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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혁선율 Jun 30. 2019

엄마, 우리가 네 명이어서 힘들어요?

아들 셋, 딸 하나... 기 승 전 딸

네 명의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일은 익숙해졌지만 힘든 것은 매 한가지다. 나도 모르게 헉헉거리며 가뿐 숨소리를 내게 된다. 이 날도 겨우 목욕시키고 얼른 자야한다며 잔소리를 하던 중에 나의 한숨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왔다. 나의 양팔은 이미 2인용 배게로 변신하여 꼬물거리는 아이들 둘씩 껴안은 채 지친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다섯 살 셋째 딸 선이는 작은 미소와 다정한 눈빛으로 이 정도의 수준 높은(?) 질문을 하는 자신 스스로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우리가 네 명이어서 힘들어요?


선이의 표정과 예쁜 말에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뭐라고 대답할까.


아니야, 아주 조금 힘들지만 네 명이어서 더 즐겁고 행복해!



정말 진심인데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선이는 더 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습관적으로 한숨 쉬고 '엄마 힘들어'라는 말을 자주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야리야리하고 여성스러움이 넘치는 딸이어서 예민하게 느낀 것 같기도 하다. 나의 힘듬을 알아주는 딸 때문에 모든 피로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그러고 보니 요즘 선이가 엄마를 지켜주고 도와주겠다는 말을 몇 번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막내가 엎지른 우유를 알아서 물티슈로 닦아주고 화장실도 혼자서 가겠다며 엄마의 일을 덜어주려고 한다. 지금 딸의 모습을 지켜보고 마음껏 즐겨야겠다.


오늘 딸과 함께 두 번째로 목욕탕을 갔다. 엄마가 세신 받는 20분 동안 망부석처럼 서 있는 딸을 두고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칭찬을 하던지. 장난감이랑 같이 놀고 있으라고 마련한 자리를 뒤로하고 하염없이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딸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충만해졌다.


머리를 말리느라 드라이기를 하는 동안 선이는 반대편 구석으로 가서 목욕바구니를 가져왔다. 조금 커서 혼자 들기가 불편할 텐데 내가 가져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알아서 챙겨 왔다.


아들 셋 딸 하나, 그 딸이 이렇다. 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다행스럽다.


엄마, 내가 태어나서 너무 다행스럽지?


네 아이 한 명씩 기도할 때마다 셋째 선이를 향해서 '딸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스럽다'는 말을 제일 먼저 했다. 그 말을 기억하고는 다시 되묻는 질문에 대답 대신 딸을 부스러지듯 꽉 안아 주면서 온몸으로 대답하곤 했다.


네 아이 육아 힘들지만 이런 순간들 때문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아직은...?!


앙증맞은 손짓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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