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코스테 <The big leap> 광고에서 얻은 실패할 용기에 대하여
*이 글은 브런치 매거진 '광고 인문학'의 <인생이라는 스포츠를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1> 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인생은 마치 실패와 성공을 시험하는 스포츠와도 같다
포기하는 방법은 확실히 좋은 전략 같기도 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즘 시대에, 우리는 모든 일을 잘할 수 없으니까요. 질 것 같은 경기에 억지로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라코스테가 2014년에 만든 <The Big leap> 광고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광고에는 두 남녀의 데이트 장면이 등장합니다. 서로 닿을 듯 말듯한 긴장감으로 봐서 둘은 아직 사귀고 있는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이 매우 간절합니다. 이 여자의 숨결이 닿으면 짜릿할 것 같습니다. 남자는 이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 스포츠에 뛰어들지 말지 고민합니다.
성공하면 스릴을 느낄 정도의 흥분이 오지만 실패하면 바로 낙하산도 없이 추락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눈 앞에 있는 이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과 다른 마음일 수도 있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가가려다가, 주저하게 됩니다. 그러기를 여러 번, 포기할까 말까 망설이다 남자는 과감하게 여자에게 키스를 시도합니다.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여자는 남자의 키스에 부응합니다. 둘이 참가한 사랑이라는 스포츠 경기는 짜릿한 스릴과 함께 결말을 맺게 됩니다.
결국 남자는 승패를 알 수 없는 사랑이라는 스포츠에 뛰어들어 과감히 도전을 하게 됩니다. 이 둘이 이후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 해피엔딩일 수도, 아니면 해보니까 아니네(?!)라고 판단하여 새드 앤딩이 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을 것 같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마음에 명확한 해답은 얻었을 것이라고요.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든 맺지 않든 그 결론이 중요할 수도 있었겠지만 남자는 자신의 마음만큼은 확실히 알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가 이 스포츠에 멋지게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그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떠나서 꽤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 것이 뻔한 스포츠에 기꺼이 도전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만약 이 남자와 같은 상황이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 것 같나요? 승패가 확실하지 않은 이 스포츠에, 기꺼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이 광고의 남자처럼 도전하는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실패할 상황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요즘의 저는 확실히 늘 그래 왔던 것 같습니다. 호감이 가는 상대가 눈 앞에 있어도 상대방이 먼저 확실하게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다가가지 않고 마음을 접었던 것 같습니다. 혹여나 거절당하면 그 후폭풍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요즘 목표로 하는 중국어 시험 또한 시험 등록까지 해놓고 시험을 치러 가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공부를 안 한 제가 받을 성적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해를 넘어가며 나이를 먹다 보니 점점 사랑도, 경기도, 시험도. 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나타나는 각종 스포츠에 뛰어들어 몸을 부닥치기 전에 눈을 돌려 먼저 성공 여부를 재봤던 것 같습니다. 승산이 없을 것 같은 시합엔 일부러 참가하지 않게 됐습니다. 지게 되면 닥쳐올 후폭풍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도전하지 않은 스포츠가, 질 것이 뻔한 이 스포츠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