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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허니 Jan 05. 2018

음악을 배우기 전 꼭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작곡 편)

음악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려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들

[Case #1]


- 30대 주부. 학생 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잠깐 음악학원을 다니기도 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꿈을 포기했지만, 아이를 낳은 후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던 중, 어릴 적 꿈이 다시 떠올라 작곡 공부를 시작해보기로 결심함."



 "작곡을 해 보려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시겠다구요? 알아보니 화성학도 공부해야 하고 피아노도 잘 다뤄야 하고 음악도 많이 들어야 한다고들 하던데.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요. 다만, "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어릴 때 작곡에 흥미를 가져 진로를 결정한 케이스고, 이후 현재까지 열심히 좋은 곡을 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작곡을 하기 위해 처음 손에 익힌 악기는 피아노였죠. 오랜 시간을 거쳐 다채로운 이론을 공부하고, 피아노 외의 악기들까지도 조금씩은 파고들었던 경험이 있구요. 


 다만 일반적으로 작곡을 공부한다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취미로 악기를 연습하는 것과는 다르게 조금 더 무게감이 있는 게 사실이고, 작곡을 배울 수 있는 경로는 작곡을 가르쳐주실 수 있는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거나, 음악학원에 등록을 하여 동시에 작곡법과 피아노, 화성학 등 여러 과목을 배우는 과정으로 양분되는 게 보통이니만큼 작곡을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해도 생각보다 접근성 자체가 높지는 않은 편이긴 합니다.


 작곡을 배우길 희망하는 어린 학생들에서부터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곡가가 되길 희망하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작곡, 말 그대로 악곡을 만드는 행위를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끊임없이 영감을 떠올려 악곡 자체를 많이 만들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곡을 쓸 수 있는지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작곡이라는 행위 자체는 생각보다 의외로 훨씬 쉽고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설거지를 하거나 목욕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일이나,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하게 될 웅장한 교향악을 만드는 일 모두 '악곡을 만든다'는 원초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일이라는 것이죠. 


 음악의 3요소는 '리듬, 화성, 선율'이라고 익히 알려져 있지만, 우리의 전통 음악인 민요는 선율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고, 사물놀이에는 음악의 3요소 중 리듬만 존재하지만 이 또한 음악으로 간주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작곡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복잡한 화성 이론과 체계적인 작곡법,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춰야만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곡 공부를 시작하시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체계적인 이론과 연주력은 보다 완성도가 높은 곡을 쓰기 위해서 언젠가는 분명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며, 그러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뒤따라와야겠지요.




 위와 같은 입장에서, 이제 막 작곡을 배우기 시작하시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말씀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만 애쓰지 마세요. 

기존에 들어왔던 수많은 곡들은 이미 오랜 시간을 거쳐 작곡법을 갈고닦은 전문가들의 음악이니까요.


2. 처음에는 선율로만 이루어진 곡을 먼저 많이 써 보세요.

음악의 3요소를 말하기에 비유하자면, 리듬은 말하는 속도, 화성은 말할 때의 표정이나 제스처, 그리고 선율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과 비슷합니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하는 말 그 자체이니, 선율만으로도 당신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게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연습하세요. 


3. 선율을 만드는 과정이 익숙해졌다면, 만들어진 선율에 다양한 화음을 붙여 곡의 분위기를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해보세요. 

같은 선율이라도 장조의 화성을 쓴다면 밝은 느낌의 곡이 될 것이고, 단조의 화성을 쓴다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곡이 될 수 있습니다. 음악에 정답은 없으니 어떻게 하여도 괜찮습니다. 본인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쪽을 선택하시면 언제든 그게 바로 정답이 될 거예요.


4. 기본적인 선율과 화성으로 어느 정도 마음에 들게끔 곡이 완성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연주하고 노래할 것인지도 생각해보세요. 

이제부터는 편곡에 대해 고민할 시기입니다. 연주에 쓰일 악기 구성과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는 구간 설정, 곡의 템포 변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법을 시도하고 최선의 느낌을 찾아보세요. 이미 발표된 기존의 음악들을 참고하는 것도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5. 익숙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곡보다는, 솔직한 감성을 담은 곡을 쓸 수 있도록 하세요.

작곡을 한다는 것은, 나의 생각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아무런 음악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당신의 음악을 들으면 그 이야기가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를 직감적으로 파악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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