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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원 Jun 22. 2016

그래픽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이야기

평범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회사 꾸미기

사당에서 작은 공간에서 서른 명이 다 앉을자리 없이 일하던 회사.

대표님 자리가 없는, 항상 외근이 많으시다며 소파에서 구부정하게 앉아서 일하던 회사.

서른 명이서 화장실 하나로 ( 남, 여공용 ) 사용하던 회사.


이것들이 얼마 전까지 우리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농담으로 항상 심사를 담당하는 신모 양이하던 말은

" 신호가 왔을 때, 화장실이 비어있던 적이 없다!." ( 엄청 미화했음 )


그래도 나름 재밌었던 추억들이 많은 사당이지만, 작은 성공을 시작으로 회사는 커졌고 그만큼

화장실의 크기도 커지고 남, 여가 분리되고 크기만큼 사람들도 더 많아졌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과 고생했던 회사 식구들을 위해 대표님이 내린 결정은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자!

그 작지만 큰 결정은 '8퍼센트'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마인드를 많이 바꿀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회사는 굳이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에게는 더욱이 사치로 생각될 수 있죠. 우리 회사도 스타트업이기에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부 디자이너인 제가 하게 되었죠. 다만 큰돈과 비싼 자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가 사원들을 생각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이 글을 쓰면서 회사 식구들에게 좋은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게 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지갑을 열어주신 대표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인테리어의 전문가도 아니고 평범한 그래픽 디자이너이기에 허접하게 회사의 공간을 꾸민 이야기임을 강조합니다.



1. 의미와 목적을 정하자.

어릴 적 처음 내방의 페인트를 칠하고 그곳에 앉아 멍하니 가구를 보며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어떤 가구를 놓아야 할지 멍 때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습관이 공간에 의미와 목적을 정하는 일입니다. 이 공간이 완성되면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제가 꾸밀 수 있는 공간은 총 5곳의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예로 1번은 가장 큰 공간이기에 점심을 싸오는 사람들이 밥을 먹을 수 있고, 일하는 곳과 분리를 시켜 일보다는 게임과 휴식 위주의 목적으로 정했습니다. 이와 같이 각 구역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할지를 먼저 구상해서 물품구매나 배치 등 동선을 그리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2. 콘셉트를 정하자.

모든 공간이 같은 색과 같은 무늬 일필 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화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콘셉트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콘셉트는 일과 관련된 곳은 밝은 철제와 밝은 나무를 기준으로 잡고, 휴식과 관련된 공간은 어두운 철제와 어두운 나무를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이유는 휴게공간은 좀 더 어둡게 눌러서 무게감이 있어 고급스러워 보이길 원했고, 일하는 공간은 좀 밝아서 긍정적인 느낌을 주며 두 공간을 확실히 분리시키고 싶은 생각에 콘셉트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3. 목적과 콘셉트에 맞는 가구를 사자.

이번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회사 사정상 한정된 금액이 있었고, 업체를 많이 고를 수 없어서 한 업체에서 구매를 진행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이케아는 좋으나 품절상품이 많고, 이마트는 생각보다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 이상은 너무 비쌌고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업체는 '텐바이텐'이라는 업체를 선택하였습니다. 그 안에서 전부 위에 목적에 맞는 물품들로 며칠 동안 고민 또 고민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뺏다를 수십 번 반복을 하며 고심 끝에 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4.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하자.

가구를 배치하다 보면 가구 때문에 돌아가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을 하러 들어오고 빠져나갈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만약 안 하고 그냥 가구를 아무 생각 없이 놓다 보면 다시 가구를 옮기게 되는 일들이 생기게 돼서 신중히 사람들의 동선을 정하고 가구의 위치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1번 위치는 목적대로 사람들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커피머신 등을 놓고 6인용 긴 테이블을 배치하였고, 뒤로는 장식장과 TV와 게임기가 있어서 식사하지 않을 때는 테이블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구석에는 안마의자를 배치하여 밖에 전망을 보며 안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2번은 사람들이 릴랙스 한 자세로 대화도 하고 일 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한 자세로 책도 읽고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의 목적으로 제작하였습니다.



3번은 회의를 하거나 방에서 조용히 혼자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집중의 공간입니다.



4번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인데, 손님이 오셨을 때 차 한잔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입니다. 뒤에 옷을 걸고 앞에 티테이블을 이용해 간단하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휴게공간입니다.



5번은 안쪽 방을 이용하는 직원분들이 노트북으로 일하거나 눕거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운동기구가 있어서 간단하게 스트레칭 및 운동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인테리어 전공이 아닌 평범한 남자 그래픽 디자이너가 회사의 인테리어를 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고 혼자 고민도 많았지만 만들고 난 뒤 사람들이 이용하며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 해 하며 회사에서 잘 안 하던 정리와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회사나 집을 꾸미시려고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은 제 회사 책상과 카메오 일어서서 일하시는 CTO님의 뒤태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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