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는
뼈를 내보이며 서있다
옷을 껴입은 사람들이
뼈나무 옆을 지난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얼굴로
나무는 이야기한다
오해가 깃들 수 없는 방식으로
그러나
나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나무를 들으려는 사람뿐이다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나무의 목소리이다
우리는 다 다르게 춥다
어떻게 다를까
같은 추위에도
옷을 껴입어야 살 수 있는 사람과
뼈를 보여야 살 수 있는 사람은
못나고 모진 옆집 여자는 아이를 버렸다고 하고
본데 없이 자란 어느집 아이는 도둑질을 했다더라
나무를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만든
말의 껍질이
나무에 돌돌 말린다
마침내
마지막 잎마저 떨어뜨리고
더 추워지기를 선택하는
나무
뼈나무를 닮은
사람 곁을 지났다
마지막 옷까지 벗어버리고
붙박혀
그저 떨고 있는
사람
곁을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