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5
수퍼문은 사계절 언제든 뜰 수 있지만, 가을 수퍼문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밤 아홉시, 달을 보러 간다. 가을 밤은 투명하고 건조하다. 여름처럼 습하지 않고, 봄처럼 미세먼지가 날리지 않는다. 이런 날에는 달빛이 번지지 않고 고스란히 눈에 닿는다.
가만히 있기에는 차가운 공기라 걸으며 달을 본다. 노란색 달이 나를 따라온다. 달빛에 비친 몸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바닥 위를 걷고 있다. 달 그림자는 신기하다.
나는 왠지 신이 나서 달려본다. 그림자도 달린다. 헉헉 약간 숨이 찬다. 그림자의 등도 오르락내리락 움직인다. 달빛 러닝은 참 좋구나.
집에 들어가려고 아파트 일층 현관에 들어서던 순간, 그림자가 손을 흔들었다. 잘가, 분명 그런 느낌이었다. 달은 사람을 홀린다. 하물며 수퍼문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