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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Sep 12. 2024

1인 디자인회사 창업 후 1년 회고록

1인기업을 추구하는, 프리랜서같은, 무늬만 사업자인 디자인회사 대표

'사업자등록증의 힘'이라며 사업자등록 한 후 브런치에 글 쓴 후 1년이 지났다. 2023년 8월 22일, 내 인생에서 두번 째 사업자등록을 했고 이제는 어느덧 사업(?) 2년차에 접어들었다.

https://brunch.co.kr/@leemari/38


(?) 

사업이라며 물음표가 붙는 이유는, 

말만 사업이지 자영업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야 뭐 많겠지만, 나역시 사업화하겠다는 계획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찝찝함과 마음의 부담감으로 (?)을 붙일 수 밖에 없다. 프리랜서와 다른 점은, 개인사업자(간이과세자도 안되는 업종이라 일반과세자)라서 세금계산서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디자인회사 창업 후 1년의 기록을 돌아봤다.



1. 작업 건 수 13건.

난 브랜드디자인을 주로 하는 디자인회사를 창업했고, 1년간 크고 작은 클라이언트로 주로 관심있는 F&B분야의 브랜드의 창업 초기의 브랜딩부터 리브랜딩, 또는 브랜드에서 필요한 각종 브랜드경험디자인 요소들까지 모두 디자인하고 있다. 네이밍부터 BI,패키지,포스터,명함 등 각종 인쇄물을 포함해 브랜드와 관련된 다양한 디자인을 모두 맡겨주신 감사한 클라이언트도 있고, 심플하게 로고 디자인만 맡겨주신 클라이언트도 있다. 


내가 디자인한 로고가 간판이 되어 결려있는 모습을 볼 때, 각종 인쇄물들이 쓰여서 사람들의 손에 들려나갈때,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디자인한 것들이 업로드된걸 볼 때, 내 생각과 감각이 담긴 디자인이 세상에 나와있는 걸 볼 때, 난 가장 짜릿함을 느낀다. 그래서 내가 직접 1개의 F&B 브랜드를 런칭하는거보단,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브랜드들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하는 것이 더 성취감을 느끼기에 좋을거라 생각했다.  



2. 수입 0원인 달도 있었다.

수입은 솔직히, 많이 부족했고 여전히 부족하다. 1년차에 뭘 그리 바라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솔직하게 필터링없이 적기로 한 나의 브런치이기 때문에 말해보자면, 중위소득에 한참 못 미치는 소득이었다. 아예 매출이 없던 달도 있었다. 그럴 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곤 했다. 그러다가도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싶을 정도로 간간히 일이 들어오긴 해서 감사할 뿐이었다. 괜찮은 척하며, 1인기업인 척하며, 실상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돈이 들어오지 않는 자영업의 형태를 띄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여전히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로 2년차에 접어들었다. 



3. 좋게말해 카페노마드(카페떠돌이)가 되었다.

사실 현실은, 사무실이 없어서 카페를 사무실 삼아 전전하며 1주일에 평균 5번 카페를 갔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되니까. 내가 있는 도시에서 노트북 작업이 가능하며 최소 2-3시간은 작업을 할 만한 환경이 되는 카페들은 거의 다 가본 것 같다. 그렇게 가보다가 내 마음에 드는 베스트 카페 3곳 정도를 추려서 쿠폰 2번을 더 받을 만큼 열심히 이용했다. 


처음에는 카페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니, 1석2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점 커피를 마시러 갔다기보단, 매일 바뀌는 나의 초단기 임대 간이 사무실로 사용되었다. 근데 하루에 카페 2곳 이상 가는건 무리더라. 그리고 매일 어느카페를 갈 것이냐 고민하는 것도 지겨워졌고, 지금은 살짝 카태기(카페+권태기)가 왔다. 물론 카페를 자주간다고해서 매너없는 카공족처럼 한 건 아니고, 시킬건 다 시키면서 이용했다. F&B브랜딩을 주로 하는 브랜드디자인회사로서, 다양한 카페들을 접하는건 좋은 경험이되었다. 이렇게 카페들을 가면서 찍은 동영상으로 릴스를 제작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도 하면서 나만의 계정을 키워가기도 했다.



4. 낮엔 일하고 저녁엔 간헐적 대학원생이 되었다.

난 홍대 출신 디자이너다. 요즘 세상에 학벌보다 포트폴리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난 내가 복수전공까지 하며 열심히 다닌 학교이기때문에 자랑스럽고 가능하면 언급하고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좀 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하고싶어서 타 대학원이긴 하지만, 디자인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꾸준히 디자인을 연구하며 사업과 별개로 탐구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23년 8월 말에 창업했고, 9월부터 대학원에 입학해서 이제 대학원도 3차수에 접어들었다. 사업 시작하면서 초반에 일이 없을 걸 생각해서 입학하기도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벌써 과정의 후반부로 접어들었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석사학위가 나와있을 것 같다.



