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3일
치사율 수준의 폭염을 견디기 위해 종일 에어컨 앞에서 생명을 연명하던 2018년의 뜨거운 밤이 지나고 요즘은 제법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찬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동시에 찾아오는 요즘같은 날씨면 나는 불현듯 오 년 전의 니스로 되돌아가고야 만다.
2014년의 삼 월. 지중해의 포근한 햇살을 잔뜩 기대하며 찾은 니스는 내게 오히려 가혹함을 선사했다. 니스로 오기 직전 머무른 바르셀로나의 따듯한 미소와는 대비되는 차가운 행인들의 무표정, 겨울의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쌀쌀한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 날씨만큼이나 차가웠던 깜깜무소식인 그 사람의 연락.
시끌벅적했던 스페인에서의 추억과는 상반되게 차갑기만 한 니스의 우울한 사흘째 밤. 지나가듯 던진 나의 말 한마디에 ㅎ군은 진짜 니스행 티켓을 끊었고, 짠 하고 내 앞에 나타났다. 바르셀로나의 민박집 다른 손님들과 일정을 만들었다더니 세 시간 뒤에 나 니스공항이다 라는 문자로 당혹감과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ㅎ군과 자전거를 타고 누비던 니스의 차가운 바람은 견딜만했고, 웃음기 없는 프랑스인들의 쌀쌀맞음도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끝없이 펼쳐진 니스의 해변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샤갈 미술관, 마티스 미술관 등등 니스의 명소란 명소는 곳곳을 누볐는데, 가장 인상깊은 장소는 니스의 해변가라던가, 분수광장도 아닌 위 사진의 장소인 해변가 옆 레스토랑이었다. 각지에서 몰려온 여러 여행객에 둘러싸여 지중해의 따듯한 햇살을 그대로 만끽하며 니스 해변의 찬 바람을 느끼던 그 날의 점심은
김화영이 <행복의 충격>에서 묘사하던 긍정의 충격 그 자체였다.
이제와서 회고해보면 우울의 흔적보다 온통 기분 좋은 기억만 가득한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괴로운 기억은 금세 잊어버리고 행복했던 기억만 간직하나보다. 그러고보면 꽤 동화같은 일인데 라고 스스로 감탄하게 된다.
+덧붙이는 말
먹고 싶은 메뉴(파스타 같은거)가 없어서 대충 아무거나 시켰던 기억이 있다. ㅎ군이 시킨 연어 피자는 조리를 따로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의 비주얼이었고, 맥도날드 햄버거보다 못한 신선도를 자랑했다.
혹시 최근에 니스를 들리신 분들이라면, 해안끄트머리께 자리한 파란 간판의 이 레스토랑의 유무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