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허락하는 과정
몸살 나기 전에 쉬는 것을 잊지 말아줘
나에게 11월은 변화의 달이였다. 몸, 마음 가짐, 요가, 글쓰기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은 곳은 없었다. 나름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케어하려고 했는데, 전주부터 높은 강도의 일 스케줄 때문인지, 어제부터 몸살이 나기 시작하였다.
이틀 전에는 중요한 온라인 회의가 있었는데, 하루종일 마을의 전기가 나가서 인터넷을 찾으러 여기저기 헤매며 애를 먹었다. 그나마 네트워크가 제일 원만한 호텔의 로비는 앞바다 파도소리와 지나가는 사람들 소리에 시끄러웠고, 조용한 방은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로비에서 회의를 하기로 결정하고 부랴부랴 땡볕더위 아래 마을 상점에서 마이크가 부착된 헤드셋을 샀다. 다시 호텔에 돌아가서 회의 준비를 하는데, 이번에는 호텔 전기가 들었다 안 들었다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회의 준비를 마친 후, 회의 시간을 기다리는데, 회의 2분 전에 갑자기 네트워크 연결에 문제가 생겼다. 빠른 속도로 요동치는 심장, 땀이 줄줄 나는 손바닥을 쥐고 호텔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인터넷이 되는 테이블을 찾아다녔다. 결국에는 5분 지각. 그래도 회의 중에 전기나 인터넷이 나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집에 늦은 시간에 들어와 저녁을 하고, 바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다음 날은 푹 쉬어야 됐다. 하지만, 고집이 쌘 건지, 무지한 건지. 가기 전에 몸은 무거웠지만, 운동으로 에너지를 얻을 거라 생각해 힘든 몸을 끌고 아침 운동에 갔다. 그게 화가 되어 운동에서 돌아온 후로 짜증, 피곤함, 화등 무거운 감정들에 마음이 휩싸였다. 오후에는 마감을 앞둔 일이 있어서 오후 내내 의자에 앉아 스크린을 보았다.
그러니, 몸살이 나지. 돌이켜보면 무리가 가는 스케줄인 것인, 막상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하나라도 더 하려고 발버둥 친다. 적당한 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삶의 밸런스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맞추는 것. 몸살 나기 전에 쉬는 것을 잊지 않는 것. 이번에도 몸이 탈이 나야 나는 그 메시지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