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별로 길게 이야기할 건 없는데요. 제가 대학교 중반 즈음에 워낙 가십걸이라는 미드를 좋아하다 보니. 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걸로도 드라마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지라.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했던 건 시즌1의 1화인데 제 기억에 모든 캐릭터가 잘생기고 멋지고 예쁘게 나왔던 게 가십걸 시즌1이 아니었는가 함
단순반복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워낙에 무료해서 한쪽 귀에 이어폰 꼽고 뭔가 무심하게 들을 만한 게 필요했는데 그냥 가십걸 시즌1 1화를 mp3 파일로 받아서 그걸 무한 반복해서 들으며 일했지 뭡니까. 근데 하도 듣고 듣고 듣고 또 듣다 보니 샤워하면서 흥얼거리다 가십걸 인트로 대사를 줄줄 읇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겅...
그 순간 깜짝 놀랐는데 이걸로 공부가 되겠구나 싶어서 그 이후로는 좀 고의적(?)으로 mp3 파일을 담아서 종일 나 자신을 노출시키기 시작했음. 물론 드라마는 볼 대로 봐서 한글자막을 전부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대충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의미는 아는 정도로 외워 놓고요. 근데 이런건 일부러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듯.. 진짜 좋아하는 드라마로 해야된다고 생각함. 억지로 하다 보면 그만두는것도 쉬워짐
처음에는 가십걸 시즌1의 1,2,3편 정도를 휴대폰에 넣어놓고 다른 음악들은 다 지웠어요. 뭘 플레이해도 셋 중 하나밖에 안 나옴... 잘 때도 이어폰 꼽고 잠들었어요. 수면 자체에는 방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 어학능력 향상으로 얻을 의미가 더 컸었을 때였음. 그렇게 듣다가 하도 들어서 지겨워질 무렵 즈음에 4~10편 정도를 더 보고, 더 넣고, 컴퓨터를 할 때마다 뒷배경으로 드라마를 켜놓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번씩 쳐다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뭔소리를 하는건지 못 알아듣겠다 싶으면 한글자막 넣어서 비교해 보고, 단어나 관용어를 모르겠으면 검색해서 의미를 찾아내고. 근데 이것도 한번에 안 되요. 한 다섯번정도 계속 검색하게 됨 -_- 들을 때마다 몰라 -_- 근데 그렇게 찾으면서 내가 분명 이거 지난번에 찾아봤던 것 같은데 기억도 못하냐 멍청이 -_-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정도 되면 슬슬 새로운 단어나 표현도 익혀지기 시작함
그렇게 시즌 1을 끝내고 나서는 시즌 2로, 3으로, 4로 옮겨갔는데 그렇게 듣고 듣고 듣고 듣고 보다가 깨달은 게...... 시즌 뒤로 갈 수록 재미가 없다 -_- 그냥 내용 자체가 그다지 흥미있지가 않게된 것 -_- 그래서 그 이후에는 내가 당시에 보던 빅뱅이론으로 갈아탔다. 얘들은 맨날 과학용어들을 사용해서 뭔소리를 하는 건지 못 알아듣기도 하고 그랬는데 듣다보니 그냥 그게 그거구나 하게 되고 그렇뇽. 그런데 이 빅뱅이론도 호불호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갈려서, 그냥 좋아하는 에피소드만 여러 개 넣어서 그걸 돌려서 듣곤 했었다.
호주갈 적에 개봉을 했었던가 하여간 개봉했을 때 봤는데 너무 꽃혔던 더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 이 영화는 그냥 음악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한치의 지루함 없이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었고 잘생긴 남자들도 많이 나와서(....) 그저 더욱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던 영화였는데. 이 영화의 OST 도 좋아서 따로 듣기도 하고 했었다. 호주에 처음 가서는 밤마다 자기 전에 틀어놓고 이어폰으로 보며 들으며 잠들곤 해서, 이 영화를 보면 늘 그때의 그 기억이 떠오른다. 도심에서 한 십분 정도 떨어져 있던 아난데일이라는 곳에 살고 있었을 때였는데. 집은 호주식 집이었고 난방이 제대로 안 되서 춥다 춥다 하면서 이불 싸매고 지내던.
