아서 오랫동안 같이 했을 텐데요.
A. 코로나 때 빼고 저는 지원금 떨어졌을 때도 캐나다에 갔어요. 한 번은 제가 안 가고 서든리씨어터 측에서 오기도 했어요. 사실 작품 지향점은 완전히 달라요. 제가 하는 움직임이나 작품이 거기서는 많이 못 보는 느낌을 보이죠. 거기는 약간 발레 베이스의 작품이나 모던한 작품을 많이 해요. 그런데 움직임이나 제 작품 성향이, 댄스필름이나 씨어터적인 작품을 하고 싶은 서든리댄스씨어터와 맞나봐요. 저에게 계속 섭외가 오고 있어요. 저와 성향이 다르긴 하나, 저는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게 영향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계속하게 되는 거 같아요. 둘 다 문화적 혼용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있어요. 그들도 한국적인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작품이 또 한국적이진 않아요. ‘호랑이와 까치’는 절에서 찍었고 의상도 한국적이지만, 저랑 임정하(안무가·댑댄스프로젝트 공동대표)가 한국적이진 않잖아요? 저희 해석대로 작품에 접근하지만. 한국적인 느낌이 있긴 있죠. 서든리씨어터와 저는 서로 다르지만, 같이 작업하다 보니 이렇게 재밌기도 해요.
Q. 캐나다 빅토리아 지역은 느낌이 어떤가요?
A. 한국으로 따지면 제주도 느낌이에요.
Q. 해녀 작품이 맞기도 하겠네요.
A. 그래서 제가 지원금 떨어졌을 때 처음에 빅토리아에서 작업을 했거든요. 캐나다 댄서들이 스킨스쿠버 해녀 복장 입고 5명 얼굴 다 가리고 출연했어요. 빅토리아 바다를 제주도 바다 사진 보면서 꾸몄어요. 캐나다도 제주도 영상이랑 사진 보내줬거든요. 마일즈 대표가 미술감독과 진짜 제주도처럼 꾸며놨어요. 제사 올리듯이 한국 과일 사서 올려놓고 어떻게 보면 제주도 같아요. 아는 사람만 보여요.
거기 스태프들이 댄서들이랑 미술감독까지 스무 명 가까이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한국 오기에는 예산이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빅토리아 섬에 제주도를 꾸며 넣는 선택을 했죠. 빅토리아 안에 시드니라는 지역이 있는데, 거기 아쿠아리움이 있어요. 관광지 수족관을 며칠 빌려서 모든 영문을 한국어로 바꾸고 한국인 것처럼 했죠. 제가 미술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한국 텍스트로 보내긴 했지만, 어색한 글자도 많고 대부분 편집에서 날아가긴 했어요.
제가 추가 촬영할 때는 캐나다에서 찍은 다음 연도에 제주도에서 했는데, 그땐 가발을 쓰기도 했어요. 머리가 길었다가 짧아졌거든요. 최대한 비슷한 가발을 제주도에서 찾았어요. (웃음)
댄스 필름 <해녀> , 사진 출처 : 서든리씨어터 인스타그램 @suddenlydance.ca
Q. 예전부터 댄스필름 작업에 관심이 있었나요?
A. 9년 전 서든리씨어터와 처음 협업했던 것도 댄스필름이었어요. ‘위아다이아몬드(WE ARE DIAMONDS)’라는 필름작업이었어요. 처음 시도하기도 했고 편집 단계에서 완성하지 못하고 이건 안 만드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그러고 다시 처음 시작했던 게 ‘럭키메이비’ 시리즈예요. 리서치 작업부터 했던 거고요. 럭키메이비는 행운을 상징하는 손가락 제스처예요. 즉흥을 하다가 그런 제스처가 나왔는데 얘기하다 정해졌어요. 처음에는 1~2년 하다가 끝난 줄 알았어요. 서로 지구 반대편에 있잖아요. 매번 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헤어질 땐 우리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라하곤 했는데, 거의 10년을 이어왔어요.
Q. 그럼 작업 방향이 계속해오면서 변했다거나 현재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 있을까요?
A. 일단 저희 작업을 할 때, 기획 면에서는 “우리는 지속적인 작업을 하자”고 해요. 작품성에서는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자”라고 하죠. 일단은 서로 만나서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들이 오든 제가 가든, 길어야 3주예요. 각자 스케줄 빼고 가기엔 너무 무리가 있잖아요. 그 전에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되게 중요한데, 그런 과정이 쉽지 않으니깐 체계를 갖고 싶어 하고 시스템적으로 잡아가려고 하죠. 우리는 무용씨어터로 시작했지만, 우리의 장르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열어두고 작업을 해요. 그런 부분이 되게 많아요.
