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려면 이것 3가지는 있어야 한다.
첫 책을 출판하고 나서 딱 처음 든 생각은 "누구는 책을 10권 씩 냈는데. 어떻게 한 거지?"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원고를 쓰는데 꼬박 5-6개월 정도가 걸렸다. 자료를 모으는데 2개월 책을 쓰는데 3-4개월이 걸렸다. 이 꼬박 5개월간은 방, 수업, 한의원, 동네, 운동 이런 것으로 내 시간들을 채워졌었다. 처음이니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책을 썼고, 처음이고 초보니까 기본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썼다. 서론, 본론, 결론의 틀도 그대로 다 지키려 하고, 알아듣게는 잘 썼는지, 좋은 자료들이 들어갔는지를 살폈다. 멋진 말투도 구사해 보려 했으나,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기가 힘들었다.
일단 기간 안에 쓰는 걸로. 기간을 처음에는 4개월을 잡았으나, 일을 하면서 책을 쓴다는 것이 여간 고된 일이 아니어서, 나는 내 시간표에 맞추기로 했다.
아직 나는 첫 책을 낸 지 얼마 안 된 "초보"라 생각된다. 나의 첫 계약 출판을 하고 난 뒤의 느낀 점을 기록해 본다. 처음 책을 쓰려는 사람들이 여러 질문을 해 오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3가지는 꼭 있어야 한다. 그러면, 버틸 수 있고, 그러면 끝까지 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나 또한 이 3가지에 대해서는 염두하고 신경 쓰며 하고 있다.
책을 써보니, '모든 일이 몸으로 한다'라는 생각에 더 동의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은 사람들의 책을 쓰는 속도는 달랐다.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다. 주변에 9시-6시,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하자면, 나는 시간이 더 많은 편이었다. 수업이 있는 날 수업을 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내가 풀타임으로 일하고 원고 쓰는 사람들보다 천천히 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체력이었다.
일만 해도 소진이 있다. 그런데 책을 쓰는 작업은 뭔가 큰 프레스로 꾹 눌러서 뽑아내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주제로 2-3페이지 쓰고 나면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이런 경험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좀 위로가 되긴 했다. 분명히 책을 쓰는 것은 힘들지만 좋고, 어렵지만 매력 있는 그런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 쓰기에 도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체력이 바쳐주지 않으면 책 쓰기는 끝을 맺지 못한다.
체력을 키울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만약 체력을 급히 키울 수는 없는데, 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먹는 것을 조심하자.
이것은 나의 생각이고 습관인데, 급히 처리할 일 앞에서 음식을 조심하는 것이 몸에는 좋은 것 같다. 온갖 에너지를 다 끌어올려 머리로 올리는데, 그 와중에 음식이 들어가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럴 때는 칼로리는 높지만 부담이 덜된 음식을 먹는다. 혹은 일단 쓰기 시작한 글이 한 꼭지가 마무리되면, 그때 방에서 나와서 음식을 먹는다. 먹는 것에도 에너지가 쓰인다. 먹는 것만 조심해도 에너지가 많이 아껴진다.
또 한 가지는 짧게라도 운동을 꼭 하자.
긴 시간 할애할 수 없더라도 운동을 꼭 하자. 이것은 체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앉아서 글을 쓰고 있으면 심하게 머리를 쓴다. 종일 머리를 쓰면, 나중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날 수가 있다. 머리도 쉬어야 충전이 된다. 머리를 쉬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멀리 등산은 못 갈지언정 정해놓고 운동은 꼭 해야 한다. 앉아서 하는 일들이 몸에 무리를 더 줄 수도 있는 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기를 하고, 헤밍웨이도 복싱을 즐겼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달리는 이유가 체력 만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유명 작가들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이 머리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책을 쓰기 전에는 "자, 딱 4개월 안에 쓰면 되겠지"생각을 한다. 문제는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전업작가여도 비슷한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직업이 있는 경우들은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기기 일쑤다. 책 쓰기가 너무 중요하고 하고 싶지만, 일과 관련해서 다른 일이 생기면 그것을 먼저 수습해야 한다. 당장 회사에서 업무량이 많아지면, 그것부터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당장 현실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책 쓰기가 지속적으로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문제는 책을 쓰기로 했고, 한 가지 주제로 마음을 정하고 조사를 한 상황이다. 그런데 글 쓰기가 몇 주 멈추어져 있으면, 실은 다 까먹는다. 어떤 내용 중심으로 가려했는지 실제 내용을 까먹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 가기로 했는지 그 느낌을 까먹기도 한다.
느리게 가도 좋으니, 책 한 권을 쓰기로 했으면, 무조건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1주일 열심히 쓰고, 2-3주 쉬고, 다시 쓰려고 하면 글이 잘 잡히지 않는다.
너무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면 스케줄 정리가 먼저 필요할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시기에 책을 쓰도록 계획을 세워 보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이렇게 계획을 잡아놔도 갑작스럽게 일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는 일주일에 7개의 챕터를 쓸 것을 3-4개로 줄이더라도 "지속적"으로 쓸 것을 권한다. 미루는 순간 몇 주가 몇 개월이 밀릴지 모르며, 다시 돌아와 같은 주제로 책을 쓸 때 전에 그 느낌이 아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쓰면서, 나의 목표는 계약 출판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순간순간 글을 쓰다가 "결과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알지도 못할 미래를 놓고 고민을 한다. 참 낭비적이다.
이 후로 배운 것이 있는데, 어떤 일을 할 때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기대감 넘치게 일할 수 있다면 너무 좋다. 그게 내가 생각하기엔 최고로 좋은 것 같다. 긍정적인 기대감은 안될 것 같은 것도 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먹기가 어렵다면, 차라리 결과를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좋다.
"안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만큼 힘 빠지게 하는 것이 없다. 괜히 글을 쓰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은데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게 된다. 차라리 그런 생각이 들면 한 개라도 글을 더 써 놓자. 그것이 앞으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은 사람들의 실력을 키워 줄 것이다.
책을 쓰고, 계약 출판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 가장 좋긴 할거 같다. 그런데, 애초에 우리가 글을 쓰려는 것은 글을 쓰고 싶어서 이다. 내가 계속 기억하고 놓지 않으려는 생각이 이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끝까지 한 주제로 한 권 한 권 몇 권의 책을 쓰다 보면, 나의 책의 방향도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나도 책을 배우고 싶은 마음, 퍼스널 브랜등하고 싶은 마음,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 앞으로 나만의 에세이를 쓰고 싶은 욕심, 이 여러 가지 마음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스로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주제"가 있고 내가 쓰고 싶었고, 쓰려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나만의 이유가 분명해야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써 내려갈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흔들려 버리면 끝을 보기가 어렵다. 특히 책 쓰기는 혼자서 일정 시간을 쏟아붓고, 투고(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도) 혼자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혼자서 의 시간을 잘 견뎌 줄 수 있어야 책 한 권 쓰는 것 같다. 그런데 결과가 어쩌고를 미리 생각하면, 이 과정을 지나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힘든 부분이 있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그 좋아하는 마음으로 책을 써 간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큰 선물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나에게 큰 선물 같은 일이라면, 좋은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