이 영화 역시 mp3파일로 변환해서 늘 듣고 다니고, 스크립트도 다운받아서 읽어보고 하면서 계속 보고 듣고 보고 듣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반복해서 듣게 되면 거기에서 언어적으로 습득을 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인데, 사람이 대화하는 상황(시나리오)을 아주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또 그 상황에 어떻게 캐릭터가 대답을 했더라는 실제적인 '답' 또한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영화 2시간짜리라고 한다면 그 안에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하는 상황이 100가지가 있다고 치고 그 영화를 통째로 외웠다고 친다면 적어도 100가지 상황 중 하나를 마딱뜨렸을 때 내 입에서 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대답이 적어도 한 가지는 생긴다는 것이다. 그 대답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방향과 약간 다르거나 완전히 다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언어는 다르거니와 딱히 할 말이 없다면 내 귀에 익숙해져 있는 '그'(캐릭터가 했던) 대답을 던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아무튼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장면을 통째로 외우다 보면 분명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 몇 개 정도는 생긴다. 그 문장의 단어 하나 정도만 바꿔서 사용해도 일단 문법적으로 완벽하게 맞는 문장이기 때문에(일단, 원어민 배우들이 말한 문장들이 아닌가) 그리고 또한 그 문장을 사용할 때에는 그 캐릭터가 말했던 뉘앙스 그대로 문장을 내뱉게 되기 때문에 어투 또한 굉장히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말 속에 숨어있는 유머를 발견하기가 좋아서, 그리고 방송국 사람들답게 사용하는 어휘가 남달라서 들을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발견하는 것들이 생기는 뉴스룸(....) 한 일이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였는데 이제와서 다시 보니 좀 뭔가, 미국짱 정의짱 이런느낌이라(...) 좋아하는 에피소드만 골라서 듣게 되었다. 일상의 수준을 살짝 넘어선 정도의 어휘구사라고 하면 맞을까. 돈키호테의 한 구절을 읇기도 하고 미국역사에 대한 이야기+ 그것을 안다는 전제 하에서의 농담 같은 것들이 이루어져서. 뉴스룸 보면서 검색 마이 해따....
보고 보고 또 봐도 너무 좋아서 영화관에서 유일하게 2번 본 이력을 가진 인터스텔라(라기보다, 내가 샌프란에 있었을 때 개봉해서 그곳에서 보러가고 벤쿠버로 돌아가서 개럿하고 한번 더 보러 갔다). 지금도 너무 좋아서 보고 보고 또 보고 요근래 들어서 집에 인터넷이 안 될때마다(...)틀어놓고 보는 영화가 바로 이 인터스텔라인데 문제는 얘들은 대사가 적다(......) 그래도 좋다. 음악이 좋고, 장면이 멋있고
뭐 이외에도 남자친구가 특히 좋아해서 옆에서 보다 나도 배터지게 웃는 쿡쿠cockcoo 라던가 좋아하긴 하는데 이해력이 딸려서 한글자막없이 보기 힘든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 등등이 있습니다마는 위에 열거한 것들이 아무래도 저의 리스닝...........이라기보다 스피킹의 발돋움에 도움이 되어 준 티비쇼 님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이외에도 이렇게 외운 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고(워킹홀리데이), 말이 막혀서 답답한건 좋은거고 짤리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을 만들어 준 '일자리' 등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고 제 모든 영어의 근간이 된 것들은 역시나 반복해서 듣고,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언어라는 건 그냥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문화권에서 나고 자라지 않는 한 평생의 과제로 남을 겁니다(그 나라에 살아가는 한), 그런데 오히려 좋지 않은가요 그런, 평생에 걸쳐 도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게. 늘 스트레스를 받고 노력해야할 것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살아갈 이유를 주는 느낌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