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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y Jul 03. 2021

[작문연습163] 민주노총

- 방역 질서까지 흩뜨리며 외쳐야 할 구호


 민주노총이 종로3가에서 8천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마스크는 썼을지언정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민주노총이 집회를 예고하자 국무총리는 집회 철회를 부탁했고, 서울시는 집회를 금지했다. 경찰은 집회 강행에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엄격한 방역 수칙을 전제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초 여의도에서 열리기로 한 집회는 경찰의 제지로 종로3가에서 진행됐으나, 엄격한 방역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민주노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종로 복판을 채운 집회 참가자들은 거리두기를 지킬 만큼의 보폭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년만에 코로나 감염자가 800명을 넘어섰고, 전체 확진자 중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 방역 상황 악화로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일주일 유예된 현재 민주노총은 대다수 시민들이 감내하는 뉴 노멀의 질서를 어긴 셈이다.


 민주노총 입장에서 방역 수칙을 어기며 집회를 개최했을 때 맞닥뜨릴 비판보다 더 시급하고 중대한 사회적 의제가 있다고 여겼을 터다. 실제 종로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ㆍ중대재해 문제 해결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구호를 외쳤는데, 노동자의 삶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화급한 의제였음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구호들을 방역 질서까지 흩뜨리며 외쳐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조르주 아감벤의 말마따나 국가 권력이 방역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방역 조치는 더 크고 확실한 자유를 위해 시민들이 만들어낸 잠정적 합의에 가깝다. 합의가 깨지면 개인의 자유도 그만큼 유예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알기에 대다수 시민들이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조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점차 벌어지고 있고, 중대산업재해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 오는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이 외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집회에까지 손뼉을 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민주노총 측은 노조 활동에 비우호적인 보수 언론과 일부 정치인의 마타도어를 탓할 수도 있다. 이번 집회에까지 그 주장이 통할지는 모를 일이다.


 플랫폼 노동을 중심으로 쌀알처럼 흩어진 노동자들은 조직화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불안정 고용으로 노동자의 지위는 위태위태하다. 그만큼 노동조합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방역 수칙 위반에 따른 이미지 실추로 민주노총이 얻을 실익이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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