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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원 Jul 24. 2022

꿈을 꾸는 마음과 꿈을 좇을 힘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묻곤 한다.

어린왕자의 눈 ep 1. 꿈은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학창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는 때면 장래희망 조사를 시행하곤 했는데 그런 설문지를 받아 들면 저마다 자연스러운 듯 장래희망을 적어내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장래희망을 적는 순간마다 주변의 어른들을 통해, 매체 미디어등에 비추어 체득한 소위 '안정적인, 성공하는, 잘 나가는' 직업들을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의사, 변호사, 선생님, 대통령, 화가, 가수 등 다양하면서도 대표적으로 예측되는 직업들이 줄을 이루는 장래희망 조사가 행해지고 나면, 같은 희망을 가진 아이들끼리 '나랑 꿈이 같네' 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직업은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몰라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민하는 아이들도 존재하곤 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했으면 좋겠어?

내가 초등학생 시절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묻는 가정통신문에는 아이들이 되고 싶은 직업과 더불어 부모님이 바라는 직업은 무엇인지도 함께 적어서 제출하도록 되어있곤 했다. 보통은 부모님이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함께 적어서 제출하던 초등학교 저학년의 가정통신문이었다.

아마도 1학년 첫 학기, 처음으로 딸의 장래희망을 적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엄마가 나에게 먼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무슨 직업들이 있는지를 되묻자 우선 내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내 주변의 직업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주셨던 것 같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장래희망이 뭔지, 세상에 무슨 직업들이 있는지 아직 모르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은 적어도 본인의 주관으로 꿈을 밀어붙일 힘이 생기기 전까진 부모님의 바람과 이야기가 곧 꿈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나열해주는 몇 가지 직업들을 들으며 엄마를 엄마가 아닌 엄마의 일로, 주변의 어른들을 직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로운 발상으로 모두 재밌겠다 싶었던 나는 엄마한테 되물었다.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하면 좋겠어?"


엄마는 잠깐 고민하시더니 이내 '전문직'이라고 대답했다.

그 말이 뭔지 또 몰라서 그건 뭐야?라고 묻는 나에게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전문성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해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선생님이나 의사 같은 그런 것도 그럼 다 전문직이야?"
"그럼."


짧은 문답으로 '전문직' 이란 단어가 선생님이나 의사 같은 하나의 멋진 직업이 될 수 있다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재밌어 보이는 다음 장래희망이 생기기 전까지 해마다 내 장래희망은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열려있었다.

어린왕자의 눈 ep 1. 뭐라고 해야 할까?


초등학교 6학년쯤이었다. 각각의 교실에 책장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당시 담임선생님이 [13세의 헬로워크]라는 책을 구비해서 놓아주셨다. 어린아이부터 성인들까지 볼 수 있는 일종의 직업소개서였다. 지금 기억나는 책의 내용으로는 예를 들어  '글 쓰는 게 좋다'라는 카테고리 안에 소설가, 시인, 시나리오 작가 등등 글과 관련된 수많은 직업들이 디테일한 직업명과 함께 대략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런 책과, 그간 보아왔던 아이의 세상에 대입하여 전문직이라는 자유 속에서 재밌어 보이는 하나의 직업을 찾았다.

어린왕자의 눈 ep 1.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 나의 꿈




사실 지금이나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그러니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하고 싶은 직업을 정하라고 하는 것부터 조금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른이 되고도 모르는 직업군이 수두룩 빽빽하게 많은데 아이들에게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정하라니.

아이들의 꿈을 키우려다 되려 생각과 진로에 갇혀 꿈을 막는 행위가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지내 어른이 된 아이는, 어른이라는 숫자와 사회적인 통념과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조차 명백히 정의하지 못한 채 세상 속에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전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이는 취미나 특기라는 이름으로 정의되는 내용보다 조금 더 직접적이고 자유로운 것이면 좋겠다.


아이의 생각 하나, 꿈 하나는 너무나 크고 강력한 것이지만 아쉽게도 아이들에겐 저 혼자의 힘으로 그 꿈을 이뤄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 꿈을 꾸던 그 시절, 그 순간의 꿈이 한 아이의 내실을 다지는 큰 틀이 되어주지만, 그 꿈을 이루는 데에는 어른들의 큰 틀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먼저 살고 있던 어른들은 아이의 꿈이 현실적으로 안정과 명예, 돈까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꿈이길 바라곤 한다.

어린왕자의 눈  ep 1. 꿈이 날지 못하는 이유

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시작으로 다양한 꿈을 꾸던 아이들이 왜 점차 어른이 되어가면서 정작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절대로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질문임에 틀림없다. 꿈이란 것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되어주는 요소 이기도하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꿈은 이미 현실을 알아버리고 삶에 치이는 어른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기 일쑤다.

어른의 세상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꿈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보아 온 가치의 기준과는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어린왕자의 눈 ep1. 꿈의 가치

한때는 아이들에게 꿈이 뭔지 물었다가, 그것을 진정 이루고자 한다면 그것의 장래성과 어른이 됐을 때의 성공과 안정감 등을 내비치며 아이의 꿈을 좌지우지하는 행동은 분명 어른들의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어른이 된 나 또한 어른들의 그런 언행이 왜 그러는지를 아는 모순을 가지기도 한다.


끝끝내 해결점이란 게 없는 모순이자 문제점 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중요한 사실 하나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닌 강압적인 말투와 행동으로 선택지를 바꾸게 하는 것은 아이의 꿈을 조각내는 것은 물론 살아가면서 소소하게 꿀 꿈들까지 좇을 마음을 짓밟는 행위이다.


나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적어도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은 알고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큰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기엔 삶은 녹록하지 않고, 작은 목표 같은 꿈들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없어선 안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어린왕자의 눈 ep1.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일을 찾고
꿈을 꾸고 그것을 좇을 마음을 절대로 잃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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