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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Oct 15. 2023

친목 소모임은 처음입니다만,

현타를 얻어왔습니다. (후기)

등산을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게임을 하고

나는 자율신경계의 문제를 겪었다.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고자 나갔던 소모임에서 복부팽만감을 느끼고 속에서 올라오는 신물을 삼 겨가며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보통 나의 이런 증상은, 신경 쓸 요소가 많은 환경에서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며 말해야 할 때, 웃어야 할 때, 음식이나 음료를 마실 때 나타난다. 종종 사람들을 만날 때 이런 증세가 나타나서 알고 있었는데, 역시 내겐 이런(?) 모임이 맞지 않았다.



소모임이라는 어플.

이 어플을 통해서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초중고를 한 지역에서 나왔는데 왜 친구가 없냐'는 엄마의 말에 발끈했다. 회사도 안 다니고 혼자 일하다 보니 사람 만날 일이 없던 와중 친구의 추천을 받고 난생처음, 나름 큰 용기를 내서 작은 일탈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별다른 목적성 없이 내 의지로 만나는 것. 이런 적은 없었다. 이게 무슨 일탈이냐! 할 수도 있지만, 안 하던 짓을 하는 것 자체가 일탈 아닐까?


가벼움의, 가벼움에 의한, 가벼움을 위한

나의 친목모임 후기이다. 내가 너무 닫혀있는 건지, 그들이 열려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친목'이라는 키워드의 모임은 '가벼움의 끝'이라는 모임 같다. 물론 한번 참석해 보고 결론 내는 듯하게 글 쓰는 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가볍고 가볍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름 무게 있는, 진중한 모임을 생각했다면 이런 어플을 통해 만나려고 하지 않아야겠지. 물론 그 모임의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현타, 가벼움을 보여야 하는 것.

음. 어쩌면 아무런 연관성 없는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의 특성상 가벼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런 모임의 가벼움 특성상 본인의 가벼운 모습들을 보일 수밖에 없다. 난 나의 그런 나 같지 않은(?) 가벼움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서 현타가 왔다. 예를 들면, 전 연인의 얘기를 하면서 험담하는 데 동조하는 것, 시답잖은 농담을 할 때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것, 웃기지 않은데 웃긴 척 받아줘야 하는 것... 난 가벼운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 가벼워져야 하는 모임이라니. 자율신경계가 꼬일만했다.


대단한 사람들의 모임.

그 후 카톡방에는 며칠 간격으로 계속 이어진 모임 얘기와 가벼운 대화들이 올라왔다. 30대의 사람들이 낮에 만나서 다음 날 새벽 4시 넘어서까지 노는 사람들, 게임을 하고 벌칙 수행을 하고 내기를 하고 그런.. 이런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해 마시길) 그냥 나는 이런 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저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즐거움이나 의미, 유익함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무의미함을 느끼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지충, 노잼봇이라면.. 

혹은 이란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런 류의 친목모임을 비추천한다. 본인 스스로에게 괴로울 뿐만 아니라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가벼움을 띄우기는커녕 저 밑바닥까지 무게를 잡아서 밸런스를 깨뜨릴 수 있다. 다행히 난 무게의 언밸런스를 1회 만에 파악할 수 있었다.


뭐든지 경험을 해봐야 아는 거겠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에 대해 하나 더 알아간 경험이었다.





가볍지 않은 모임, 

혹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알아보던 중에 전문직모임, 석박사 모임이라는 게 있더라.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는 모임이라면 좀 나을까? 근데 후기 사진들을 보면 비슷하게 밥 먹고 술 먹고 한 사진들이던데, 그렇다면 사람의 차이가 큰 것일까? 결국은 사람인 것인가... 나는 어느 정도의 사람일까까지 생각을 이어가게 되었다.





친목 모임 잘할 것 같은 사람 (주관적 생각)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

의미 없어도 그냥 즐거운 게 좋은 사람

말장난에도 박장대소할 수 있는 사람

술 잘 먹고 밥 잘 먹고 낯 안 가리는 사람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은 사람

사람들과 가볍게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

사람들과 어울릴 때 에너지 얻는 사람

에너지 넘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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