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계좌를 보고도 '존버'를 외치는 과학적 이유.

손절매가 죽기보다 힘든 뇌의 오류

by 이시선

​"존버는 승리한다."
투자 판에서 가장 흔한 명언이자, 가장 위험한 주문입니다.


​처음엔 단타로 들어갔습니다. "딱 5%만 먹고 나와야지."
하지만 주가는 사자마자 곤두박질칩니다. -5%, -10%, -20%...
이때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손절)을 내리는 대신, 갑자기 태세를 전환합니다.


​"어차피 좋은 회사니까. 언젠간 오르겠지. 나 이제부터 장기 투자자야."
자의 반 타의 반, 우리는 그렇게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됩니다.


​뇌는 이익보다 '손실'에 2.5배 더 민감하다


​도대체 왜 우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끝낼 수 있는 '손절'을 못 하는 걸까요?
우유부단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을 약 2.5배 더 크게 느낍니다.


​즉, 주식을 파는 순간 계좌의 '파란 불'이 '확정된 손실'로 변하는 그 고통을,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겁니다. 그래서 차라리 눈을 감아버립니다. (앱을 삭제하거나, 안 보는 척하거나.)


​매몰 비용: "들어간 돈이 얼만데..."


​여기에 매몰 비용(Sunk Cost)의 오류가 기름을 붓습니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과 시간, 그리고 마음고생이 아까워서 포기를 못 합니다.
"지금 팔면 내 3개월치 월급이 날아가는 건데? 절대 못 팔아."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봅시다.
주식 시장은 당신이 얼마에 샀는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미래 가치'만 볼 뿐입니다.


​이미 망가진 배에서 탈출하지 않고 "내가 이 배를 어떻게 샀는데..." 하며 껴안고 침몰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투자를 '도박'처럼 하는 이유입니다.


​투자는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기술이다


​진정한 고수는 익절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절'을 기계처럼 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뇌가 느끼는 '손실의 공포'를 이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도박판(시장)에서 살아남습니다.


​지금 당신의 계좌에 썩은 사과가 들어있나요?
그 사과가 나머지 사과까지 썩게 만들기 전에,
본능을 거스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뇌를 지배하는 '투자 본능'을 해부합니다.

<호모겜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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