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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숨 Jan 13. 2019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②

삼성카드 즐기자 실용 숫자카드 V2 광고로 보는 무행위의 가치


*이 글은 브런치 매거진 '광고 인문학'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 1> 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삼성카드 2015년 <즐기자 실용>의 또 다른 편인 LINK 편. 유해진이 등장한 삼성카드 V2 편의 '아무것도 하지 말자'에 이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라고 한다


더 잘하기 위해서 힘을 주기보다 힘을 빼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는 제가 최근에 무엇보다 열중하고 있는 기타 레슨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작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치면 바로 소리가 나는 피아노와 달리 기타는 제대로 된 연주를 하기 위해선 우선 제대로 코드를 잡고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소리를 내기 위해선 기타의 줄을 손가락으로 눌러야 하는데 여섯 줄을 동시에 잡는 바레 코드의 경우 손가락이 꼬이기도 하기 때문에 좀처럼 소리가 좋아지지 않는 겁니다. 


배우기 어려웠던 바레 코드 잡는 법. (사진 출처: 바레 코드를 익힐 때 많은 도움이 된 Spoopy1204님의 블로그 http://spmusic.tistory.com/69 ) 


 그럴수록 저는 코드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힘을 줘야 소리가 제대로 날 거란 생각에서 말이죠. 하루는 기타 선생님이 그런 저를 보고 힘을 빼라고 하는 겁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힘을 너무 줘서 어깨가 부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좋은 소리가 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의식적으로 어깨의 힘을 빼려 노력하니 자세가 바로잡혀 훨씬 소리가 더 잘 나오게 됐습니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선 오히려 너무 열심히 힘을 주기보다 힘을 빼는 것이 방법이었던 겁니다. 욕심을 내지 않아야 오히려 더 잘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지요.




열심히 하고 싶을 때 오히려 열심히 하지 않는 법을 익혀야 한다

 사실 이 힘 빼기의 기술은 기타를 배울 때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광고 회사에선 매번 경쟁피티라는 명목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데, 이때에도 이 힘 빼기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총동원하여 몰입했습니다. 휴일, 퇴근 구분 없이 그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었고, 관련된 기사나 동종 업계 광고물들은 빠짐없이 훑었습니다. 기타 연주로 치자면 어깨에 힘을 빡 넣고 열심히 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렇게 몰입하다 보니 팀 동료는 두 가지 세 가지의 여러 갈래로 다양한 방안을 가져올 때 저는 한 가지 방향만 고집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팀에서 더 좋은 의견이 나와도 좀처럼 납득하거나 쉽게 전략을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고민하진 않더라도 다양한 방향을 가져온 친구는 자신의 방향 중 두 가지를 섞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합쳐서 아이디어를 더 풍부하게 하는 사이에 말입니다. 광고 전략이라는 것이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광고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도 말이죠. 

 또한 그렇게 누구보다 몰입한 피티에서 제 의견이 선택되지 않거나 최종적으로 경쟁 PT에서 떨어졌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충격과 여파가 더 컸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지나치게 한 가지 방향에 열중하기 보다 힘을 조금은 빼고 설렁 설렁 했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에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잠시 멈춰 서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하면 열심히 잘못된 길로 끊임없이 내달리게 되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경쟁피티를 준비하면서 한 가지의 방법에만 지나치게 열중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기타 레슨과 광고 전략을 세울 때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영위함에 있어서도 열심히 돌진만 할 때 보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돌진하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건지 한 템포 쉬워서 생각할 때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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