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현실이 만난 여름의 시작
“가게 자리는 비가 내릴 때 물이 고이는 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지나치게 속설을 잘 따라 간걸까?
20년 여름의 시작, 유난히 많은 비가 퍼부었다. 인테리어 공사는 시작했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건물 안으로 빗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새로 칠한 벽에 얼룩이 생기더니, 곧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닥으로 흘렀다. 걸레로 닦아내는 속도는 빗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바닥에는 종이 박스가 흩어져 빗물을 빨아들이고, 기둥 사이사이에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담기 위한 플라스틱 통이 놓였다.
공들여 설치한 가구와 조명이 자리 잡은 공간은 어느새 비만 잠시 피할 수 있는 임시 창고 같았다. 인테리어 중인 공간은 눅눅한 공기에 눌려 힘을 잃었다. 커피 향이 채워져야 할 자리에 비 냄새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종이 박스는 금세 축 늘어졌고, 플라스틱 통도 곧 넘쳐흘렀다. 우리는 비가 그치면 양동이를 비우고, 젖은 박스를 버리고, 물바다가 된 바닥을 훑었다. 비가 멈추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장마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오픈은 할 수 있을까? “
밖은 빗소리로 가득했고, 안은 늘 눅눅했다. 준비를 위해 들여놓은 소품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빗물은 그 위에 내려앉아 흔적만 남겼다. 알고 보니 서울숲 대부분 가게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서울숲의 여유가 좋아 모여든 가게들이, 장마 앞에서는 똑같이 정신없이 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감성과 현실의 간격이 재밌었다.
막 문도 열기 전부터 빗물과 씨름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한숨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오픈하기 전에 물난리가 나면 대박이 난다던가 하는 근거 없는 미신을 들먹이며 시간을 보냈다. Collect의 첫 장마는 자연 앞 정신없는 이벤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