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이별한 사람에게 쓰고서 부치지 않은 편지

by 상구

너도 "우유"를 보면 내 생각을 하나요?


나는 "우유"를 보는 열 번 중에 세 번 정도는 너의 생각이 납니다.

한 번 정도로 줄여보고는 싶은데. 일종의 저주입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하면 계속 코끼리가 생각나듯이, 너를 연상하지 않으려면 너를 떠올려야 합니다.


나는 "우유"를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내 냉장고에는 밀린 "우유"가 쌓이곤 합니다.

그래서 고소하고 달큰한 맛- 따뜻하고도 밝은 빛깔- 미끈하고 부드럽고 아무튼 좋은 상태의 것보단,

금방이라도 터질듯 기분나쁘게 부풀어오른 박스 안에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맛과 향을 더 자주 접합니다.

시리얼을 꺼내는 게으른 아침, 오늘로부터 한참 멀어진 기한과 씁쓸하고 삭아버린 "우유".

그 쿰쿰함 끝에 보통 너가 있습니다.

이렇게나 빨리 상하는 식품일줄은 몰랐는데요.



그러니까 차라리 "우유"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구석에 몇년이고 대충 놔두어도 되는, 비싸고 귀하고 묵직한, 예를 들면 위스키.

그런 종류였다면 내 감상은 사뭇 달랐을 테니까요.


"우유"라서 감사합니다. 고마웠어요.








너와 멀어진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