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스카우터 없오
가만있어 보자…. 관리소장을 비롯한 단지 식구가 24명이다. 작년 말로 80세까지 근무하시다 취업규칙상 더 근무할 수 없었던 영선 반장님 한 분이 퇴직한 후의 인원이다. 장기근속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퇴직 한 달 후 신년 하례식 때 꽃다발과 금일봉으로 퇴임식을 치러드렸다. 근속 기간만큼이나 단지 사정에 밝았고 구석구석 본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노출된 설치물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건물 벽속에 매설되거나 매립되어 있는 각종 구조물, 배관 등도 본인의 손금 보듯 하셨던 분이라 후임 인선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함께 입사한 반장 한 분이 얼마 전 사직하여 그동안 혼자 영선업무를 감당해 오셨기에 후임 인선에 고민이 컸다.
그런 고심을 하던 중 영선업무는 심야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으니 현재의 격일제 근무를 일근제 형태로 바꾸고 인건비 절감분을 지역 평균보다 낮은 관리직원 6명의 임금인상 재원으로 하여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게 어떠냐는 과장의 조언에 귀가 번쩍 띄었다. 아니래도 급여가 인근 단지보다 다소 낮은 편이라 채용 시 애를 먹었던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차라리 그게 낫겠다 하고 입대회장과 몇 차례 협의를 한 결과 절감분 전액 투입은 이루지 못하고 50:50 비율로 임금인상과 관리비 절감 재원으로 하는 것으로 최종 타결하였다.
인근 단지보다 조금이나마 높은 수준으로 확보하여 직원 채용 시마다 겪었던 고충을 없애려 했던 의도는 동별 대표자들의 견고한 수비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그런대로 이웃 단지와 동등 수준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벌써 이 팀(?)과는 여러 차례 경기(?)를 치렀으나 평소와는 달리 급여 인상 타이틀만 걸리면 평소에 볼 수 없는 그런 일사불란한 수비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수비축구로 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 축구를 상징하는 빗장수비(카테나치오)는 저라 가라 할 정도이고, 한때 세계 축구계를 풍미했던 네덜란드 토털 사커 인양 전원 공격, 전원수비의 호흡이 척척 맞는 게 가히 환상적이다. 지난번 구청 지원사업 신청 시 오만가지 잡다한 서류 작성과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여 지원금을 타낸 그 공은 온 데 간데없고, 관리비 절감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이때만 되면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는 평소와 다른 경기력 때문에 번번이 경기 결과가 신통치 않았으나 이번엔 그런대로 1 : 1 정도로 무승부 경기를 치른 셈이다.
앞으로 채용공고를 내면 과거와 달리 적정 수의 이력서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으나, 지역 평균을 웃도는 급여 수준의 인상을 주장한 소장의 급여 인상은 밉상을 떤 대가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고스톱 규정에 있는 '독박'이 이런 경우인가? 아니, 축구팀의 주장이 팀 전력을 높이기 위한 의견도 못 내나? 수비를 견고히 하는 4.3.3 전술을 공격 위주의 4.2.4 전술로 한번 바꿔보자고 의견을 낼 수도 있고, 취약한 수비와 공격 보강을 위해 우수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또 선수협의회장과 같은 위치에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안 그러면 누가 대신해 줄 건데….
그래, 어디 두고 보자! 한 팀에서 한 5년 정도 뛰고 나면 구단에서 FA(자유계약) 자격을 준다고 했겠다. 5년 전에 얼씬거렸던 스카우트에게 곧 FA 자격을 취득하니 이적 의사가 있음을 넌지시 흘려봐야지 하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는데…. 무엇이 그리 바쁜가, 자가 격리 중이거나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이라도 받은 것인가? 아니면 전국 방방곡곡에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가 넘쳐나서인가? 1년이 다 가도록 스카우터라고는 도통 코빼기도 그림자도 안 보인다. 아니면 적정 연령을 벗어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도 적용하는 것인가? 아니, 메시도 호날두도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데 말이다.
에휴, 정수기 냉수 한 컵 아니 한 사발 들이켜고 다음 달 회의안건이나 정리해야겠다. 그래도 올 연말에 다시 한번 외쳐 보리라. 먼저 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박찬호, 류현진, 손흥민 대박 터뜨려 준 그런 능력 있는 스카우터들 다들 어디 계시오." 매년 늦가을이면 혼자만의 이런 상념 아니 잡념에 빠져본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