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trouble)
"스님! 잠깐만요, 제가 다시 통화드릴게요."
정공은 다급하게 전화를 받고, 다시 스님에게 통화를 하겠다고 말하고 일단 끊었다.
현관에서 누군가 인기척이 났기 때문이다.
"뭐 하고 있어? 전화도 안 받고......"
아내였다. 집안에 들어오며 물었다.
"으~응! 스님에게서 전화가 와서......."
"무슨 일 있어? 엊그제도 절에 갔잖아."
"글쎄,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야."
정공은 다시 스님께 전화를 했다.
스님은 다짜고짜 정공에게 물었다.
"우리, B 사찰 산신각 봉축식에 갔잖아요?"
그리고 스님은 이어서 그간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해 주었다.
사연인즉, 스님이 오랫동안 주지로 있었던 B사찰에 현재 비구니 주지 스님과 갈등이 일어난 것이다.
경남 소재지의 B사찰은 스님이 창건주로 오랫동안 상주하다가, 현재 비구니 주지 스님에게 인계되었다.
경관이 수려하고 절도 단아하게 단정된지라, 다들 이구동성으로 참 이쁜 절이라 말했다.
절이 이뻐서 그런지, 한때 일본 NHK 방송사에서 드라마 제작 촬영지로 알려진 유명한 절이다.
그리고 스님이 비구니 주지 스님에게 물려줄 때까지 절을 엄청 발전시켜서 남달리 애착이 강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스님은 B사찰에 수시로 방문하고 도움을 주며 자랑스럽게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산신각 봉축식을 참여하고, 그 이후 산신각을 외부에 알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산신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스님은 별 뜻 없이 홍보를 했지만, B사찰 주지 비구니 스님이 제동을 걸었다.
초상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에 황당한 스님이 정공에게 불편한 마음을 알린 것이다.
정공은, 스님으로서는 마음이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지 스님이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라는 궁금증도 증폭되었다.
이 일이 일어나기 최근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산신각 봉축식에도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정공으로서는 가장 이 문제가 의문시되었다.
"왜, 무슨 일이 있어요?"
"그래, 무슨 초상권이 어쩌고 그러네........"
"초상권?"
"자세한 건, 직접 스님을 만나 들어봐야겠어."
정공은 궁금증과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내를 뒤로한 채, 집을 나섰다.
그리고 스님을 찾아가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산신각에 대한 추상을 했다.
산신각 봉축식에 큰스님, 그리고 스님과 주지 비구니 스님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스님들이 본격적으로 염불 하기 전에 그렇게 훌륭한 산신각을 지었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주지 비구니 스님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칭송에 열을 올렸고, 그간 스님의 열정 어린 공덕도 치하했다.
주지 비구니 스님 역시, 큰 스님과 스님들이 열공 어린 노력에 감사하다고 했었다.
도저히 초상권 침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정공이 아는 초상권이라는 단어는 법정으로 가는 난해한 언어이기도 했다.
"스님! 그간 안녕하시옵고, B 사찰 주지 스님과 이야기는 잘되어 가는지요."
"어서 오세요~ 그래요, 차나 한 잔 하시죠."
스님은 차 한 잔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천천히 늘어놓았다.
먼저 해결이나 결론은 아직 알 수는 없고, 원인과 현상, 그리고 대처방안 등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B 사찰 주지 스님과 법정다툼으로 가느냐, 아니면 스님이 요구한 대로 수용하느냐 의 낙관론이다.
스님은 자신이 현재 B 사찰을 훌륭하게 발전시켜 물려준 것에 대해 아주 흡족해왔었다.
그리고 B 사찰 주지 스님, 역시 인수받은 절을 아주 멋지게 발전시킨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였는지 스님과 B 사찰 주지 스님과 마찰이 일어났다고 한다.
스님은 아직까지 소유권은 자신의 권한이 크다고 했고, 자신이 창건주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스님! 그때, 스님과 B 사찰 주지 스님 등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최근까지 좋지 않았습니까?"
정공은 산신각 봉축식을 떠올리며 스님과 B 사찰 주지 스님의 다정한 모습을 유추하며 말했다.
"그때도 사실 겉으로만 그랬지, 본질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았어요."
"네~에? 본질이라면........"
"그래요, B 사찰 주지 스님은 모든 것을 나와 의논 없이 혼자서 처리하여 늘 불만이었어요."
"그렇다면, 스님께서 진작 속 마음을 전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랬죠, 그런데 B 사찰 주지 스님이 보통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에요."
스님은 조계종 대각회의 감사로, 조계종 내규와 규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자신이 법적 창건주이고 기득권이 있으며, 이전과 소유 등에 관한 권한이 있어 제재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정공은 절에서 나오면서 이번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스님들 세계에 이런 일들이 있어 갈등으로 비친다는 점이 놀라웠다.
스님들은 수행하고 마음을 잘 다스리기에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스님들도 스님이전에 인간으로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번일로 정공은 나름대로 자신도 불도 입문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일도 떠올랐다.
정년 퇴직하고 난 후, 별다른 할 일도 없고 해서 봉사활동 겸, 동네 인근 문화원 향토사 연구소에 들어갔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 부산시 문화재가 있는 절을 취재하기 위해 가서 스님을 만났다.
스님과의 인연이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스님 추천으로 범어사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물론 그 이전에 범어사 템플스테이에 가니, 너무 좋아 절에 완전히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상의해서, 나는 지금 절이 너무 좋아 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아내는 아직은 당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반대가 심했다.
결국 절에서 휴식 정도만 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불교대학은 계속 재학 중이다.
갈등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에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애당초부터 신라시대 원효성사가 거론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화쟁(和諍) 사상을 말한다.
화쟁사상은, 너도 옳고 나도 옳고 이렇게 해서 논쟁을 좋게 화합하는 게 아니다.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도 아니다. 모두가 옳고 모두가 그르다도 아니다.
화쟁을 내세워 무조건적인 통합과 화합을 말하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다. 즉, 그럴듯하게 속임수이다.
그렇다면, 원효의 화쟁사상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이것은(논제) A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이러한 부분이 이러이러해서 옳고, 또 B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이러한 부분은 이러이러해서 옳지 않고, 저러저러한 부분은 저러저러해서 옳다."
즉, 어떠한 견해나 주장에 대해서도 무조건 옳거나 무조건 옳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드러내고, 옳은 것은 옳다고 드러낼 때라야 비로소 다툼이 그친다고 한다.
같음도 다름도 모두 인정되어야만 비로소 시시비비가 그친다.
정공은 화쟁사상을 스님들이 더 잘 알 것인데, 굳이 논할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수행으로 깨달은 것을 행하지 않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어떻게 되었어요?"
"뭐가?"
"아니, 절에 다녀왔으면 결론을 말해야죠."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네.........."
정공은 아내에게 그냥 무심 심하게 말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해결이 안 나면 어찌 되나요?"
"몰라, 그런데 스님들도 우리와 같이 이해타산에 아집이 있는 줄 몰랐네."
"스님도 사람인데, 스님도 스님들 따라 다 다르지요. 이런 스님, 저런 스님 등 등......."
"당신이 스님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서당개 삼 년이면, 하늘 천~ 따 지~ 풍월을 읊지요."
"어쨌든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
"잘 될 거예요. 스님도 어질게 보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