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인터뷰집을 선물해 주었다
실제 작업 기간은 2~3주 남짓이었지만, 전달하기까진 7개월이 걸린 인터뷰집을 드디어 친구에게 선물해 주었다.
인터뷰집은 올해 초부터 구상했던 나의 사이드프로젝트 중 하나였는데, 2년 전에도 취미로 사진을 찍던 작가 지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인터뷰한 친구는 두 번째 전시를 열어서, 그녀의 작품 세계와 철학이 궁금했기에 올해 1월에 인터뷰를 요청했었다. 덕분에 호기심이라는 나의 사리사욕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나는 왜 인터뷰집을 만들었는가?
내 무의식중에 인터뷰라는 것은 유명한 사람, 대단한 성과를 이룬 사람만이 어디 매거진이나 대중매체에 나와서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나는 그게 일종의 특권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심플하게 생각하면 인터뷰 또한 일종의 대화일 뿐, 우리가 평소 일상생활에서 나누는 그런 시시콜콜한 잡담이지 않나. 우리는 매일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눈다. 그리고 어떤 대화는 도대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내 인생의 뿌리 깊은 가치관이나 철학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인터뷰가 허락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싶었고, 이게 두 번째 작업이 된 거다.
실물 책자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블로그 글로 충분히 정리하고 끝날 수 있었음에도 굳이 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책자로 만든 이유는 물성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곁에 두고 생각날 때 바로 책을 집어 들어 읽을 수 있고(접근성이 좋고), 책이라는 실체로 존재하니까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 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지' 쉽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로 친구에게 인터뷰집을 선물해 주었을 때, 이걸 다시 보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잊고 지냈던 것 같다고 정말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해주었다. 인터뷰집 기획 의도에 꼭 들어맞는 감사 인사를 받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하나의 건실한 장기 프로젝트로 키워볼 생각도 있었기에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누군가도 이 작업이 필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지. 또, 나름 질문을 잘 던지는 게, '좋은 질문'을 하는 게 내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그 능력이 팔릴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성이 있는 능력인지 실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프로젝트가 시장성이 있는 아이템과 능력인가'. 다 떠나서 실제 인터뷰집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을 띈 출판물로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지연이에게는 예술 하는 마음과 의지를 지켜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그 친구가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을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응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연이 인터뷰집을 만들면서 각자의 인생은 정말 저마다의 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인터뷰집이 인생에서 용기 내어 한 발을 내디뎌야 할 때 방향성을 일러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내 선택에 믿음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지연이가 부모님께서 인터뷰집 보시면서 감동을 받고 있다고ㅎㅎㅎ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에 대한 인터뷰집이 부모님 생각과 나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적지 않은 시간과 꽤나 큰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