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논리로 바꾸는 SCQA 4단계 프레임워크
"그래서, 결론이 뭔가요?"
"핵심이 뭔지 모르겠군요. 핵심만 간단히 다시 설명해 보시겠어요?"
밤을 새워 자료를 수집하고 열심히 분석해서 보고를 했는데, 상사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준비했던 아이디어와 데이터가 머릿속을 맴돌지만 정작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이렇게 종종 우리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의 덫에 걸립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제는 정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넘쳐나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꿰어낼 '생각의 뼈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담아낼 단단한 구조가 없으면, 메시지는 힘을 잃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떤 구조에 담아낼까요? 그들은 어떤 프레임워크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로 만들어 설득력 있는 소통을 할까요? 맥킨지 등 세계적인 컨설턴트들이 문제해결과 논리적 소통의 'Standard'로 삼는 생각의 도구, SCQA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SCQA는 Situation(상황), Complication(문제), Question(질문), Answer(답변)의 앞 글자를 딴 단어로, 생각을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로 만드는 프레임워크입니다. 이는 단순히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잘 쓰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제해결능력' 그 자체를 단련하는 사고법입니다. SCQA 이 네 단계를 따라가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의 실타래가 풀리고 논리적으로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SCQA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가상의 업무 상황을 통해 생각의 뼈대를 함께 세워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 배달 앱'의 문제를 SCQA 프레임워크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예시] "우리 회사의 배달 앱은 출시 이후 매년 20%씩 성장하며, 업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특히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은 고객들이 우리 앱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핵심 경쟁력이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뭘 해야 할까?>
1단계에서는 누구나 반박 없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나 현재 상황을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 안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주어진 문제의 배경이나 현재 상황을 객관적인 데이터나 수치를 들어 설명하면 상대방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1단계에서는 개인적 의견이나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명확한 사실만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왜 의견이나 해석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 위주로 간결하게 전달해야 할까요? 우리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하고, 공감하고 동참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글을 시작하면 듣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래, 맞아"라는 긍정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다음 단계에서 제시할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인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예시] "하지만, 올해 3분기부터 고객센터에 접수되는 ‘배달 지연’ 관련 불만 건수가 전 분기 대비 50%나 급증했습니다. 이로 인해 앱스토어 평점 또한 4.5점에서 3.8점으로 크게 하락하며, 핵심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뭘 해야 할까?>
2단계는 1단계에서 이야기한 상황에 어떤 변화나 문제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안정적인 상황을 흔드는 변화, 사건, 이슈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암시합니다. 이를 통해 글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상대방의 주의를 환기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시킵니다. 이 단계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구체적이고 핵심적이어야 합니다. 좋은 '문제' 제기가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2단계의 목적은 '긴장감 유발과 주의 집중'입니다. 안정적 상황에 균열을 일으켜 "그래서 뭐?(So What?)"라는 질문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문제가 없다면 해결책도 필요 없고, 우리가 대화를 나눠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2단계는 우리가 왜 이 대화를 계속 나눠야 하는지 필요성을 부여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예시] "그렇다면, 우리는 ‘배달 지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하락한 고객 만족도와 앱 평점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단계에서는 뭘 해야 할까?>
3단계에서는 앞서 제시된 ‘상황’과 ‘문제’로 인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우리가 반드시 답해야 할 단 하나의 핵심 질문을 정의합니다. 핵심 질문을 정의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즉,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내용에 집중할 것인지 정하는 것입니다. 이 핵심 질문이 앞으로 이어질 모든 내용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질문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해결책도 명확해집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질문의 목적은 '생각의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 앞서 제기된 문제를 바탕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단 하나의 핵심 과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이 질문이 없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해결책을 상상하며 생각의 초점이 흩어지게 됩니다. 명확한 질문은 문제와 해결책을 잇는 논리적 다리 역할을 하며, 지금부터 논의할 모든 내용이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예시] "결론적으로, ‘AI 기반 최적 배차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여 배달 효율을 높이고, 지연 발생 시 고객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자동 보상 정책’을 함께 시행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뭘 해야 할까?>
4단계에서는 핵심 질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제시합니다. 즉 이 글이나 보고서를 통해 주장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결론)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답변'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과 논리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이후 본문 내용은 이 답변이 왜 최선인지를 증명하는 근거(데이터, 사례, 논리)들로 채워나가면 됩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할까?>
답변을 맨 앞에 제시하는 이유는 '두괄식 구성을 통한 효율적인 설득'을 위해서입니다. 특히 바쁜 직장 상사나 동료들은 결론부터 듣고 싶어 합니다. 최종 목적지를 먼저 알려주면, 듣는 사람은 당신이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안정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며 따라올 수 있습니다. 'Answer First!' 우리의 핵심 주장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의 모든 내용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강력한 설득의 구조입니다.
SCQA는 단순히 순서에 맞춰 글을 쓰는 기술이 아닙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S),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며(C), 해결할 과제를 명확히 한 뒤(Q), 최적의 해결책을 도출(A)하는 논리적 사고 과정 그 자체입니다. SCQA의 진정한 힘은 보고서 작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의에서 발언을 할 때 머릿속으로 빠르게 SCQA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예산안을 논의 중입니다.(S) 그런데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습니다.(C) 비용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까요?(Q) 저는 A 항목의 예산을 B로 돌릴 것을 제안합니다.(A)"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장황한 설명 없이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발언이 가능해집니다. 상사에게 보고를 할 때도 문제만 들고 가기보다는 SCQA 구조로 정리해서 해결책(A)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을 쓸 때 복잡한 요청 사항도 SCQA 순서로 작성하면, 수신자는 배경과 문제,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 막막할 때, SCQA는 우리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튼튼한 뼈대가 되어줍니다. SCQA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훈련과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입니다. 업무 보고를 해야 한다면,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다면 백지를 꺼내 S, C, Q, A 네 가지 항목을 먼저 채워보아야 합니다.
이 작은 습관이 우리의 생각을 명쾌하게 만들고, 논리를 날카롭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동료와 상사를 설득하는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SCQA라는 강한 무기가 우리로 하여금 '정리되지 않는 생각'의 덫에서 벗어나게 하고, 생각을 논리로 만들어 낼 줄 아는 '문제 해결사'로 거듭나게 해 줄 거라 믿습니다.
ⓒ 이재상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