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8
머슬비치에서 꼭 치고 싶은 방울이 있었다. 로프 꼭대기에 매달린 작은 방울. 그 방울을 치려면 로프를 팔힘으로 올라가야 한다. 로프의 난이도는 상, 하가 있다. '상'은 로프의 길이가 길고 가운데 잠시 쉴 수 있는 매듭이 없다. '하'는 로프의 길이가 짧고 중간중간 매듭이 있다. 나는 '상'의 로프 방울을 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쳤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어서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가 한 번 더 쳤다. 비록 방울소리는 '틱!'에 가까웠지만.
로프에서 내려온 후 엄청난 열기가 몸을 휘감았다. 손바닥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기쁨으로 부풀어 올랐다. '어, 이게 된다.' 위에 매달린 방울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격렬한 도파민이 팔과 다리를 오르내렸다. 그 순간만큼은 다른 무엇도 필요치 않았다. 내가 바란 건 오직 바닷바람에 삭아가는 낡은 방울소리뿐이었다.
로프 오르기는 굉장히 멋진 운동이다. 양손으로 로프를 꽉 쥐는 순간 집중력이 최대치까지 발휘된다. 방울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중에 떨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균형에 신경 쓰면서 온 신경을 모아야 한다. 일단 나를 믿어야 한다. 내가 가진 몸의 한계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인간은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인간의 신체는 양팔의 힘만으로도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대인의 생활습관 및 환경은 근육을 적게 쓰는 안락함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발휘할 수 있는 육체적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처음으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갈 때의 짜릿함은 매우 크다. 왜 긴팔원숭이가 나무 사이를 오갈 때 흐뭇한 표정을 짓는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근육을 써서 하늘로 조금씩 다가가는 일은 기쁜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경계가 깨지는 사건이다.
불과 재작년까지 나는 턱걸이 두 개가 최대였다. 로프를 타고 싶어서 집 문틀에 철봉을 끼워 넣고 조금씩 연습했다. 야생 시절의 호모 사피엔스가 나무 끝에 달린 열매를 따는 심정으로. 틱! 소금기를 머금어 둔탁한 방울소리를 또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