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사회복지정책 석사생이 보는 저출산과 육아휴직 이슈
스웨덴에서 사회복지정책 석사학을 공부하는 전공자로서, 그리고 스웨덴의 육아휴직에 대해 졸업 논문을 쓰며 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 이슈가 있다. 바로, 저출산 문제이다. 최근 한국의 많은 미디어 매체에서 특히 저출산 문제에 대해 연일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출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 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 문제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각종 사회 비용 지출의 증가 및 고령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감소하는 출산율에 대한 심각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과 매체에서는 현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속하는 90년 대생들이 ‘저출산 문제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96년생으로 당사자인 내가 느끼기에는 글쎄 싶다. 내 또래 친구들과 가끔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하니 말이다.
그와 비교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스웨덴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보여왔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대략 1.7~ 1.9 사이의 값을 보이다가 2021년 기준 OECD 통계에서 1.67을 기록했다. 스웨덴 여성들의 고용률이 EU 평균값 보다 10%나 높으며 (Eurostat, 2022), 성별 간 고용률의 차이가 그 간 5% 이내 수준으로 작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1점 후반대에서 유지되는 스웨덴의 출산율은 더욱 주목할만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스웨덴의 성평등한 육아참여와 평등에 관점에서 발전해 온 육아휴직제도가 스웨덴 출산율에 큰 역할을 했다 여기고 관심을 가진다. 스웨덴의 양성평등한 육아참여하면 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라테파파”이다.
“라떼파파(Latte-pappa)”, 한 손에는 라떼(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끄는 스웨덴의 아빠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스웨덴에서 최초로 아빠들도 대상으로 하는 육아휴직 제도가 시작되면서, 과거와 달리 아빠들도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 평등 지향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세계 커피 지출에 있어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는 만큼, 스웨덴 사람들과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분과 같아서 인지, 커피와 아이를 돌보면서 삶과 일을 양립하는 스웨덴 아빠들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처음 스웨덴에 왔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 중 하나가 길거리의 라떼파파들이었다. 물론 항상 그들이 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운동복을 입고 산책을 하면서, 또는 기차에서 유모차를 끌고 등등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아이를 홀로 돌보고 있는 아빠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알게 된 스웨덴 친구들 중에 최근 아빠가 된 친구가 2명 있는데, 그 두 명 다 현재 육아휴직계를 내고 집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을 만큼 스웨덴에서는 아빠의 육아 참여가 자연스럽고 적극적인 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저출산 관련 연구에서 참고되는 해외 사례 중 꼭 포함되는 모델이 아빠들의 참여도가 높은 스웨덴의 육아휴직 관련 정책이다. 우리나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이슈페이퍼에서 꼭 해외사례로 포함되는 나라들 중 하나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육아휴직제도는 실제로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길래 좋은 사례로 꾸준히 참고되는 것일까? 그리고 스웨덴의 육아휴직제도와 라떼파파들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실제로 스웨덴 출산율의 일등공신이 되어주었던 것일까? 그리고 스웨덴의 성평등한 육아참여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어떤 통찰력을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본 글을 통해 스웨덴에서 사회복지정책을 공부하는 석사생이 보는 관점에서 학문적이지만, 또 너무 어렵지만은 않게 나의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아 풀어보려고 한다.
스웨덴은 최초로 젠더 중립적인 ‘부모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나라이다. 그 이전에는 “maternity leave”, 말 그대로 엄마에 대한 모성보호를 위한 휴가만이 존재했었고,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는 아기를 돌보고 아빠는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었다. 그러던 중 1974년 스웨덴에서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하면서 다른 국가들도 저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젠더 중립적인 육아휴직제도를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고, 육아가 더 이상 엄마의 전유물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성 평등한 참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더 생겨나기 시작했다.
1974년 당시 스웨덴의 육아휴직은 26주의 부모 휴가 기간이 보장되고, 그 기간 동안 90%의 소득대체율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형태였다. 처음 부모 모두에게 주어지는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년 동안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5~ 7% 사이로 굉장히 낮았는데, 인식의 변화가 제도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낮은 사용률은 1994년 스웨덴 육아휴직제도에 중요한 개혁으로 이어졌는데, 바로 “아빠의 달”이 도입된 것이다. “아빠의 달"은 양도가 불가능한 기간, 즉, 전체 보장되는 휴가 기간 중 아빠만이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 달의 성별 쿼터 기간을 의미한다. “아빠의 달" 도입은 꽤 효과가 좋아, 이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계속 증가했고, 2002년과 2016년에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아빠의 달이 도입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제도 개편의 역사를 거쳐온 현재 스웨덴의 육아휴직제도의 형태를 살펴보자면, 부모에게 총 480일의 휴가 기간과 그 기간 중 390일 동안은 77.5% 소득대체율의 급여, 나머지 일 수는 매일 180 크로나의 정액 급여를 제공한다 (급여 상한 447, 783 크로나/ 연). 이때, 총 480일 중 성별 당 90일씩 아빠만, 엄마만 사용할 수 있는 양도 불가능한 기간이 있는 형태이다. 쉽게 말해, 약 1년 반 동안 원래 급여의 약 77. 5% 수준의 돈을 매 달 지급받으면서 엄마 아빠가 알아서 휴직을 나눠 사용할 수 있는데, 그중 3개월씩은 꼭 엄마만이, 혹은 꼭 아빠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제도가 어떤 점이 어떻게 좋길래 긍정적인 사례로 참고가 되고 있는 것이며, 실제로 이러한 제도가 스웨덴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어떻게 느껴지고 있을까? 그리고 스웨덴 라떼파파들이 정말 출산율의 일등공신이었던 것일까? 우리가 여기서 얻어갈 수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통찰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 나가보고자 한다. 1편에서는 역사와 제도의 형태를 다루느라, 글이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2편에서는 내가 직접 주변 스웨덴 아빠들을 2년 간 관찰하며 느낀 경험과 더 다양한 스웨덴 사회의 문화를 함께 글에 녹여서 재밌게 풀어보려고 한다.
커버 사진 출처: Magnus Liam Karlsson/ 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