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0-선물> 해설
<에피소드 10-선물>
※목면지
… 송이버섯류로 추정되는 버섯. 목면지라는 이름은 ‘나무 가면 위에서 자라는 버섯’이라는 뜻으로 기록상에 등장하는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모든 나무 가면에서 나는 버섯은 아니며 특정한 주술이 걸린 가면에서 자란다. 딱 한 차례 경기도 광주에서 목격된 기록이 있다.
가면부터가 굉장히 이상하다. 단지 가지고만 있어도 전염병이 퍼지는 독특한 저주가 걸려 있다. 물론 소유하지 않고 버린다면 병이 다시 재발하지는 않는다. 이 가면을 습기 찬 곳에 오래 두면 가면 위에 버섯이 피는데, 이것이 바로 목면지이다.
목면지는 섭취하게 되면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먹었던 사람의 말을 전하자면, 먹은 즉시 기분이 좋아지고 흥이 돋아 춤을 추게 되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저주에 걸리게 되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춤과 웃음 모두 멈춘다고 한다.
이륙(李陸)이 지은 [청파극담(靑坡劇談)]에 기록된 내용이다. 가면을 좋아하는 남자의 집에 전염병이 퍼졌다. 어누 무당이 집에 있는 가면 때문이라고 하자, 집안사람들은 그 가면을 들판에 던져 버렸다. 그러자 병이 모두 사라졌고 시간이 지나 가면은 썩어 그 위에 버섯이 자라났다. 남자의 가족 중 하나가 그 버섯을 따서 삶아 먹었는데, 먹고 나자 갑자기 춤을 추고 웃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러한 행동이 그치고 나서 먹은 이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감자기 흥이 돋아 춤과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참고-[괴초록]
인터뷰를 하기로 한 시각, 갑자기 찾아온 손님 때문에 잠시 기다리는데 연화 선녀가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다. 허여멀건 육포 같기도 하고, 일전에 은미 씨가 갉아먹던 말린 과일칩 같기도 했다. 하지만 훨씬 딱딱하고 쪼글쪼글했으며 질긴 느낌이었다. 연화 선녀는 질긴 포를 지익 찢어 질겅질겅 씹었다.
“먹어 봐. 아빠가 말린 건데 꽤 먹을 만 해.”
나는 조심스럽게 그 딱딱하고 질기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포를 입에 넣었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나무껍질을 벗겨 말리면 이런 식감일 것 같았다. 비릿하고 질깃하고 뻣뻣했다. 침으로 불려 씹어 보려고 입 안에서 조각을 굴리고 있는데 연화 선녀가 씨익 웃더니 입에 물고 있던 조각을 퉤 하고 뱉었다. 뭐지?
“그거, 그거야. 목면지.”
아니, 이 #@%$^*%&*!!!!!! 나는 얼른 그 조각을 뱉어냈다.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냉큼 수돗가로 달려가 연신 침을 뱉고 물로 입을 헹궈냈다. 원망의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데, 마침 방에서 나오던 정우 씨가 내 손에 들린 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작가님, 그거 어디서 났어요? 아직 덜 만든 건데.”
이건 또 뭔 소리지? 내가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데 연화 선녀는 깔깔 웃으며 사랑채 뒤로 가버렸고, 그 사이에 정우 씨가 다가왔다.
“이거, 닭고기 육포 말리는 중이었어요. 연화가 주전부리로 먹고 싶다고 해서 말리고 있었어요. 이건 1차로 말린 건데, 이걸 다시 양념해서 졸인 다음에 한 번 더 말릴 거라서 이건 아무 맛도 없을 걸요?”
