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의 조각, 그리고 훗날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대리석 조각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순백색에 근육이 돋보이는 몸, 또는 온화한 미소와 인체의 곡선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조각들은 신과 사람의 모습을 모방한 것으로 뭔가 모르게 신성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조각들이 문신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특히 패션으로 하는 스타일리시한 문신이 아니라 범죄자들이 주로 하는 문신이라면 어떨까요? 이런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대리석 조각가 파비오 비알레(Fabio Viale)입니다.
파비오 피알레는 원래 매우 저명한 조각가입니다. 1975년에 태어난 그는 16살 때부터 대리석에 매료되었으며 이탈리아 투린에 있는 예술 학교를 졸업했죠. 그는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얻었는데요. 공예품과 앤틱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기념비, 공동묘지 등에 세워지는 비석을 조각했습니다. 이후 그는 현대 미술로 뛰어들었죠. 2013년 그는 현대 예술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 데뷔해 상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RedFriday에서 소개할 것은 파비오 피알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시리즈가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리석에 문신을 새겨 넣는 것이죠. 물론 진품 대리석에 문신을 새긴 것은 아니겠죠. 그는 유명한 대리석상을 복제하고 이 위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대리석 문신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사람에게 문신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대리석에 문신을 새기는 것이었는데요. 그냥 대리석 위에 물감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석에 바늘로 콕콕 찔러 색소를 집어넣는 방식이었죠.
그는 로마의 바티칸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대리석 조각인 '라오콘,' 안토니오 카노바가 조각한 비너스, 그리고 밀로의 비너스상 등을 차용해 문신을 새겼습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를 왜 한 것일까요?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삶과 죽음' '성스러움과 신성 모독'이 만난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 결합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각에 사용된 타투는 '패션 타투'가 아닌 범죄자의 타투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러시아의 범죄자들, 그리고 일본의 야쿠자들이 주로 하는 타투를 주로 차용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라오콘'에는 일반적인 범죄자 문신이 아닌 단테의 지옥을 그렸습니다. 이 지옥의 이미지는 15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조반니 다 모데나의 작품으로 산 페트로니오 성당에 그려져 있는 것을 모방한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대리석 조각이 아닌 '역사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조각'을 가져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인데요. 유명한 조각들에게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이미지가 있으며 이것은 '상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반대의 것을 하나로 결합시킨 작가의 아이디어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듯 한데요. 범죄자의 문신을 한 대리석 조각. 여러분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