Q. 작업의 태도랄까, 그런 게 겹쳐서 하시는 것도 있겠네요.
A. 서로 되게 ’오픈마인드‘예요. 마일즈 대표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네 나이 때 나는 너랑 다른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너랑 같은 생각을 해. 나이를 먹을수록 모르겠어. 그래서 너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아.” 우리나라로 따지면 교수님이나 선생님 연배인데, 그 지역 전문성 있는 나이 지긋하신 분이 제게 겸손하게 이런 말을 하시니까, ‘제가 뭔가 틀렸다고 하는 지점이 틀렸나 보자’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나는 이게 틀려다 하는 지점을, 이 지역 사람들은 좋아하는 거예요. 이건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고, 다른 예술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내가 맞다고 하는 지점이 어떤 데에선 안 좋아할 수 있는 거고 그걸 받아들이고 하다 보니깐, 제 스스로 오히려 발전되는 느낌이 있어요.
Q. 완벽하다는 건 어떤 면에서 만족도를 느끼는 거예요? 기술적인 건가요?
A. 기술적인 테크닉이요. 시간이 없으니, 합을 못 맞추고 갈 때가 많아요. 일단 시간에 쫓기니까, 나중에 편집할 때 이렇게 했어야지 싶은 후회가 많거든요. 그런 지점을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보완해 갈 것인지, 둘 다 부족한 예산으로 살림으로 어떻게 준비해 갈지, 그런 게 중요해요.
Q. 지속성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나, 작업 예산 이런 것들을 다 합쳐 말씀하시는 거예요?
A. 모르는 사람들과는 계약을 하지 않고선, 돈을 들여 작업하기 쉽지 않잖아요. 지금은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서 둘 다 "일단은 갈게" 이런 느낌이에요. 당장에 지원금이 둘 다 없으면 큰 행사는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만나서 작업을 하려고 하죠.
댄스 필름 <해녀>, 사진 출처 : 서든리씨어터 인스타그램 @suddenlydance.ca
Q. 이번에 가서 또 힘을 얻으셨나요?
A. 일단 너무 좋았어요. 캐나다에서 너무 오랜만에 공연을 하기도 했고, 외국에서 솔로 공연은 처음 한 거예요. ’창조자‘가 1시간짜리 작품인데 30분으로 줄여서 했어요. 세트도 없고 영상도 없고, 오브제만 갖고 가서 한 거예요. 사운드 장비도 없었어요. 제가 캐나다 가기 전에 누워서 하는 동작들이 잘 안 됐어요. 안 되면 가서 바꿔야지 했는데 또 안 되는 거예요. 일주일 더 해보고 안 되면 바꿔야지 했는데, 되게 아픈데 되는 거예요. 불완전한 상태에서 했는데, 다행히 안 다치고 잘 끝났어요. 사람들도 너무 좋아해서 일단 기분이 좋았어요. '이 상태로도 해내긴 해냈구나' 했죠.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해냈다는 것도 기뻤어요. 데이비드 대표가 지원금 못 받아서 계획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조바심이 많았는데, 둘 다 어떻게든 해냈잖아요. 올해도 우리가 목표를 성취했다는 면에서 되게 기분이 좋아요. 또 이번에는 작업 외 시간에 트래킹도 많이 하고, 동료들이랑 안 가본 자연도 많이 본 거 같아요. 자연 보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Q. 그린댄스 워크숍도 하셨는데 참가자들 반응이 어땠나요?
A. 캐나다 일반인들하고도 그린 댄스 워크숍을 했는데요. 그린 댄스 워크숍은 자연이랑 일단 관계를 맺고 신체활동을 하거든요. 스튜디오에서 한 시간 동안 움직이고 야외 나가서 나무나 흙과 관계를 맺어보는 거죠. 쓰레기를 같이 주워보고 춤도 함께 한 번 춰보고 하는데요. 다들 너무 좋아하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되게 절제가 안 될 정도로 좋아하시더라고요. ‘이제 가야 돼. 그만해야 돼.’ 하는데도 계속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 요즘 빅토리아는 코로나 이후로 홈리스도 많아졌고, 마약 바늘이 잔디에 있을 수도 있어서 야외 워크숍 할 때 조심해야 돼요. 물론 되게 깨끗한 공원에서 했지만, 너무 신나서 춤을 추고 그러니깐, 잔디에서 구르는 사람에겐 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그분들이 제어가 안 되는 거예요. (웃음)
그린댄스는 법칙도 있거든요. 쓰레기를 발견하면 아무 연출 없이 바로 카메라를 내려놓고 즉흥 춤을 추면서 쓰레기를 줍는다. 그걸 찍는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쓰레기를 줍는 게 목표가 아니라, 즐겁게 줍고 그걸 기록하는 게 목표다. 이런 걸 지키는데, 참여자들이 카메라가 있든 말든 아주 신나서 누가 보든 말든 하시더라고요.
그린댄스 워크숍 접수 포스터, 댄스 필름 <해녀>, 사진 출처 : 서든리씨어터 홈페이지
Q. 마지막으로 올해 남은 작업 일정을 말씀해 주세요.
A. 올해 제 (안무) 작품은 없고, 리서치나 무용수 활동만 남았어요. '어린왕자(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와 '척(안애순컴퍼니)'에 참여하고, 영화감독과 향후 작업을 위한 리서치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