그는 내 손에 들린 비쩍 마른 육포 조각을 입에 집어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음, 많이 싱겁네. 맹맛이네. 하며 빈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연화 선녀를 어떻게 괴롭혀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정우 씨가 다시 나왔다. 먼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괴상한 선물을 보낸 이가 누구인지도, 배우들의 대기실에 그것을 가져다 놓은 사람도 누군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배우 대기실에는 감시카메라가 없었고, 주변에는 방범용 감시카메라와 센서가 전부라고. 감시카메라 영상을 모두 확인해, 붉은 보자기로 싼 상자를 들고 들어온 사람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되물었지만 정우 씨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딱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배우와 공연 관계자 측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든 덮길 원해서 경찰 조사도 없었다. 그저 경비원들이 몇 시간을 들여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국과수 조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등기 우편으로 도착했고, 이튿날 병원에서도 두툼한 봉투를 보내왔다고 한다. 은미 씨는 한동안 방에 틀어박혀 그것만 읽었다고 했다. 너무 궁금하긴 했지만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았단다. 정우 씨와 그날의 기억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은미 씨가 나왔다. 중년 부부가 환한 얼굴로 돌아가고, 은미 씨는 피곤한 얼굴을 하고 마주 앉았다. 그녀는 정우 씨에게 약을 달일 준비를 해 달라고 했다.
가장 먼저, 국과수 요원들이 마신 차가 무엇인지, 그들이 왔을 때 피운 향이 무엇인지 물었다. 은미 씨는 빙그레 웃었다.
“그들이 마신 차는 자백의 차이고, 그 날 피운 향은 망각의 향이지요.”
뭔 소리야? 정우 씨마저도 이건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눈으로 돌아보았다. 은미 씨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답변을 받아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목면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정우 씨는 그걸 먹었던 은미 씨의 표정이 이랬다며 자기의 얼굴을 이리저리 주물럭거렸다. 지켜보는 내내 참... 어딘지 모르게 짠했다. 내 눈빛을 알아차린 정우 씨는 한숨을 쉬고 퇴근하면 맥주나 한 잔 하러 갑시다. 했다.
“목면지는 가면 위에 피는 버섯이에요. 저 역시 그걸 꽤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아예 다 썩어 버렸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버섯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이게... 좀 이상하긴 한데, 약으로는 꽤 좋아요. 어디 쓰이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약물 중독자들을 치료할 때 소량씩 쓰긴 해요. 이 정도 양이면 꽤 오랫동안 쓸 수 있으니 당분간은 헤매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그 가면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가면, 가지고만 있어도 전염병에 걸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가 되물었더니 은미 씨는 빙긋 웃었다.
“괜찮아요. 비방이 있으니까요.”
자신만만해 보였지만 정우 씨는 기겁했다. 그걸 호은당에 들이는 날엔 당장에 그만둘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근데, 자기야. 지난번에 언니가 자기한테 불곰이니 어쩌니 했다고 이번에 이 고생시킨 거야? 그래서 기분 나빴다고, 우리더러 그런 더러운 꼴 보라고? 응? 복수한다고? 응?”
어느새 나온 연화 선녀가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다. 아, 아니, 그게... 고생시키려고 한 건 맞는데, 이번이 아니었는데.
목면지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에피소드입니다. 누가 갑자기 그걸 외국인 배우에게 주고 갈 줄 알았나요? 저는 몰랐습니다. 하고 손사래를 쳤지만 연화 선녀는 정말 나쁜 놈이라며 욕을 퍼붓느라 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아니라니까...
연화 선녀와 한참을 실랑이했지만, 결국 내가 지난번 은미 씨의 발언에 삐쳐서 그들에게 이상한 꼴을 보여준 거라고 결론이 나버렸다. 아니, 진짜 개고생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 잠깐. 나 방금 재미있는 생각났다. 흐흐흐.
“자, 작가님? 이거, 이거 좀 마셔요. 콜라! 내가 코코 콜라 사다 놨어요! 팝씨는 안 먹는다며? 자요, 자. 시원해! 겁나 시원해! 아니, 너 눈빛 이상하다고! 돌았어! 얘 돌았나 봐! 은미 씨, 뭐 없어요?! 작가 미쳤나 봐! 얘 눈깔 돌았어! 아니, 잠깐만! 너 폰에 뭐 쓰는 거야?! 야! 연화야! 그거 뺏어! 당장! 이 미친놈아! 또 뭔 짓을 하려는 거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