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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Aug 22. 2023

블랙핑크 노래를 들으며 삶은 계란을 먹어요

오늘도 다양한 스타벅스 사람들




아줌마 세 명이 스타벅스에서 '삶은 계란'을 먹습니다. 

아파트 사이에 있어서 동네 사람들 만남의 장이 되어버린 스타벅스로 거의 매일 아침 오는 내게 오늘은 참 고역스럽다. 내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의 기준에서는 냄새를 풍긴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스타벅스 카페에서 외부 음식을 먹어도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냄새나는 건 좀 제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젊은 직원들이 상대하기에는 기가 센 아줌마 세 명이 내가 흘깃 봐도 강력하다. 삶은 계란의 냄새만큼, 그 냄새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라는 걸 모르는 만큼, 강력한 3인방이기에 누구든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나도 언젠가 아줌마가 되겠지만,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스타벅스 규정에 따르면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밥, 계란처럼 남에게 피해 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밥을 먹는 사람도 종종 봤다. 이 동네의 퀄리티를 알려주는 것인가 싶어서 슬프지만, 하 오전 루틴상 매일 스타벅스에 오는 내게는 좀 버겁다. 삶은 계란, 그 냄새에 후각이 익숙해져서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싫다.




삶은 계란을 까먹는 아줌마 3인방과, 블랙핑크의 노래가 어우러진다.

언젠가부터 스타벅스의 브랜드 색이 많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브랜드 색은 변질되어 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커피숍 브랜드 스타벅스는 다른 나라를 가도 어느 정도 분위기와 음악들이 비슷했다. 그게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한국 스타벅스 매장은 언젠가부터 블랙핑크의 노래가 정해진 시간이 있는 건지 종종 흘러나온다. 재즈가 흘러나오던 스타벅스 분위기가 그립다. 어떤 기준으로 매장 음악을 선정하는지는 본사만 알겠지만, 한국의 스타벅스에서 미국 지분이 다 빠지면서 메뉴와 매장 분위기에 다소 변화가 생겼고, 거의 14년 전부터 스타벅스를 이용해 온 고객으로서는 그저 아쉬울 뿐이다.




스타벅스와 케이팝의 조화를 나는 잘 모르겠다.

물론 블랙핑크 아이돌 역시 세계적으로 알려진 글로벌스타가 되었지만, 뭐랄까. 스타벅스 배경음악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었을 정도로 예전의 스타벅스만의 분위기와 감성을 좋아하던 내게는 다소 당황스럽고 아쉽다. 한국 노래가 들리면서 삶은 계란의 냄새가 풍겨지다니.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노래로 바뀐 매장 음악과 삶은 계란 먹는 아줌마 세 명의 모습이 잘 어울려서 웃프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해진다. 저들은 다음에 뭘 또 갖고 와서 먹을까?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냄새나는 것들만 먹지 말기를. 아니 적어도 그게 피해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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