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SIM, 어쩌다 땡땡
KUSIM 최근에 16년도 겨울?
KUSIM 군대 가기 100일 전이 기말고사 기간이었거든요? 공부하려고 가방 매고 집을 나왔는데.. 아 이렇게 살 수 없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남대문을 갔어요. 거기서.. 중고상 같은 델 갔는데 그 당시에는 필름 카메라가 유행이 아니었던 시기라, 디지털이 너무 비싸고 필름이 나은 거야. 싸서 필름 카메라부터 둘러봤는데, 막 만져봤는데 철컥 철컥 그 기계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샀어요
다나 얼마짜리야?
KUSIM 그 당시 19만 원? 그 당시 시급이 막 6,030원 이랬으니까- 그걸로 휴가 나올 때, 이럴 때 틈틈히 계속 찍었죠. 근데 이제 필름은 확실히- 옛날 카메라로 찍다 보니까, 카메라 기초에 대해서 공부가 좀 많이 됐고, 그 상태로.. 기본기가 다져진 상태로 이제 중고 카메라를, 디지털을 들고 독일에 갔는데 이제 거기서 빵 터뜨린 느낌이죠.
그리고.. 막연하게 학생 때 사진과 진학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냥 옛날부터, 동경하는 사람들이 보통 다 예술하는 사람들이었고
다나 예술하던 사람들
KUSIM 네 사진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게 있었는데 그냥..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안 하길 잘했어요. 너무 돈이 많이 드는 거니까-
KUSIM 아 접근성이 좋아서? 어릴 때 그림.. 잘 그렸어요~ 수행평가 항상 A+ 받고- 미술 과목 전교 1등 찍고 그랬어요 근데.. 딱히 그림에 흥미는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영상? 사진? 그래서 1학년 때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서 영화 만들기도 하고-
KUSIM 모르겠어요. 사진을.. 어쩌다 좋아하게 됐는진 모르겠는데, 그냥 제가 좋아했던 매체가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다나 원래 좀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한다고?
KUSIM 다른 매체.. 예술 매체보다는 사진을 되게 좋아하잖아요. 음악이랑 사진? 저도.. 시작에는 별.. 모티베이션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근데, 이제 어렸을 때.. 약간 로망 같은 걸 한번 실현해 본 거죠.
KUSIM 뭐.. 전시도 그중에 하나 포함되고.
다나 나도 근데 전시 해보고 싶다
KUSIM 네 살면서 한 번쯤은.. 뭔가 끝판왕 느낌이잖아요. 사진을 그냥 찍어서 편집해서 인스타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과정이지만, 이.. 정말 풀코스? 처음부터 끝까지 가봤다라는 느낌?
다나 그러네 그걸 이뤄봤네. 그래도.
KUSIM 쿠심이.. 그때 군대에서 사피엔스 책을 읽다가.. 그 인류... 기록에 남아 있는 이름 중에 제일 오래된 이름이 쿠심이더라고요. 인류의 이름 중에, 사람 이름 중에, 제일 오래 남아 있는 이름이 쿠심이거든요.
다나 그런 게 있어? 사피엔스 책에 소개돼 있어?
KUSIM 중동 쪽 사람인데, 상형 문자로 딱히 뭐 고위직.. 그런 사람도 아니고. 그냥 자기 일을 하는.. 세무..? 그냥 누가 몇 개의 밀을 납입했고, 약간 그냥 그런 기록에, 그냥 끝에 사인 같은 이름으로 쓰인 게 쿠심이었어요
다나 재밌네
KUSIM 그냥, 21살 당시에- 직업 디테일하게 무슨 일 하고 이런 생각은 없었어도, 뭔가 내 이름이 좀 남는 일을 하고 싶은데- 약간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그 당시엔 그게 멋있더라고요.
아, 저 사람은 그냥 자기 일을 한 건데 어떻게 기록으로써 남았네? 그래서 그냥 메모지에 써놨어요. 나중에 인스타 이름을 바꿔볼까? 이러다가 이거저거 해볼까 하고 그냥 쿠심을 했는데- 이제 글이 워낙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다 보니까, 교환 학생 가서도 그렇고.. 저를, 제 이름보다 쿠심으로 기억한 사람이 많아ㅋㅋ
KUSIM 지금 이런 사람 많아서 바꾸기가 어렵게 됐어요
다나 너랑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애
KUSIM 재윤으로 했다가, 그냥 쿠심 할까? 그냥 쿠심 한 거야. 별 의미 없어
다나 나는 그게 무슨. 사피엔스 책에 나온 가장 오래된 사람의 이름이라는 건 몰랐네?
KUSIM 저의 의지보단 그냥.. 어쩌다 보니까 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그렇게 기억을 해주고 그런 느낌? 읽어주네 이런 경험이 참 좋아요.
KUSIM 주관적인 건데 피로하지 않은 사진. 인위적이지 않은.. 보정도 자기 자유이긴 하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보정을 하는 분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쨍한 분홍 노을.. 그런 건 공감이 가지 않아요
KUSIM 원랜 내가 잘하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 잘하는 사람을 보니까 저도 다 잘하고 싶어요. 김영철 사진 작가님. 상업성도 있는데 예술성도 있다? 최고예요. 그리고 배고플 때보다 여유로울 때 사진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배고픈 예술은 하기 싫어요
배고프면 세상을 꼬아보거든요
Kusim의 다른 이야기들.
쿠심의 전시회 Better day <그 곶>을 다녀와서
어쩌다 땡땡. 예전부터 '어쩌다 무언가를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 삶에는 굳이 계획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쓸모 없는 일인 것처럼 보여도, 어느 순간들이 모여 나의 핵심 정체성으로 자리잡기도 하지요.
땡땡은 XX. everything입니다. 특정 카테고리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또, '땡땡이 치다'의 의미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주워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 정해진 길을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어쩌다 땡땡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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