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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an 22. 2024

나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거든!

농구와 야구

중학교 시절에 나는 농구를 너무 좋아하는 꿈 많은 소녀였다.

그 당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농구 선수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들이었다. 허재, 강동희, 이충희 등의 농구선수들은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직접 농구장에 가서 관람을 하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보는 농구경기 관람은 너무나 재미있는 액티비티였다. 경기를 보는 내내 소리 지르고, 울고, 웃고... 한마디로 난리였다.



또 하나 좋아했던 운동은 야구였다. 우리나라에 야구가 들어온 유래는 즐겁지는 않다.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이 국민의 관심을 정치가 아니라, '야구'에 갖게 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한다. 이전글에서 우리 집 사정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은 알겠지만, 우리 집에서 '아들'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 처음 시작한 한국에서 야구라는 것은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서울팀으롤 'MBC 청룡'팀이 생겼다. 야구에 흥행을 돕기 위해 그 당시 어린이 회원을 모집했던 것 같다. 그 어려운 시절에 남동생이 받은 'MBC 청룡' 유니폼과 굿즈는 너무나 부러운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굿즈도 없고 유티폼도 업었지만, TV에서 중계하는 야구 경기를 누구보다 열심히 시청하고 '청룡'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엄마로 산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나의 운동에 대한 사랑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나마 하는 운동은 걷기와 등산뿐이다. 나의 기억 속에 '농구와 야구'는 지나간 잘 생각도 안나는 기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최강야구'라는 TV 프로그램을 알려줬다. 은퇴 야구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나도 얼핏 기사에서 '인기가 많다'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그때는 워낙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신경을 안 썼던 이야기였다.


그렇게 처음 보게 된 '최강야구'는 나를 점점 빠져들게 했고, 결국 야구 사랑을 20년 만에 일깨워주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굿즈도 유니폼도 살 수 있다. 갑자기 야구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고, 경기 RULE까지 알고 있는 엄마가 아이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엄마가 야구를 알아?" 너무나 의외라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얘들아, 나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나도 꿈 많은 소녀인적이 있었단다."


지금 프로그램의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1회부터 보기 시작해서 아직도 까마득히 많은 회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2022년도를 지났지만, 2023년 방송했던 프로그램을 다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야구로 레전드를 찍었던 사람들이 경기에 졌을 때, 다시 배우려고 땀 흘리는 모습에서 인생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매일 배워야 함을 배운다. 


시합이 끝난 후, 실수를 했던 어린 선수들과 함께 82세의 '김성근'감독이 직접 2시간 가까이 서서 지도하는 모습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연세가 비슷한 어른이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몸으로 지도하는 모습에 누구도 다른 말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변명을 하고 사나? 무슨 실수가 발생하면 발뺌하기 바쁘다. 경기가 지고 난 후, "경기에 진 건 감독의 책임이다."라고 담담히 얘기하고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모습을 봤다. 엄마의 역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엄마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면 그건 부모의 잘못이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봄이 돼서 직접관람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손잡고 야구장을 가고 싶다. 

야구가 이다지도 즐거운 운동이었다는 것을 30년 만에 다시 한번 느끼는 요즘이다.

TV에서 운동경기를 하면 드라마로 채널을 바꾸기 바빴던 엄마의 낯선 모습에 아이들이 한 마디씩 한다. 



하지만 '얘들아, 나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고, 운동을 좋아했던 소녀였던 적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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