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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리라 Feb 13. 2023

알바면접인지 사장면접인지

[알바가 된 사장님 #2]나중에 언더커버가 되면 이런 느낌일까?

“27일이나 28일에 면접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라는 문구가 담긴 안내문자였다


27일까지는 기존에 잡힌 일정이 있어서

제시된 시간 중 28일 1시30분까지 갈 수 있다고 냉큼 회신을 했다

그런데 그러고나서 확인을 하니 먼저 연락이 왔던 조금 내키지 않은 매장의 면접이 2시였다는 걸 깨달았다.

거리가 꽤 멀어서 면접을 마치고 이동할 수도 없는 곳이라… 왜인지 이 샌드위치가게가 나를 뽑아줄 거 같은 근자감으로 그쪽에는 참석이 어려울 거 같다는 연락을 드렸다.


28일 날 아침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1시 반 면접이면 시간이 애매해서 바로 나도 매장출근을 위해 이동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아예 준비를 하고 이동하려고 했다


근데 뭐 이리 바쁜지

도시락 싸고 설거지 해두고 외출준비를 하는데 시간은 틱탁틱탁 이미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진짜 나이 먹고 면접에 늦는 그런 알바생이 되진 말자’

나도 내 매장의 알바를 뽑을 때 면접부터 시간약속 안 지키고 아주 조금이라도 미리 오지 않는 사람들은 첫인상부터 점수를 높게 주지 않고 시작했던 주제에 이렇게 입장이 달라졌다고 내 상황만 앞세우나..

출근 전에 다시 집에 들르는 한이 있어도 지금 그냥 나가야 돼!!


대충 위치만 파악하고 움직인 거였기에

매장을 찾느라 헤매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5분 전에 무사히 찾아서 매장을 들어갔다


매장 내부가 굉장히 깔끔하고 인상이 좋았다.

사장님은 남자분이셨고, 아르바이트로 보이는 여자분이 한 명 더 있었다.


저 알바면접 보러 왔는데요”

아 네 이쪽으로 오세요. 커피 한잔 드릴까요?”

와… 카페의 위엄인가? 그냥 면접 보러 온 사람한테 커피도 막 권하네..

이 부분에서 사장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물론 내 매장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기에 이렇게 방문하신 분께 뭔가를 드리기엔 적절하진 않은 제품들 취급한다. 그치만 그래도.. 뭔가 이 매장에서 근무하게 되지 않아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만한 첫 멘트였다


면접을 오면서 나는 다짐했다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많이 하진 말자’

다른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이상한 다짐 같지만 나는 새롭게 알바를 시작한 곳에서는 그냥 한 명의 단순한 알바생이고 싶었다.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알바 면접을 보는 건지

사장님이 나에게 면접을 보는건지

자칫 헷갈릴만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처음 질문은 사장님이 나에게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류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보신 적은 있으세요?”

네 아르바이트는 (매장운영 포함해서) 다양한 종류로 정말 많이 해봤어요. 카페라는 건 처음이지만.. 그래도 금방 적응할 거 같아요”

일이 좀 힘들어요”

“(뭐가 힘들까…) 뭐.. 일이 다 그렇죠. 배우면 익숙해질 거 같아요. 제가 이 브랜드를 좋아했거든요”

내가 면접을 보러 간 샌드위치 가게는 프랜차이즈였다

결혼 전 근무했던 선릉역에 같은 프랜차이즈의 매장이 있었다. 서브웨이 같이 속 안에 너무 가득 차게 들어가는 샌드위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브랜드의 샌드위치는 좀 더 담백하게 만들어지는 특징이 있어서 근무하면서도 종종 이용하곤 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아 그래요? 저는 이거 오픈하기 전에 이 브랜드 알지도 못했는데.. 매장 오픈한 지 한 달 정도 됐거든요”

“…? 아.. 모르는 브랜드셨구나.. 근데 왜 이 브랜드를 오픈하셨어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요”


하긴..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그렇다

이 사장님의 나이도 40대 정도로 보였는데, 오프라인 매장을 창업하고자 마음먹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 난 이게 너무너무 하고 싶어! 자신 있어!라는 식으로 그 업종을 시작하는 게 아니다

첫 번째는 예산에 맞춰서 종목을 고르고, 내가 할 수 있을까를 가늠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첫 창업은 프랜차이즈를 많이 하게 되고 나 역시도 내 매장의 첫 시작은 프랜차이즈였던 게 기억났다.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본사가 많이 지원해 주겠지..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프랜차이즈 창업의 경험으로 단언컨대 매장을 오픈하는 거까지는 수월하게 될 수 있지만 그 뒤의 생존은 오롯이 각 매장 사장님의 역할이다.

본사에서 뭔가를 해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근무는 언제부터 하실 수 있으세요?”

아 전 다음 주부터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바쁠 때는 엄청 바쁜데 한가할 때는 또 한가해요”

뭐.. 모든 일은 다 그렇죠. 10시~2시가 바쁜 시간인가 봐요. 여기 건물에는 학원도 많고 건너편에 학교랑 아파트단지도 있는데.. 주 손님층은 어느 분들이세요?”

네 지금은 좀 비수기라서 아주 바쁜 건 아닌데 본사에서 말하길 3월 이후가 되면 더 많이 바빠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손님들은 골고루인 것 같아요. 아직 얼마 안돼서 자세히는 파악이 안 되었지만 직장인도 많고..”

아 그럼 약간 덜 바쁠 때 빨리 배워서 손에 익히면 좋겠네요. 배달도 하는 거죠?”

네 지금은 배민만 하고 있는데.. 쿠팡이츠나 요기요 같은 것도 늘릴 거예요”

제로페이도 하셨군요. 전 제로페이 되는 곳이 좋더라고요(자영업을 하면 꼭꼭 제로페이나 지역페이 가입을 권장한다. 이거 안 해놓으면 페이결제 안된다고 하면 그냥 나가는 손님이 일주일에 몇 명은 될 거다)”

아 네 하고 있어요. 원래는 월/화/수/목 알바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월요일은 별로 안 바빠서 제가 혼자 해도 될 거 같아서 지금은 화/수/목으로 구한 건데요

혹시.. 나중에 월요일도 근무가 가능하실까요?”

아.. 아마 같은 근무 시간대라면 가능할 거 같아요”

그리고 좀 더 바빴지만 근무시간을 좀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할까요?”

“(안될꺼 같긴 한데…) 제가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와야 돼서 방학이 끝나면 30분 정도 일찍 나오는 거랑 뒤에 연장은.. 30분~1시간까지는 가능할 거 같아요(나도 내 매장을 가야 돼서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미 고용이 된 거 같은 느낌의 멘트를 많이 하게 돼서 그런 줄 알았다

연락은 내일까지 드릴게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인사를 하고 매장을 나왔다


다음날이 되었다

‘오전에는 바쁘시겠지? 그럼 오후에 연락을 주려나… 이래놓고 만약 안되면 다른 알바로 또 알아봐야겠다’

그렇다.. 난 성격이 급하다..

1시가 넘어도 연락이 없길래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전화가 왔다


아유 제가 너무 바빠서 문자를 일찍 못 드렸네요

혹시 이번주부터는 근무 어려우시죠?”

네 이번주는 이미 잡힌 일정이 있어서요”

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혹시 다음 주는 화~금까지 하루 더 근무도 가능하실까요? 일에 빨리 익숙해지시면 좋을 거 같아서요”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샌드위치가게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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