5.디자인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년에 1번있는 7시간짜리 기사 시험, 올 해는 전국에서 92명이 합격했고, 난 그 중 한 명이 되었다. 합격률은 보통 4-50%정도로, 다행히 난 운이 좋았다. 그렇게 내가 맡은 시각디자인 분야에서의 국가 공인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인 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근데 이 자격증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그냥 아무나 갖고있지 않는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약간의 진입장벽 안으로 들어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6.국가공인 산업디자인전문회사가 되었다.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실무경력 1년 이상이거나, 디자인 기사 자격이 있으면 산업디자인전문회사로 공인받을 수 있다. 근데 이것 역시,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그냥 회사 소개에 한줄 적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장터에 업체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이건 조만간 시도할 예정. 돈이 벌리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자격증과 인증들이 내 회사의 세상을 더 넓혀줄 가능성을 주긴 한다. 어찌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공식인증의 힘을 믿어본다.



7.일이 없을 땐,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난 일을 통해 성취감과 뿌듯함, 나 자신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며 활력이 생기는 사람인데, 일이 없을 때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며 가장 마음 밑바닥까지 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만의 공식을 세운게 있다. '일이 없을 때 = 준비할 때'

'일이 많을 때 = 준비한 것을 선보일 때'

일거리가 없을 땐 브랜딩 관련 책을 읽거나, 셀프프로젝트로 가상의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포폴을 채워서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콘텐츠를 만들곤 했고, 운 좋게도 그렇게 한 가상 프로젝트를 보고서 서울의 몇몇 회사에서 브랜딩을 맡기고 싶다며 미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솔직히, 실제 일이 없어서 가상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며까지 디자인작업을 하고있는 내 모습이 그리 멋져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추구하는 스타일, 이런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 나라면 이런 브랜드를 창업하고 싶을것 같다.. 생각하며 만든 브랜드디자인 작업들을 좋게봐주는 잠재고객들이 있다는걸 알게되면 내심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의미없을거라 생각했던 셀프브랜딩들이 의미있게 쓰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내 행동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았음을 깨달았다.



8. 좋은 디자인은, 잘한 디자인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다.

13건의 작업을 하면서 솔직히... 내가 작업했다고 하기 싫은, 그런 작업물들도 있었다. 왜냐면, 디자이너인 내 시선에서 볼 때는 잘한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했다고 하기 싫은 것들이기에 회사 포트폴리오에 담기싫은 것들. 근데 그런 디자인을 왜 했냐고? = 고객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했으니까.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게 중요하다. 근데 그 클라이언트가 원하는게 명확했고, 그걸 그림으로까지 그려주며 해달라고 했다.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읭?스러운 것들이었지만, 클라이언트 다루는 스킬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이런 클라이언트는 원하는 대로 해주는게 프로젝트를 가장 수월하게 끝낼 수 있는 방법임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전반적인 만족도도 얻을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는 원하는대로 디자인이 나와서 만족했으니, 내 시선에서 볼때는 잘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디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 눈엔 별로인데 고객이 만족한다면야...



9.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인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다.

내가 작업한 레스토랑 브랜딩을 열심히 정리해서 네이버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다. 게시물 작성 시간만해도 적어도 10시간은 더 들었을 것 같은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조회수는 50이 안된다. 즉, 디자인을 아무리 잘해봐짜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즉 홍보하지 않으면 내 브랜드는 커녕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도 알릴 수가 없는거다. 아무리 잘하는 디자인회사라도 사람들 눈에 안 보인다면 어떻게 어필하고 일을 수주할 수 있겠는가. 공들여 쓴 게시물이 노출되지 않을 때 속이 매우 쓰리더라. 역으로, 아주 별로인.. AI로 만든 로고디자인들이 가득한 타 업체의 게시물들이 상위노출을 하고있고, 후려친 가격들로 디자인업계 생태계를 마비시키고 있는 걸 볼때면 더욱 속이 쓰렸다. 그렇게 나도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마침 딱(?) 일이 없어서 글 쓸 시간이 주어졌다. 

일이 많아서 바쁘다면 글 쓸 시간도 없었을테고, 

1년 회고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2년차 회고록은 더 풍성하게 채워지길 바라며...

시스템화된 1인기업의 모습에 가까워지길 바라며...

혹시나 나와 같은창업 초보자가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디자인회사 창업 1년차 회고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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