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밀
시한부 : 어떤 일에 일정한 시간의 한계를 둠.
왜 여행이 좋을까? 여행을 가면 당연히 설레고 모든 것이 좋아보이는거지, 왜 그런지는 깊게 깨닫지 못했었다. 그런데 문득 알았다. 여행갔을 때는 곧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때문에 하루 하루가 소중했던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로운 문물과 환경을 접하고 고정관념이 깨진다는 것도 좋은 이유였지만 더 큰 이유는 역시 잠시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1달이든 2주든 일주일이든 곧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때문에 하루 하루가 소중했던거지. 이 도시에 머물 수 있는 날이 3일이라면 그 하루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래서 알차게 돌아다니고 발길이 닿는 곳은 어디든 좋게 보이는 필터가 씌워졌었다.
내 첫 해외 체류지였던 캐나다의 빅토리아는 내 머릿속에 천국처럼 남아있었는데 나중에 다시 가보고 알았다. 그렇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거기서의 시간이 2달 뿐이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의 그 아련한 기분, 그 곳의 자연과 풍경 하나하나가 너무나 황홀하게 느껴졌고 현시에 존재하지 않는 파라다이스처럼 느껴졌다. 또 여행지에서 급 사랑을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다시는 못 만날, 잠시밖에 없는 시간이라는 제약때문일 것이다. 허락된 시간이 하루밖에 없다면 상대의 매력은 급격히 증가한다. 이렇게 시간의 제약이 상황을 얼마나 소중하고 좋게 행복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여행이 주는 행복의 비밀은 시간 제한, 시한부에 있었다. 내일 떠나야 한다면 오늘은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 되는 마법, 결국 모든 건 마음에 달렸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꼭 여행이 아니라도 어디에 있든, 어디에 살든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함이 배가되지 않을까? 모든게 즐겁고 기쁘고 그냥 살아있다는 것, 길거리 풍경 하나 하나가 소중하고 좋아보이지 않을까? 내일 진짜로 죽음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상기하고 살면 이 삶 자체가 여행임을 깨닫게 되고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처럼 모든 것이 소중하고 기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상대가 나에게서 멀어질 것 같으면 갑자기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니까. 늘 있을 줄 아는 착각에 빠져서 살기에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지금 사는 동네도 언젠가 과거의 장소가 되고 내 옆에 있던 사람들도 언젠가는 떠나고 멀어질 때가 온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있는 동안은 그것을 잊게 된다. 그것을 안다면 여행지에서의 행복과 모든 것이 좋아보이는 기쁨을 평소 365일 느낄 수도 있겠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이 정말로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