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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천상병 시인의 ‘나무’란 시로 시작한 영화는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같은 시로 끝을 맺었다. 힘들어하고 있는 젊은 세대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시종일관 소수자 혹은 약자 혹은 비주류를 비춰주고 그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응원한다. 이백의 영화이야기 네 번째, <조작된 도시>의 메시지이다.
이 메시지를 다루기 위해 ‘조작된 도시’로 12년 만에 돌아온 박광현 감독은 도전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전작 ‘웰컴 투 동막골’과는 다른 장르임에도 영화 기법과 특수효과를 다채롭게 사용해 액션물의 흥미를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다수의 차가 등장하는 카체이싱과 드론, 해커, CG 등 새로운 기법이 눈에 띄는 영화였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12년간의 노력은 완벽하게 물거품이 되었다.
‘조작된 도시’의 심각한 점은 모든 부분이 별로라는 것이다. 어느 한 장면만 떼어내어 보더라도 별로인 부분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많은 별로인 부분 중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을 뽑아봤다. 바로, 영화의 메시지가 카메라에 담아내는 모습과 다르다는 것이다. 영화는 말한다. 썩은 나무는 없다고.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고 정의로운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세상의 ‘빅브라더’이자 ‘부정’을 타파해 나갈 수 있는 존재라고 말이다.
하지만, 말은 꾸며낼 수 있지만 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썩은 나무를 보여준다. 게임폐인인 백수, 은둔형 외톨이인 해커, 실업자 신세인 용산 판매원 등 영화에서 자칭 정의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은 사회의 비주류이다. 비주류를 다뤘기에 썩었다는 것이 아니다. 이 비주류를 담아내는 카메라가 그들이 썩었다고 얘기한다. 게임폐인인 백수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은둔형 외톨이는 사람들과 말을 할 줄 모르며, 잠깐 등장하는 흑인은 뚱뚱하고 유쾌하기만 하다. 게임폐인은 PC방에서 라면을 먹는다는 편견, 히키코모리는 머리를 내리고 음침할 것이라는 편견을 카메라는 담고 있다. 특히, 흑인은 할리우드에서 볼법한 전형적인 즐거운 흑인의 모습이다. 거기에 안 어울리는 트로트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젊은 사람을 다루고 싶었지만, 결국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못 벗어난다. 여울(심은경) 캐릭터로 대표되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은 밥을 해줘야 하며 소심하지만 내 남자에게는 따뜻하다. 그리고 화장은 꼭 해줘야 하고 가슴은 강조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라도 다리는 내놓고 살아야 한다. 남자가 눈물을 흘릴 때는 고봉밥을 해줘야 한다.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도 모두들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여울만이 밥과 반찬을 차리고 있다. 다들 손이 없나 보다.
결국, 여성이 해주는 밥을 못 잃었다. 젊은 사람을 다루고 싶었지만 여성을 염두에 두지는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이와 같이, 편견 없이 그들을 봐달라고 말하는 감독은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들을 봐왔다. 영화의 메시지가 힘을 잃는 이유이다.
박광현 감독은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청춘들을 한심하게 여기고 섞은 나무 취급을 한다. 그런데 그들은 무럭무럭 가지를 뻗어가는 나무다. 섞은 나무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라고 인터뷰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위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소통하려 했지만, 그들을 진정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으면 더 그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어려움을 생각했어야 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있다. 민변호사처럼 소통을 하고 싶었던 박광현감독은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12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젊은 사람들은 썩은 나무가 아니다. 그것은 직접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사람을 나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별점 : ★☆
한줄평 : 대화가 필요해
*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http://www.podbbang.com/ch/9673?e=22203808(이런영화)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 사진출처 : 다음 영화, 검색어 ‘조작된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