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 이야기집 Oct 08. 2021

삶은 사진을 닮았다

쿠심과의 인터뷰를 다시 회고해보는 이야기

재윤이의 첫 번째 전시회 <그 곶> 관람과 함께 재윤이를 인터뷰했다. 전시회 방문과 인터뷰는 참 우연 같은 필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아르바이트를 할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갑자기 재윤이가 생각났다. 원래 내가 가진 철판으로는 재윤이한테 연락을 못했겠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 어디선가 용기가 불쑥 솟아나 무턱대고 재윤이한테 카톡을 보냈다. 나의 급작스러운 연락에도 재윤이는 당황하기는 커녕 일정이 있어 꿀알바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 날의 연락이 전시회를 물어다주었다.


인터뷰도 사실은 즉흥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원래 어쩌다 무언가를 하게 된 누군가를 인터뷰할 생각은 품고 있었지만, 첫 시작이 재윤이가 될 줄은 몰랐다. 그건 아마 재윤이도 몰랐겠지.ㅋㅋ 지하철을 환승하러 가는 길에 재윤이한테 엘리베이터 스피치처럼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얘기해주었고, 재윤이도 흔쾌히 승낙했다.


'잘'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도 그냥 궁금한 거 다 물어봐야지 하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재윤이 전시회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재윤이와의 인터뷰 곳곳에 숨어 있었던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예림: 근데 무언가를 찍으려고 이렇게 들고 다니는 거 같아
쿠심: 확신은 못하죠. 찍을 게 있으면 찍겠다는 거죠.


예림: 너는 이 집어넣는 행위로 뭔가를 뭔가 좀 얘기해 주고 싶은 게 있었던 거야?
쿠심: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진을 그렇게까지 생각을 할 시간이. 기회를 안 주니까 일단 찍고 나서. 나중에 이것도 처음에는 편집을 안 했었던 사진이었을 거예요. 나중에 보다가 어 이거 괜찮은데 하고 다시 편집을 한.


예림: 아~ 저런 것도 일부러 강조하려고 그림자를 의도대로 진하게 표시한 거구나~
쿠심: 자세히 보면 이게 저게 강이고 이런 게 구분이 가는데 그렇게 보지 않으면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는 그냥 이 구도랑 그림자거든요.
예림: 음~ 뭔가 너가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뭔가 어떤 해시계의 일부를 잘라서 넣은 것 같기도 하다~
쿠심: 그래서 사실 그 이상의 의미로 찍은 건 아니었고, 대부분의 사진들이 찍을 당시에는 생각할 틈이 잘 없죠. 왜냐하면 순간이 지나가 버리면 끝이니까


나는 재윤에게 계속 사진을 찍은 '의도'를 물어본다. 무엇을 염두하고 찍었을 거란 생각에. 그러나 재윤은 한결같이 대답하기를 "그렇게까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나중에 보다가 괜찮아서 편집을 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재윤이와 했던 대화들을 다시 돌아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의 대화가 마치 사진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아니 지구의 시간으로만 봐도 우리는 찰나의 순간을 살아간다. 실제로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룬다. 그 찰나의 삶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애쓰기도 하고 무언가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 때 당시엔 마냥 좋지 않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보니 새로운 시작으로 연결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좋은 일이 오기도 한다. 힘든 그 당시엔 힘들기만 하다. 내가 그 순간을 관통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나고 나면 또 괜찮아진다. 그 순간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나의 전시회 관람이 끝이 난 것 같다.


쿠심과의 인터뷰 원문은 여기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어렸을 때 로망 같은 걸 한 번 실현해본 거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