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선물 세트같은 하루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by 이작가

어릴 적 설날 가장 설레는 일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우리 집에 친척들이 올 때 어린것들을 잊지 않고 커다란 상자를 가져와 내미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예쁜 포장지로 포장되어 큰 리본까지 단 그것을 받아 들었을 때의 기쁨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표정으로 선물한 사람들을 만족시켰다. 그게 그렇게 좋냐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너무 좋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학용품 사라고 용돈까지 쥐어주신다. 학용품을 사라며 주긴 했지만 제 목적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꼭”이라고 다짐을 받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누가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한 것일까? 상자에 과자를 골고루 넣어 포장을 해서 선물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어린 나이에 그 누군가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알록달록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되어 커다란 리본을 달고 내가 풀어 주기만 기다리는 녀석을 가슴에 소중히 품고 방에 들어간다. 조심조심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뜯는다. 그리고 상자를 열면 상자 안에는 각종 과자들이 가득하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다. 세상 그 어떤 고민보다 숭고하고 그 어떤 선택보다 신중하다. ‘ 아, 뭐부터 먹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상자 안의 과자를 한나 하나 꺼내 보며 좋아하는 순서대로 과자를 나열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다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다가 난감한 순간이 찾아온다. 행복의 과자 선물 세트에도 좋아하지 않는 과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과자가 빼곰이 얼굴을 내밀면 이 과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더 큰 고민에 빠진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과자 선물 세트에는 언제나 잘 안 팔리는 과자 몇 개를 끼워져 있었다. 결국 그 과자는 마지막까지 선물 상자에 남아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말 먹을 게 없다 싶을 때 꺼내 먹는다. 그러면 또 나름의 맛이 난다. ‘미안했다. 오해했다.’


과자 선물 세트는 좋아하는 것만으로 가득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정말 내키지 않는 것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과자 선물 세트를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Present 현재 그리고 선물이라는 단어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과자 선물 세트 같다. 기적처럼 주어진 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본다. 오늘 주어진 선물 상자에 어떤 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설레고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설레는 맘으로 받아 든 오늘의 선물 상자에는 좋아하는 것들도 있겠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다. 오늘 받은 선물은 자신의 것이니 좋건 싫건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내키지 않는 것들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선물 상자 세트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리고 나중에 먹었을 때 그런대로 괜찮았던 과자처럼 내키지 않았던 일들이 즐거운 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설날 과자 선물 세트 같은 오늘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자. 두려움과 설렘 속에서 무엇이 나오든 즐거운 것은 즐기면 되고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은 용기 있게 받아들이자. 두려움이 없는 것이 용감한 것이 아니고 두려움에 맞서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용감함이다. 설레는 하루를 즐기며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갖고 용감하게 맞서는 자만이 멋진 과자 선물 세트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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