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경험보고서 5
신기한 경험을 했다. 누군가의 자랑이 고깝지 않았다. 최근에 의식적으로 느낀 발견이었다. 나는 원체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자랑 듣는 걸 잘 못한다. 감내하는 걸 어려워한다. 아마, 내가 그런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자랑하는 이의 콧대가 높아지는 모습이 꼴사납다고 느껴서일 거고, 누군가의 부러움을 주식으로 갈취하여 덩치를 키우려는 사람이 있어서일 거다.
친구가 나에게 하나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자신의 무용담을 하나 이야기 해 주는데, 이게 결코 아니꼽지 않고,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관객이 되어,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신기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어딘가 작은 티끌이 마음에 한 톨이라도 남아있기 마련인데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왜였을까?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라서? 경쟁이나 대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편’인 사람이라서? 이미 서로 인정과 사랑을 충분히 주고 받은 사람이라서? 응원을 보내는 게, 곧 나에게도 응원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꼭 한 가지 이유만 있을 것도 아니고, 모든 이유가 다 부합될 수도 있겠다. 가장 분명하고 마음에 확 꽂히는 이유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떤 자랑은 전혀 못마땅하지 않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귀엽고, 무한한 응원을 보내주고 싶은 자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