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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 이야기집 Oct 14. 2024

나는 왜 덕질하는 게 없을까?

뽀송뽀송 내면일기 1

덕질,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이라고 사전이 말한다.


예전에는 한심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새는 일부러라도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하는 소양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오히려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것 하나 없으면 무색무취 인간이 되는 것 같다.


진짜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사람을 보면, 특이점까지 도달한 경우가 있다. 나라면 그렇게까지 해보리라고 생각도, 상상도 못해본 걸 하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는다던가, 미친 정성을 보인다던가 하는 것들. 물론, 그 기준은 다 상대적이고, 각자 다른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잠깐 혹하는 건 있어도, 그 강도가 진하거나 오래가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간, 쓸개까지 모두 빼서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거지? 내 눈엔 그들이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일단 그냥 뛰어들고 보는, 불나방 같았다. 어쩌면 그 대상에 대한 큰 믿음과 용기 없이는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뜨겁게 좋아하고 사랑할 대상이 있는 사람이 부럽고 멋있었다.


..


오래 전, 잠시 인턴으로 근무했던 회사에서 한 대표님으로부터 '기술적인 부분은 됐고, 너는 이제 좋아하는 걸 찾으면 되겠다'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덕질'이란 건 줄곧 메워지지 않는 구멍이었다. 내가 제출할 수 없는 과제였따. 그게 벌써 7년 전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좋아하는 대상을 찾는 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이미 좋아하는 것들이 한가득인데, 타인과 열정의 크기를 비교해서 가려진 건지도 모른다. 굳이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를 비교할 필요는 없는데. 내가 좋다고 하면 좋은 거라고 스스로 받아들여주면 되는데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짧다는 것도, 유통기한이 짧다고 그 좋아하는 마음이 '거짓된 마음'은 아니지 않나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내 관심이 향하는 곳은 '외부세계'가 아니라 '내부세계'여서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웠던 건가 싶기도 하다. 외부에 있는 어떤 대상에 집요함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탐구나 나한테 향하는 질문에 있어서는 굉장한 집요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동생과 대화를 하다가 알아차리게 된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실제로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 실체를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것은 아니었는지.


나는 확실히, 여러 가십에 대해 떠드는 이야기보다 자기 자신이 경험하고 깨달은 이야기, 앓고 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 너무 좋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이 반짝거리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그 사람에 나를 대입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나 스스로한테 던질만한 물음표들을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게 된다.


그래, 나는 누구보다도 '나'를 해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이 복잡한 내면세계를 한올 한올 풀어내는 데 진심이다. 외부세계의 매개체가 없어도, 나는 바로 나의 내면으로, 다이렉트로 닿을 수 있다.


그냥 나는 이렇게 생겨 먹은 사람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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