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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난로 같은 팔 굽혀 펴기

2025.11.12

by 이준수

늦가을의 실내공기는 쌀쌀하다. 몸이 으슬으슬할 때는 보일러 켜기 대신 팔 굽혀 펴기를 해보자. '무슨 야만인 같은 발상이냐' 같은 생각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의외로 꽤 효과가 있다. 팔 굽혀 펴기는 단순하지만 훌륭한 전신 운동이다. 코어, 가슴, 팔, 심지어 호흡과 집중력까지 자극한다.


준비물은 없다. 바닥과 맨 몸이면 족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운동이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팔 굽혀 펴기는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의 의지만 있으면 끝이다. 바른 자세가 궁금하면 유튜브 영상을 참조하면 좋다.


"복부에 긴장 유지하면서 몸이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해 주세요!"


운동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어깨너비로 팔을 벌리고 몸을 일직선으로 만든다. 그다음은 팔을 굽혔다 펴기의 반복. 바닥을 밀 때마다 어깨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횟수가 열 번을 넘어가면 잠잠하던 심장이 더운 피를 마구 공급하기 시작한다. 몸이 깨어나는 것이다.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한다. 집중은 명상의 기본이다. 내가 근력운동을 소소하게 즐기는 까닭은 잡생각을 없애기 위함이다. 근육에 힘을 불어넣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행위에 정신을 쏟게 된다. 사람의 에고는 자동으로 온갖 잡생각을 만든다. 과거를 들추고,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풍경을 부정적으로 그려낸다. 팔 굽혀 펴기를 하다 보면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에너지를 쓸 겨를이 없다. 운동의 정신적 미덕이다.


후, 하, 후, 하


바닥을 밀어내는 동작은 단순하지만 즐겁다. 내 몸의 무게를 내가 직접 감당하는 느낌이 좋다. 자존감이 뭐 별 것 있나. 내 힘으로 내 한 몸 들어 올릴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팔 굽혀 펴기를 하고 나면 체온이 삼도쯤은 오른 기분이 든다. 살아있는 난로가 되는 경험은 나쁘지 않다. 전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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